숲에서 아이와 놀자 [104]

겨울입니다. 연못이 얼어붙기 시작했습니다. 연못 가장자리에 물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들어가 살짝 얼음을 발로 눌러 봅니다. 와지끈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납니다. 아이들은 손으로 깨진 얼음을 주워 올립니다. 투명한 얼음이 아이들 얼굴을 비춥니다. 두 손에 얼음을 번쩍 들어 올리면 커다란 얼음 뒤로 아이들 웃는 얼굴이 실루엣으로 느껴집니다. 연못 근처의 얼음을 모두 건져낸 아이들은 손이 닿지 않는 연못 중앙 쪽 얼음에 눈길을 보냅니다. 주변에 두꺼운 나뭇가지를 주워와 얼음을 깹니다. 깨진 얼음은 연못에 둥둥 떠 있습니다. 이번엔 기다란 나뭇가지를 찾아와 얼음을 끄집어냅니다. 막대기가 없는 아이는 손으로 물을 끌어당겨 더 빨리 얼음을 잡으려고 합니다. 차가운 얼음이 따뜻한 아이들 손에 의해 하나둘 물 밖으로 나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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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합니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융이 <금강경>을 설명한 책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에는 ‘어떻게 하면 초조하지 않고 편히 머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바로 해라.’
둘은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껴라.’ 

아이들의 얼음 놀이는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얼음을 꺼내고 싶어서 꺼내고 얼음의 아름다움을 서로 보고 만지고 이야기하며 몸으로 느낍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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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얼음을 깨고 신나게 놀고 있을 때 지나가는 어른들이 다양한 표정과 말을 하며 지나갑니다. ‘아이구, 저러다 감기 걸리겠다.’, ‘쯧쯧쯧’ 등의 혼잣말과 찡그린, 걱정스런 표정 등등 긍정보다는 부정적 표현이 많습니다. 어른들의 혼잣말이 아이들에게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모릅니다. 놀이는 계속됩니다. 들리고도 한다면 자기감정에 솔직한 용기 있는 아이입니다. 한 어른이 가까이 와서 한마디 합니다. “애들아, 손 시려! 손 아프다. 감기 걸려!” 아이들의 놀이가 멈추고 눈길이 자신의 손으로 향합니다. 어린아이들은 방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차가움이 느껴지는지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경험이 적은 아이일수록 추운 표정을 하고 경험 많은 친구는 표정 변화 없이 의연합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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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행동이 아이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위한 행동이 오히려 상대에게 방해가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행동이 점점 줄어들어 갑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인사도 낯설어졌습니다. 간섭도 충고도 하지 않고 최소한의 관계만을 유지합니다. 어른끼리 서로 조심스럽게 최소한의 관심으로 살아갑니다. 이와 반대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관심을 보입니다.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좀 더 쉽게 말을 전합니다. 아이의 관점이면 좋겠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행동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 바람직한 길이다.’라고 했습니다. 인간다움의 시작은 존엄에 있고 인간이 존엄하기 위해서는 자유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 자신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을 때 인간답게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갈 때 아이답게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같이 살지 못하는 아이는 인간답게 살지 못하고 것입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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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게 하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두 가지 도움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능력입니다. 전자는 아이를 존중해주면 되고 후자는 건강한 몸을 위해 의식주를 챙겨주면 될 것입니다. 아이는 방해받지 않으면 나이에 맞춰 자신의 힘으로 성장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금은 충분히 놀고 좀 더 커서 공부가 하고 싶을 때는 공부하고 또 좀 더 커서 일이 하고 싶을 때는 일하며 차근차근 성장하길 기원해 봅니다. 겨울입니다. 춥다고 안에만 있다면 아이답게 놀기 어렵습니다. 자주 밖으로 나와 놀이하며 즐거운 겨울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그곳이 숲이라면 더 좋겠네요. 

 

글 | 정문기 조합원(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 <부천방과후숲학교> 네이버 카페 운영자 
*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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