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그토록 고대하던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벌써 대여섯 차례는 실시되어야 할 대선 후보 토론회가 이제야 겨우 한 차례 실시된 것도 한탄스러운데, 대통령으로서의 준비가 매우 부족한 후보의 무지한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의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토론회였다. 특히 토론회에서 가장 충격적인 상황은 제1야당 후보가 ‘RE100’유로택소노미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금시초문이라는 듯 반응한 부분이다.

보수 진영이 기후 위기 등 환경 이슈나 에너지 문제에 대하여 매우 무지하고, 관심이 없으며, 특히 무논리에 가깝게 원전을 옹호하고 있어 그릴 놀랄 일이 아닐 수 있으나, 우리 기업들의 경제활동과 기후 위기 및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이슈에 대하여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하며, 심지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RE100’이나 유로택소노미를 처음 접한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매우 중요한 사안임에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즉 우리의 삶에 직결되어 있으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할 때, 결코 좌시 되어서는 안 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 후보라면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무지해서는 안 된다. 무척이나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이 토론회를 계기로 전 국민이 ‘RE100’유로택소노미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매우 큰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RE100 홈페이지
 RE100 홈페이지

 

‘RE100’Renewable 100(재생에너지 100%)을 의미하며, 기업이 활동에 활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사용하자는 전 세계 기업 간 글로벌 협약체제이며, 20221월 현재 340여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한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레고 등 61개 기업이 ‘RE100’을 달성하였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SK그룹 8개 사, LG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KB금융지주, 롯데칠성 등 14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전략적으로 가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환경을 생각하고, 친환경적인 경영을 통한 탄소배출 억제 및 환경정의를 실천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RE100’의 파급력은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이 다른 기업들에게 ‘RE100’ 기준의 거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자동차 업체 BMW는 전기자동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공급 업체에 ‘RE100’을 요청하고 있으며, 실제로 삼성SDI는 이러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 역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RE100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중추 산업이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RE100은 향후 상당히 중대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RE100’과 관련된 산업정책의 입안은 환경 이슈이면서도 경제 정책이기도 하다. 이러한 ‘RE100’에 대한 무지를 대통령이 어떻게 다 아는가.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변명으로 이해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닐 것이다.

유로택소노미EU가 기후 위기와 환경보호를 위하여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55%를 감축하기 위하여 제시한 그린딜(A European Green Deal)의 일환으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하여 향후 10년 동안 1조 유로(한화 약 1,400조 원) 이상의 녹색 금융지원을 하기 위하여- 마련된 분류체계이다. 즉 경제활동의 친환경성 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유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로택소노미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논쟁은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포함할 것인가에 있었다. 원자력발전 비율이 70% 높은 프랑스나, 체코, 폴란드, 핀란드는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탈원전 입장을 갖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덴마크, 룩셈부르크 등은 원전 포함을 반대하고 있다. 가스와 관련하여서는 유럽 국가들 전반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원전이 가장 핵심적인 논쟁거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쟁 속에서 EU 집행위원회는 20211231, 천연가스와 원자력발전을 친환경 그린에너지로 분류하되, 천연가스의 경우 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g CO2 eq(이산화탄소 환산량) 이하로 해야 하며, 원전의 경우, 기존 원전의 경우 안전과 친환경 개량을 통해 2040년까지만 인정하고, 신규 건설 원전의 경우에도 2045년까지만 인정하고, 높은 안전기준 이행을 포함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원전이 포함되었지만, 까다로운 조건도 함께 발표되었다.

우리나라도 정부에서 20211230K택소노미 분류체계를 발표하였으며, 천연가스는 포함하고, 원전은 제외하는 것으로 골자를 마련하였다. 유럽에서 원전이 포함되자 탈원전 찬성 국가들은 유럽사법재판소원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논란이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원전 업계가 반발하는 등 논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로택소노미는 원전의 운영과 관련한 글로벌 스탠다드의 적용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며, 국내 에너지 산업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탄소배출권 가격과 배출권 거래에 있어 심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도 예측된다. 나아가 원전과 관련되어 정책 갈등이 심대하다는 점도 고려할 때, 대통령 후보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이슈라 할 수 있다. 특히 원전을 옹호하는 후보라면 모를 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원전 옹호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유로택소노미 관련 EU집행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은 한국 보수가 얼마나 무지한지, 그리고 우격다짐 식의 정책 추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려되는 것은 유로택소노미 관련 EU집행위원회의 결정이 현재 유럽 내에서도 논쟁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같이 원전이 마치 친환경적이라는 근사한 포장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즉 그린 세탁(친환경이 아닌데도 친환경인 척하는 것)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적 전력 생산이라는 그린워싱의 지위를 누려왔다. 일견 그래 보인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러한 원전을 홍보하기 위하여 전담 공공기관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원전의 위험성을 후쿠시마 사태를 통하여 똑똑히 보았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심대한 우려와 발전의 부산물인 핵폐기물의 보관 문제,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우리가 바람직한 미래를 위하여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라고 볼 수는 없다.

원전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저렴하다고도 할 수 없으며, 핵폐기물 처리기술이 활용할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할 때 -해외 기술에 의존하여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전과 관련된 정책 갈등은 더 이상 새로운 원전 부지나 폐기물 저장소를 마련할 수 없을 정도이며, 새로운 원전 건설은 결국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갈등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원전을 친환경이라고, 그린워싱하는 것은 원전의 장점에만 초점을 맞춘 지극히 현재 중심적 논리이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이슈에 대한 성찰 부족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대선 토론회에서의 ‘RE100’유로택소노미의 등장은 대선 정국에서 기후 위기와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제공하였지만, 자칫 유로택소노미는 원전 그린워싱으로 귀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EU집행위원회가 원전과 관련된 까다로운 안전 관련 조건을 내걸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원전 자체 포함만 강조하여 언론플레이를 하거나 그린워싱 프레임을 작동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유로택소노미는 원전에 대한 핵폐기물 처리부지 확보, 강화된 안전기준 충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경제성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 비용과 관리 비용, 사후 처리 비용을 고려할 때, 원전 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전 세계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경제성을 갖춘 재생에너지 확보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트랜드 속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 흐름을 읽어 국내 여건에 맞게 정책 대응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에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 코로나19 문제, 부동산 문제, 경제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함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하여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떠한 비전을 가졌는지, 어떠한 정책적 복안을 갖고 있는지 우리는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정종원

통일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제정치를 공부하려고 하였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느껴 국내문제로 관심을 돌려 행정학도가 되었다. 부천시민으로 부천시가 살기 좋은 곳이 되고, 가톨릭대가 공부하기 좋은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열심히 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고, 세계 평화도 추구한다. 강의가 알차고 재미있는 선생, 선한 이웃,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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