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은 누구나 원하지만 설립 비용, 의료의 질 확보, 지속 가능한 운영비 확보 등에 의구심을 갖는다. 진주의료원이 왜 문을 닫았겠는가, 매년 적자로 국민들의 세금을 쏟아붓는 거 아닌가, 막대한 건립비용을 부천시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등등 어려움을 말한다. 오늘은 먼저 부천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서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이고 꼭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에서는 최소한 공공병원 확보를 위해 대략 5조6천억 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전국 70개 중진료권 중 공공병원이 없는 곳은 24곳이다. 그중 부천도 해당된다. 4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을 신축할 경우 추정 예산은 5억 정도이지만, 현실화하여 4억으로 하여 간단히 추계해보아도 24곳을 모두 설립할 경우 약 3조8천억 원 정도가 든다. 그리고 현재 낙후된 의료원 36곳 공공병원에 평균 100병상 증설을 한다면 병상당 3억 원으로 하여 약 1조 8천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사업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설치하였다. 기금 마련은 건강보험비 중 일부를 적립하거나 담배부담금으로 하였는데 2002년 이후부터는 담배부담금만 건강증진기금의 재원이다. 담배부담금이 꾸준히 상승하여 2021년 기금 규모는 4조3천억 원에 달한다. 기금 사용의 범위에서는 공공보건의료 및 건강증진을 위한 시설·장비의 확충 항목이 있는데 이에 들어가는 지출은 0.3%에 불과하다.

건강증진기금의 설치 목적에 맞게 30%만 의무 할당을 한다면 매년 1조4천억 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4년이면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공공병원을 설립, 확충할 수 있다. 하지만 0.3%를 30%로 늘리기 위해서는 꾸준히 요구하고 필요성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이다. 국가재정법 38조 1항에는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국고지원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검토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검토를 받아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여 예산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5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대략 2,500억 원이 소요되기에 공공병원 설립 역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고 경제성이 없으면 설립이 좌절되기도 하였다.

동법 38조 2항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사업을 명시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재난 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절차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 최근 오랜 노력 끝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아 공공병원 설립이 확정된 곳은 서부 경남과 대전, 부산 등이다.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보건위기, 새로운 신종 전염병 발생 우려,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심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아직도 울산과 광주에서는 공공병원 예비타당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실 코로나19 전염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공공병원 설립의 경우 예비타당성을 면제해야 한다고 수없이 주장해왔다.

2021년 11월에는 여야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공공보건의료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확충기금을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중 일부를 기금의 재원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또한 예비타당성조사 제외 대상 범위에 공공보건의료사업을 포함시켜 지방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전국의 공공병원 확충이 많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의 아픔을 겪은 후에야 정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제 공공병원 확충은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부천시 역시 공공병원 설립을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된 것이다,

글 | 조규석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