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2022년 새해 우리는 끔찍한 산재사고를 접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건설 중인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고, 양주의 채석장에서는 토사가 무너져 내리고, 평택 냉동창고 현장에선 소방관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져보겠다고 마음을 먹고보니 산재사고에 대한 소식들이 그렇게 크게 보일 수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일터에서의 사망 소식, 정말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올해 유난히 산재사고가 많은 것 같이 보이고 느껴지지만, 사실은 매년 있어왔던 일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현황 분석 자료에 의하면,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요양재해자가 108,379명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망 2,062(업무상 사고 882, 업무상질병 1,180), 부상 91,237, 업무상질병 요양자 14,816명입니다. 하루평균 296명의 노동자가 업무 중 다치거나 병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업무상 사고로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평균 2~3명이고, 질병까지 포함하면 하루평균 5~6명의 노동자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지독한 산재 공화국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모두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가 아니겠나 생각이 듭니다.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안 여천엔씨씨 3공장에서 열교환 기밀시험(테스트)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폭발한 공장 모습.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안 여천엔씨씨 3공장에서 열교환 기밀시험(테스트)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폭발한 공장 모습.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사실 노동과 관련된 업무는 오랫동안 국가 사무의 영역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단속과 처벌 등의 행정적 권한이 고용노동부에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방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실제로 해당 업무에 대한 인력도 전무합니다. 한마디로 우리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는 거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변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사실 최근 몇 년간 노동문제를 다루는 영역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높아지고,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다양한 사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의미 있는 변화라고 보고 있고, 이러한 방향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산재를 예방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이에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업무에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는 내용이 신설되었습니다.

이 법은 지난해 1119일부터 시행되었는데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앞으로 산재 예방과 관련한 자체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활동에 필요한 내용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산재 예방 활동을 돕기위해 <지자체 산재예방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하였고, 이 안에는 지차체 산재예방 조례 표준안, 지자체 산재예방 종합대책 표준안, 사업장 교육 홍보 방안 등의 예시까지 친절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조건들은 충분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지역별 산재현황부터 파악하고,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춰 일을 해야 합니다.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서는 올해 주요한 사업 방향의 한가지로 노동안전보건 사업의 씨앗을 만들고 활성화를 하는 것을 세우고 있습니다. 부천시에서도 산업안전과 관련된 조례를 만들고, 산재 감축과 노동안전을 증진시키기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입니다.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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