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YMCA '진단과 전망'

우리나라의 경제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왔다. 성장의 가속화는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남기기도 한다. 도시가 발전할수록 도시로의 인구가 집중되고, 점점 도시화가 심해지면서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도시와 가까운 외곽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특히 90년대 말부터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급격한 임대료 상승 문제는 기존 주민과 임대 상인들을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 지역으로 내몰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대표하는 용어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분명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거나 재 활성화하는 등 도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기존의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한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의 개념적 정의, 원인과 문제점, 국내외 사례 등을 통해 우리의 경험과 미래를 조망해본다.

 

2016년 미국 시카고의 젠트리피케이션 반대시위
2016년 미국 시카고의 젠트리피케이션 반대시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한국어로 대체하기 적합한 단어조차 없은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정의는 고급 주택화이다. 여러 어원을 고려해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상류사회가 살기 괜찮은 도시로 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낙후된 주거생활 구역에 젊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상류층이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고, 쇠퇴한 도시 내부가 재생되고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 현상 속에는 지역의 활성화로 인해 지가, 임대료 등이 상승하면서 비싼 월세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 등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 역시 내포되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도 및 영향

젠트리피케이션의 원래 의도는 쇠퇴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주민과 영세상인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를 활성화하면서도 도시에 대한 통제로 인해 원주민들의 전출을 동시에 수반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인 과정을 가지며, 쇠퇴한 도심으로부터 중산층 유입과 지가의 가치상승 등으로 인하여 도시를 활성화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지가의 가치상승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과 이를 견디지 못한 원 거주민들의 전출을 동시에 수반하는 부정적인 측면의 의미가 같이 공존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의 관점이 존재한다.

공급 측면에서 산업화와 인구의 증가로 인한 부동산에 대한 수요 증가는 경제적 속성상 저가 토지의 이용이 쉬운 교외로 개발을 확장하였고 이는 동시에 도심의 토지가격 하락을 동반하면서 도심의 토지나 시설의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역이 처음 개발될 때는 두 지대 간 격차가 존재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건물의 노후화, 투자 감소, 도심 쇠퇴 등이 일어나 두 지대 간 격차가 발생한다. 이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재개발로 이어져 자본화된 지대와 잠재적 지대 간의 격차가 최대가 되었을 때 개발 수요가 유발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하여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개발을 통하여 인구가 유입되면 부동산 가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하여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어 어느 순간 임차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궁극적으로 전치는 개발로 인한 과도한 임대료의 상승뿐 아니라 그 도시재생 지역의 이웃에 대체 임대공간이 부족한 것이 그 원인이다.

반면에 수요 측면에서는 사람에 의해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먼저 1970년대 이후 소규모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에 도심지역에 상당한 주택 수요 압력이 발생하였고, 통근시간 및 통근 비용의 증가가 교외 거주의 매력을 감소시킨 반면 도심 거주의 매력을 증가시켰다.

주택시장 측면에서는 1970년대까지 교외의 주택 가격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낙후된 도심의 개조된 저렴한 주택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어메니티(쾌적성)와 경제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후기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노동자 계층이 전문직, 관리직, 기술직 등 4차 산업에 종사하는 중산층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들은 도심의 사회적·문화적 다양성, 미적인 도시경관 등을 선호하면서 도심 거주를 지향한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원인은 투기이다. 도시재생으로 인한 개발 효과에 대한 기대심리는 그 지역에 대한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투기자들은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하여 부동산의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거나 임대료를 올리게 된다. , 도시재생 사업에 대한 기대는 도시 재생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를 유발하고 이는 급속한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이때 투기자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임대료를 올리게 되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간접적으로 이주를 강요당하게 되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국내외 사례

1980, 1990년대 동안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도시에서 주로 확인되는 현상이었으나 2000년대 들어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를 포함한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관찰되고 있다. 그런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다양한 경제적 토대, 사회 계층성, 문화적 유래와 역사, 제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현상으로 쇠퇴했던 지역에서 활동하던 예술인이나 상인들이 지역을 활성화시켜 찾아오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임대료가 상승하여 건물주나 더 부유한 계층이 들어와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쫓겨나게 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뉴욕 할렘가1990년대 초까지 할렘은 흑인들의 주요 주거지역으로서, 그리고 범죄의 온상으로서 악명을 떨친 구역이었다. 그런 할렘을 빌 클린턴 정부와 뉴욕시 정부는 1990년대에 이른바 2차 할렘 르네상스를 통해 엄청난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할렘을 개발한 결과, 다양한 인종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으로 변하게 되었다. 치안 수준도 낮에는 큰 문제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으나 할렘 역시 이 과정에서 임대료가 높아져 다수의 원주민이 떠나게 되었다. 거기에 개발이 진행되었던 웨스트할렘 지역은 치안이 그나마 안정된 상태이지만, 이스트할렘 지역은 히스패닉들이 주로 거주하게 되면서 멕시코계 마약 카르텔까지 개입하게 되면서 더 위험해진 지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홍대거리80년대부터 신촌에서 상인들이 홍대로 이주하면서 상점을 세우기 시작하였고, 90년대에 있던 클럽 문화는 홍대를 대형 상권으로 발전시키는 큰 역할을 해내었다. 2002년에 열렸던 한일 월드컵은 홍대거리를 외국인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었고, 신촌과 영등포의 상권이 조금씩 무너지면서 200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홍대는 명실상부한 대형 상권이 되었다. 점차 대형 상권이 형성되면서 원래 홍대에 자리 잡고 있던 예술인들과 상인들은 높은 지대와 대형 자본의 유입을 감당하지 못하고는 인근 지역(합정동, 망원동, 성산동, 서교동, 연남동, 연희동)으로 떠나갔다.

대형 자본들의 투입, 소상공인들과 예술인들이 홍대를 떠나면서 홍대는 대형 상권으로 변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한 코로나19 등의 복합적 외부영향으로 인해 대형 자본이 투입된 브랜드들의 매장이 하나둘씩 문을 닫아버렸다. 이처럼 홍대거리의 사례는 상권의 성장으로 인하여 생긴 젠트리피케이션의 결말을 제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마운티뷰 젠트리피케이션
실리콘 밸리의 마운티뷰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점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쇠퇴했던 지역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인이나 상인들이 지역을 활성화시켜 찾아오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임대료가 상승하여 건물주나 더 부유한 계층이 들어와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쫓겨나게 되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이다.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주민이 살고 있던 터전이 관광지로 변화되어 더 이상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으로 바뀌어 감으로 인해 지역공동체의 기억이 남아있던 곳이 변화되어 지역의 장소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둘째, 외부 자본의 유입으로 지역에서 생산된 가치(이윤)가 지역 외부의 건물 소유주들에게 귀속되게 되므로 현장에서 가치를 생산해낸 주체들이 아니라 단순히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주체가 지나치게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문제 발생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효과를 완벽하게 제거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속성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발전에 있어서 도시재생사업은 도시민들의 삶의 증진과 생활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하지만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의 채택을 통해 부정적 효과를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 현상은 외부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서 기존 지역에 거주하던 거주민을 쫓아내고, 지역공동체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결국, 도시 지역을 활성화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현상과 함께하는 부정적인 문제점들에 대하여 효과적인 대응체계의 마련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응방식은 지자체가 주도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상생협약을 하는 방안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안(: 자치 조례, 상가 매입비용 지원, 지구단위 계획 등))을 마련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인구의 구조, 부동산시장 등을 꾸준히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가 주도하여 상생 협력을 이루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확실한 주도정책(: 법제화, 토지공개념 등))을 펼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과 제도와 같은 장치를 통해 임대료 상승을 막고, 지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정과 예산 지원 등 또한 필요할 것이다.

 

글 주성돈(명지전문대 행정과 교수. 부천 YMCA 회원)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