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과 ‘노동 교실’

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상담 전화가 걸려온다.

임금, 연차, 퇴직금, 해고, 산재 등등 각자의 사연을 안고 걸려오는 전화들은 단순 질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당한 억울하고, 부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특별한 답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답은 전화를 건 당사자도 이미 알고 있는 어찌 보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일 때가 많다.

 

싸우셔야 됩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권리를 찾고 지키려 해야 합니다로 끝나는 답 말이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뻔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말로 그것밖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하고, 막막하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한 두 번의 다른 선택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무엇이든 단 하나는 달라지지 않겠는가. 물론 그 한 발을 내딛게 하는 것은 절실함일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절실함을 떠올리게 하는 다큐 한편을 만났다. 바로 미싱타는 여자들이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12, 13. ‘노동이 무엇인지도 모를 어린 나이에 이름이 아닌 몇 번 시다로 불리며 하루 15~16시간을 무릎 꿇고 앉아 타이밍을 먹어가며 노동을 했던 소녀들.

여자가 공부는 뭣 하러 해라는 얘기에, 집이 찢어질 듯 가난해서, 하루라도 빨리 기술 배워 돈 벌면 공부를 하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소녀들은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대신 청계천 피복공장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노동 교실을 만난 뒤 비로소 노동자가 되었다. 처음은 괴로움 나중은 기쁨.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일만하고 월급 타면 식구들 챙기는 게 다였고,

노동신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소원은 배움일 정도로

공부가 하고 싶어 저녁 8시 퇴근이 소원이었던 그녀들은

14시간 15시간 고된 노동이 끝난 뒤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노동 교실로 한걸음에 내달렸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뒤에도 그때의 그 눈빛 그대로 그 시절 노동 교실을 이야기한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50년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고 가여운 그녀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공부를 할 수 있고, 사람을 만나고, 무엇보다 유일하게 희망을 품게 한 곳.

그렇게 노동 교실은 그녀들에게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지켜야 하는, 삶의 전부였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컷

 

2022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간다.

새해에 품었던 작은 소망하나, 꿈 하나 어느새 희미해지고, 다시 습관 같은 일상에 익숙해질 즈음. 50년 전 그 소녀들이 묻는다.

당신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당신이 목숨 걸고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아니 당신은 그런 꿈 하나, 희망 하나가 있냐고.

아니 그 절실함 때문에 한걸음에 내달릴 준비가 되었냐고.

답은 각자의 몫이다.

 

| 최현주(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사무국장)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