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7]

살랑살랑 따뜻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구름도 없이 맑은 하늘 위에 해님은 따뜻한 볕으로 더욱 몸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숲과 인접한 공원에 가족 단위로 방문한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가 아빠, 엄마와 함께 비탈길을 걷고 있습니다. 일반 계단의 경사도 보다 많이 낮은 비탈길을 아기는 살짝 불안정하게 비틀거리며 올라갑니다. 아직 몸이 발달되지 않아 비탈길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엄마는 뒤에서 걷고 아빠는 옆에서 걷다 앞으로 몇 걸음 성큼 걸어 나와 아기를 바라봅니다. 아기는 아빠를 향해 걷다 뒤를 돌아봅니다. 아기는 오르던 길에서 뒤돌아 내리막으로 향합니다. 방향이 바뀐 아기는 오르는 속도의 2배 이상의 속도로 내려갑니다. 놀란 아빠는 아기에게 달려가 동물이 먹이를 낚아채듯 아기를 들어 올립니다. 엄마도 아기를 향해 순간적으로 뛰느라 정신없습니다. 아기의 안전을 확인한 부부는 안도의 웃음을 나눕니다. 아기는 뒤로 돌아 채 두 걸음도 못 걸었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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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정상에 전망대가 있습니다. 5층 높이의 전망대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6~7세 정도로 보이는 아이 둘이 전망대로 달려갑니다. 신나게 웃으며 달려 온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여기 봐!”

여기 계단이 있어.”

계단으로 올라가자!”

그래 가자!”

그때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00! 00!”

내려와! 엘리베이터 타고 갈 거야!”

기다려! 계단 말고 엘리베이터 탈 거야.”

 

아이들은 계단을 몇 계단 오르다 말고 손잡이를 잡은 채 엄마들을 바라봅니다. 터덜터덜 무표정하게 계단을 내려옵니다. 직전의 생기는 사라지고 둘은 말없이 엄마들을 기다립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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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느끼고 배웁니다. 생각한 것을 느끼기 위해 행동하고 행동해서 느낀 것으로 생각합니다. 생각을 실천해 보지 않는다면 느낌도 없는 것입니다. 느낌이 없으면 배움도 없습니다. 배움이 없다면 지혜롭게 살 수 있을까요?

부모가 먼저 이야기하고, 선생님이 먼저 지시하고, 어른이 먼저 다가간다면 아이가 먼저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생각은 부모, 선생님, 어른의 틀에 갇히게 되고 더 흥분되는 경험을 하기 힘듭니다. 아이가 다가오기를 기다린다면, 아기가 질문하기를 기다린다면,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면, 먼저 대답하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 것들을 좀 더 자유롭게 마음껏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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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기다릴 줄 안다면 아이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 됩니다. 처음부터 부모나 남에게 요구하며 기대기보다 자신에게 요구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노력해서 실패를 충분히 경험한 이후의 성공은 기쁨이 더욱 큽니다. 만약 실패로 끝나 도움이 필요하면 부모나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과 감사한 마음을 배울 수 있습니다. 먼저 해주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도움을 청해 받으면 고마움이 생깁니다. 자연은 인간이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태양, , 공기 등 인간 삶에 필수적 요소를 줍니다. 평상시 인간은 자연의 고마움을 못 느끼지만, 기후가 변하면 뒤늦게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인간이 자연을 존중하면 위기가 없듯이 부모도 아이를 존중하면 위기가 없을 것입니다.

비탈을 내려가는 아기가 좀 더 달려 내려갈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속도감과 몸의 움직임 등을 느꼈을 것입니다. 전망대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다면 전망대 끝에 도달한 느낌이 달랐을 겁니다. 가만히 엘리베이터에 서서 도착한 정상과 힘차게 계단으로 올라와 숨찬 상태로 바라본 정상의 느낌, 어느 것이 좋을까요?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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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결과만을 바라보지 않고 다양한 과정을 바라봐 준다면 아이들은 구김살 없이 성장합니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저자 박혜란 님은 수영을 못하지만 수영을 즐기는 둘째(가수 이적)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 마음의 구김살은 아이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늘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존중해 줄 장소로 모두가 평등한 숲이라면 더 좋겠네요.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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