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1%도 되지 않는 차이로 한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 그렇지 않은 후보는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당분간은 자숙의 모습을 보이며, 절차탁마의 시기를 보내야 한다. 승자독식 대통령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통령 당선인은 2달 동안, 인수위원회를 통하여 새 정부의 청사진을 그리고, 국정철학 및 국정과제의 선정, 선거 공약을 정책화하기 위한 준비, 내각의 각료와 주요 고위 관료들에 대한 인선, 각 부처로부터의 업무 보고 및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논의, 국회와의 입법 협력 및 정책 공조 체제 구축, 외교 및 국가 안보, 국방에 관한 기본적인 정책 방향 설정, 지방자치단체와 국토 균형 발전에 관한 정책 대안 모색, 공기업·공공기관의 효과적 관리 및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공관리 시스템 점검 등 매우 중대하면서도, 쉽지 않은 국정의 전반을 검토하여,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정책의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한 달이 지나고 있는 현시점이라면 인수위원회에서는 국정철학과 국정 기조, 100대 국정과제와 같은 주요 국정과제의 선정과 그 논의 과정, 외교·통일·국방의 주요 국정 이슈에 관한 기조,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는 부동산과 고용, 교육, 건강, 복지 등 경제 및 사회정책에 관한 방향 등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앞으로의 새 정부 5년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제시되어야 함에도,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공약과 집권당의 이념, 기본적인 정책적 입장에 근거하여 추정만 할 뿐이다. 내각의 구성에 대해서도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고, 그 외의 각료나 주요 고위 관료에 대한 인선은 알려진 바가 없다. 총리 후보자 역시 과연 국민이 바라는 비전과 국정철학을 가졌는지, 그리고 당선자가 그렇게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후보인지도 잘 모르겠다.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는 뭔가 열심히 하기는 할 것이나, 그렇게 소통을 중요시한다면서도, 우리는 인수위원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가 들었던 것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이야기밖에 없다. 뭔가 있겠지 하면서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봐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것이 당선자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꿈꾸는 제1의 관심사일 수 있다. 그러나 묻고 싶다. 뭣이 중헌디???

 

 

기레기소리를 들어 마땅한 언론은 여전히 기레기짓을 꾸준히 하고 있다. 언론은 대통령 취임 전, 과연 당선자와 인수위원회가 어떠한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삶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선거기간 제시되었던 당선자의 공약이 얼마나 정책화되고 있는지, 혹시라도 새 정부의 출범에 문제가 되는 환경변화는 없는지, 그리고 새 정부가 더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할 정책 분야는 없는지, 묻고, 그 응답을 받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우리가 언론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는 떠나는 현 대통령 부인의 의상 이야기뿐이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해봐도 우리 기억에 남는 언론의 모습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공익적 이익도 없는 옷에 집착하는 모습이었다. 현 대통령에 대해 언론이 보여줘야 하는 기사는 옷 이야기가 아니라, 5년 동안의 국정 수행에 있어서 잘한 것은 무엇이고, 잘못한 것은 무엇인지, 새 정부에서 계승해야 할 정책과 뜯어고쳐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 대통령이 남긴 정치적, 정책적, 행정적 유산은 무엇인지를 회고하고, 그리고 앞으로의 새 정부에의 가르침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제시하며, 국민이 현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도록 그 기초 자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오늘도 기레기들은 부끄러움을 잊은 체 쓰잘머리 없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묻고 싶다. 뭣이 중헌디???

취임덕이라는 새로운 말이 생겨났다. 마치 퇴임하는 대통령이 경험하는 레임덕과 같은 현상을, 취임하지도 않은 당선자가 비슷한 현상에 빠져버린 것 같아, SNS에서 취임덕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내 이럴 줄 알았다’ ‘손가락 자르고 싶게 한번 당해봐라라고 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당선자가 정신을 차리고 좀 제대로 취임을 준비하고, 정말로 중헌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새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지 고민해 주길 바란다. 필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우리나라가 잘 사는 나라, 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공정과 상식, 그리고 소통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선자라면 뭣이 중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길 바란다.

| 정종원(부천YMCA 회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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