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노동(자) 들여다보기

51일은 노동절이다. 노동절에 관한 교육 영상을 찾아보다가 ○○교육청에서 만든 노동인권 애니메이션 한 편을 접하게 되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51, 학교에 가는 주인공에게 부모님이 오늘은 엄마 아빠가 쉬는 날이니 저녁에 외식을 하자고 한다. 주인공은 외식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행복해하면서 학교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다들 쉬는 날이라고 한다. 주인공은 오늘이 주말도 공휴일도 아닌데 왜 회사를 가지 않지?’라는 궁금증이 생기고, 이 궁금증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노동절이 생긴 유래를 알려주고 노동자의 권리를 설명한다. 주인공은 어렵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저녁에 가족들과의 외식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 애니메이션을 몇몇 분들과 함께 보면서 노동절에 관한 계기 수업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까를 이야기 나누었다. 애니메이션으로 잘 설명된 노동절의 유래와 노동 3권에 대한 이야기.

한데 이 교육용 영상은 일상의 삶 속에서 노동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왜냐하면 51, 노동절은 모든 노동자가 쉬는 법정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기에 학교도 쉬어야 하는 날이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은 나오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쉬는데, 그럼 학교 선생님들은 노동자가 아닌가요?”

“51일 배송되는 택배를 가져다주는 사람들은 무어라 호명되어야 하나요? ”

그들의 유예된 권리를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노동은 일상에서 누구나의 삶에 다양한 모습으로 연결되어 진다. 직장에서 작동하는 위계 권력에 의한 갑질과 폭력은 학교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민주주의는 배타적 소유권을 행사하는 자본(사업주)에 의해 작동하듯이, 학교에서도 배우는학생의 위치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한다.

2년 전쯤 ○○웨딩홀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직원이기에 지하 주차장에 있는 한적한 화장실만을 이용해야 하고, 식사도 거기서 해결해야 해요.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을 이용하다간 벌금과 질책을 받아요.”

학교에서도 교직원 전용 화장실과 학생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다.

청소년이란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때, 청소년이란 주어를 다른 주체로 바꾸어 질문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 최근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호텔에 근무하는 사람과 식당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규모의 차이에 따라 생산성의 여러 어려움이 있으니 차등적용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청소년, 장애인, 이주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들도 호명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는 누구에게나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실은 생산성을 이유로 나의 감각을 무뎌지게 한다. 나의 일상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노동()과의 상호 의존성은 보이지 않고, 상품의 질과 가격과 편리함으로 노동()을 대한다. 단지 나의 권리를 주장할 때 근기법을 호명할 뿐.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쫓는 괴물들이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마술 모자를 썼다. 우리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릴 정도로 마술 모자를 눌러쓴다. ”

 

| 천성원(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안심알바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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