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의 설립과 활동 5

부천시립합창단의 공연에서 친일 음악인의 노래를 제외하다

2019324<부천시 독립운동 재현행사>를 준비하면서 부천시립합창단이 공연할 신춘음악회 한국가곡 봄을 노래하다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대표적 친일 음악인인 김동진, 홍난파, 현재명, 조두남, 이흥렬, 김성태 등의 곡이 다수 포함된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공연이 진행된다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신춘음악회가 아니라 친일을 기념하는 신춘음악회가 되는 것을 의미하였습니다. 우리 부천지부는 친일 음악인들의 작품을 전부 제외하고 공연을 다시 기획할 것은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친일 음악인들의 행적은 모두 화려합니다. 대표적인 사람들의 친일 행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동진은 1942년 만주국 건국 10주년 <건국 10주년 찬가> <건국 10주년 경축곡> <양산가> 등을 직접 작곡하고 지휘하여 발표하였으며, 김동환은 1940년대에 여러 사람의 친일 연설문 모음집인 <애국 대 연설집>을 편집, 발간하였습니다. 김성태는 1943년에 모윤숙이 작사한 <군국의 어머니> <어머니의 희망>에 곡을 붙였으며, 경성방송 혼성합창단이 <희망의 아침> <우리들은 병사로 부르심을 받았다> <용사가 되는 날> <우리들은 제국군인> <아들을 보내는 노래> 등을 부를 때 지휘하였습니다.

이들의 행적을 보면 일본의 수탈이 한창이었던 1930년대 말부터 해방이 되는 1945년까지 징용, 징병, 근로정신대 등 우리의 젊은 사람들이 일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선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양심을 지켰어야 하지만 이들은 일제의 도구로써 충실한 역할을 하여 같은 민족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데 앞장섰습니다. 인간이면 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부천시의회 화단의 <고향의 봄> 비석도 철거되다

20195월 말에는 부천시의회에 위치한 <고향의 봄> 시비도 철거되었습니다. <고향의 봄>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실려있고 한국적 정서를 많이 담고 있어 국민 노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를 작사한 이원수와 작곡한 홍난파 모두 친일 음악인입니다.

 

 

이원수(1911~1981)1937년을 기점으로 일제에 협력하였는데 19428반도의 빛<낙하산-방공비행대회에서>라는 동시를 발표합니다. “용감한 낙하산 병정을 찬양한 데에는 일제가 항공일행사나 비행기 헌납 운동과 같은 여러 가지 행사를 기획하면서 항공 열을 확산시키려 했던 배경이 있었으며 여기에서는 조선 아동을 포함한 조선인 전체가 총후국민이라는 사실을 각성시켜 황국신민으로 연성하려는 치밀한 의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도 <지원병을 보내며>, <농촌 아동과 아동문화>, <보리밭에서-젊은 농부의 노래>, <고도(古都) 감회-부여신궁어조영(扶餘神宮御造營) 봉사작업에 다녀와서> 등과 같은 다수의 시를 발표하여 적극 조력하였습니다.

홍난파(1898~1941)는 본명은 홍영후로 193711<사상전향에 관한 논문>을 통해 일제에 적극 협력하게 됩니다. 19386월 동우회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대동민우회에 가입하면서 조선 민중의 행복은 내선(內鮮) 두 민족을 하나로 하는 대일본 신민이 되어 신동아건설에 매진함에 있다는 취지의 전향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19375월 창립된 친일 문예 단체인 <조선문예회>에 가입하였으며, 1938년에는 천황의 분부를 받들어 팔굉일우로 대 아세아의 대 공영권을 건설하여 일장기 날리면서 자자손손 만대의 복 누릴 국토를 만들자는 <희망의 아침>(이광수 작사)을 작곡하였습니다. 193910월에는 라디오로 방송된 애국 가곡집프로그램에서 경성방송관현악단이 연주한 <대륙행진곡>, <황국 정신으로 돌아가>, <애마 진군가>, <부인 종군의 노래>, <태평양행진곡> 등을 지휘하였습니다. 1941년 죽을 때까지 적극적으로 친일을 하였습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친일 음악인들의 노래가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음악회의 경우 노래를 바꾸는 것입니다. 친일 음악인이 아닌 사람들의 노래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부천시립합창단은 2019년에 친일 음악인 노래를 모두 빼고 다른 노래로 대체를 하였습니다.

두 번째,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의 작사·작곡자들의 친일 행적을 알리고 노래하는 것입니다. 문화예술행사 포스터나 홈페이지에 친일 음악인에 대한 행적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친일 음악인과 음악에 대한 판단을 시민들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일제시대에 친일을 안 한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며 친일 행적을 숨기지 말고 역사적 모든 사실을 가감 없이 공개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평가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청산은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연구하여 알리는 것입니다. 부천시는 시민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박종선(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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