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에서 만났던, 보았던, 느꼈던…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72.7×60.6, 장지에 분채, 2021.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72.7×60.6, 장지에 분채, 2021.

 

나는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거나

나도 모르는 적성과 맞아떨어졌을 때는

밤새는 줄 모른다.

그림 그리는 일이 그중 하나였던 것 같다.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53×45.5, 장지에 분채, 2020.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53×45.5, 장지에 분채, 2020.

 

중학교에 갓 입학해서 미술 시간에

선생님께서 타 부서 활동반에 있던 나를

미술반으로 왔으면 했고

자석처럼 이끌려 부서를 이동한 게 시작이었다.

그해 봄이었는지 여름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미술 선생님께서 부산 조방 앞에서 전시하고 있던

피카소 에 데려가 주셨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중학 시절을 기억하면 

살얼음이 얼어있던 미술실과 하얀 석고상과

명화들을 습작했던 기억이 전부일 정도다.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60.6×72.7, 장지에 분채, 2020.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60.6×72.7, 장지에 분채, 2020.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이

그냥 좋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되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좋아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이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흔히들 그림을 보면

작가가 보인다거나 닮아있다고들 하는데

나를 비롯하여 그 누군가도

내 작품을 통해 위안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

 

조춘제 作 「나의 우주 나의 영토」, 162×130, 장지에 분채, 2021.
조춘제 作 「나의 우주 나의 영토」, 162×130, 장지에 분채, 2021.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은

삼합지에 분채를 사용해서

해바라기꽃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사람들에게는 재물을 불러들인다고 하여

선호하는 꽃이긴 하지만,

나에게 해바라기꽃은 다른 의미다.

 

조춘제 作 「여름날의 기억」, 162×130.3, 장지에 분채, 2020.
조춘제 作 「여름날의 기억」, 162×130.3, 장지에 분채, 2020.

 

일종의 그림일기 같은 거다.

들길에서 만났던, 보았던, 느꼈던 꽃이고

담벼락 너머 고개 쑤욱 내밀고

그려주세요했던 꽃이고

나의 희로애락이 담긴 꽃이다.

꽃봉오리가 맺히면서 씨앗이 여물 때까지

매일같이 관찰했던 꽃이고

그 꽃이 나에게

미술대전에서 수상도 하게 해줬고

부천미술 올해의 작가에도 선정되게 해줬다.

좋은 의미의 꽃이 맞긴 한가 보다.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다」, 160×116, 장지에분채, 2021
조춘제 作 「꽃이 나에게 말을 걸다」, 160×116, 장지에분채, 2021

 

조춘제 作 「아침이 오는 시간」, 130.3×162, 장지에 분채, 2018
조춘제 作 「아침이 오는 시간」, 130.3×162, 장지에 분채, 2018

 

한국화 채색 작업은

오랜 시간을 통해서 완성되는 작품이라서

11월 전시 전까지 쉬지 않고 작업해도

몇 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수상의 기쁨은 잠시이고 작업은 밀려있다.

나의 일상 모두를 당분간 작업모드로 전환해야겠다.

편견 없이 심사해준 심사위원님들과

전시 공간과 작품 제작 지원을 해 주시는

부천 예총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조춘제(화가)

조춘제 작가
조춘제 작가

 

작가 약력

*개인전 9, 개인 부스전 9회 및 아트페어 다수참가, 국내외 단체전 240여 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1, 입선 3회 외 다수 수상

*) 부천미술 협회 한국과 분과위원장, 부천 한국화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윤슬 전업작가회, 한가루, 한국 여성 미술작가회, 국제 현대예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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