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소화불량, 두통, 원인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불쾌한 증상들을 우리는 신경성이라 말합니다. ‘심보를 고쳐야 병이 낫는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는데 실제로 마음씨를 고치면 병이 나을까요?

마음이 얼마나 힘이 큰가를 나타내는 말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있지요. 플라시보 효과는 실제로 30% 정도의 질병 개선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환자가 약의 효과를 의심해 약효가 떨어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하는데요. 무해한 물질도 몸에 해롭다는 설명을 한 뒤에 환자에게 투여하면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 두 가지 효과는 마음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의학적인 실험 말고도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혈압 측정할 때 마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혈압수치가 즉시 올라가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을 때 간호사들이 잠시 안정을 취한 후 혈압을 측정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정신신경면역학(PNI)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로체스터 의과대학의 로버트 에다(Robert Ader) 심리학 교수는 병이란 단순히 세균이나 상처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며, 감정적인 요소가 모든 병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암 환자의 사망은 암으로 인한 것보다 암 선고받고 난 후의 심리적 요인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으며, 실제로 많은 암 환자들은 암이 발병하기 6~8개월 전에 커다란 심리적 충격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음의 힘, 얼마나 클까요?

마음에 관한 논의는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큰 충격이나 고통을 받으면 가장 아픈 곳이 어디일까를 생각해보면 정확하게 무엇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심한 두통, 소화불량, 온몸의 통증, 가슴 통증 등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내 마음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슈바이처(A. Schweitzer) 박사는 환자는 자기 속에 자신의 의사를 모시고 있다. 환자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병원으로 치료받으러 온다. 그러므로 훌륭한 의사로서 우리가 할 일은 환자 속에 있는 의사가 스스로 일할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여러 번 있는데요,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별한 이유 없는 통증(소화불량 혹은 두통, 관절통 등)으로 꽤 오랫동안 고생을 하다가 큰맘 먹고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후 꽤 많은 치료비를 지불하고 나오면서 몸의 병이 다 나은 것 같았던 적이 있습니다. 치료비가 아깝기도 하고 조금만 더 참아볼 걸 하는 마음도 생기지만, 당장 몸의 불편함에서 해소되었다는 기쁨으로 치료비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그래야 애써 나아진 몸에 또다시 나쁜 영향을 끼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겠지요.

몸이 아파서 직장에 갈 수 없거나 학교에 갈 수 없는 학생이 있다면, 이것은 마음에서 병을 지어냈기 때문에 몸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직장에 가기 싫고 학교에 가기 싫은 어른(학생)이 실제로 신체에 이상 증상을 보이다가, 처음에는 꾀병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실제 질병이 되는 것이지요. 동료나 친구들로부터 심한 왕따를 당한 사람의 심적인 괴로움이 신체적으로는 과민성 대장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마음의 괴로움이 신체로 나타나는 질병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질병은 하나의 해결 방법이기도 합니다. 심적으로 부족하고 병든 부분이 몸의 질병을 통해 드러나고 몸을 치유해 가는 과정에서 병든 마음도 고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병들어 쓰러졌다쉬고 싶다는 마음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지요.

신체에 가장 부정적으로 작용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요? 심신 의학자들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 첫 번째를 미움이라고 말합니다. 두 번째가 걱정 혹은 두려움입니다. 둘 다 모두 신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데, 미움의 감정은 스스로 인지하기 쉬운 데 비해, 걱정(두려움)은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빠져들기 쉬운 감정이므로 우리 몸에 해를 입히기 쉽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 ‘화내고, 증오하며,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리는감정들은 건강을 해칩니다. 누군가를 비난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관용의 마음을 갖지 못하고 사사건건 시시비비를 가리기를 좋아하는 비판적인 사람이 건강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생각이 완고한 사람들은 당신이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는가?”라고 말합니다. 반면에 용서하는 마음에 미움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용서하고, 감사하며, 사랑하는 감정을 내 마음에 뿌리내리게 한다면 그 마음은 아주 빠른 속도로 내 몸의 질병을 치유하게 될 것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고, 뉴스 사회면의 흉악범들 때문에 가슴이 저리고, 맨날 쌈만 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한숨이 나오고, 숫자로 표시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부동산 가격은 올라가지만.

이제 코로나 거리 제한도 풀렸고, 뉴스의 사회면은 애써 클릭하지 않습니다. 미운 정치인들이지만, 그래도 잘해주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보고, 전셋집도 사는 거는 똑같네 싶은 마음으로 살면 내 마음이 편해집니다. 세상살이가 돌고 돌잖아요. 삼대 가는 부자 없다는 말,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결코 헛된 말은 아닐 거라는 믿음이 제게는 있습니다.

 

| 이영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이영주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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