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의 설립과 활동 6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총 4,389명의 친일파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35년 동안 우리 민족을 배반하고 일제에 부역한 대표적인 친일파들인데 현재 부천시 관내로 좁히면 박제봉이 부천을 대표합니다. 옛 부천군 행정구역은 지금의 부천시와 다르므로 친일인명사전에 들어 있는 강신규, 민경준, 김태훈에 관한 연구는 좀 더 이루어져야 합니다.

 

친일파 박제봉의 행적

부천의 친일파 박제봉(1892~1964)의 일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으며 직업에 따라 4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916~1927 : 부 훈도, 훈도, 교유

지금으로 보면 학교 교사 또는 교직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28~1939 : 조선총독부 학무국 학무과 촉탁

일제강점기 촉탁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보조적 수단으로 채용하는 임시직으로서 주로 상급 기관에서 파견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주로 역사, 음악 등 학술 분야에서 촉탁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193911월 조선유도연합회(朝鮮儒道聯合會) 참사

조선유도연합회는 조선총독부의 지원으로 전국 유림단체를 연합하여 총후봉공(銃後奉公)을 위한 정신운동에 나서도록 촉구하기 위해 조직되었습니다.

1941년과 1942년에 조선총독부 직속 기구인 경학원의 사성(司成)

경학원(經學院)은 조선총독부가 성균관의 기능을 식민 지배 정책과 이념을 홍보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 설립한 직속 기구입니다.

박제봉의 친일 행적은 지위로 보면 조선유도연합회 참사와 경학원 사성입니다. 특히 경학원 사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친일파입니다. 적극성과 자발성이 없었다면 고위직에 해당하는 경학원 사성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방헌금 1,000원 헌납

구체적 행위는 19378월에 국방헌금으로 조선총독부 학무국 문서과에 1,000원을 헌납한 사실입니다. 촉탁이 받는 월 수당이 90원인데 무려 1,000원을 헌납해 동아일보, 매일신보, 경성일보에 헌납 미담 기사가 실렸습니다. 또한 1942년에는 총독 미나미(南次郞)와 정무 총감 오노(大野)가 이임하는 것을 전별하며 시를 지었는데, 특히 총독 미나미를 살아있는 부처라고 칭송하였습니다.

 

봉전남총독각하(奉餞南總督閣下)(1942)

                                                                     죽성제봉(竹城濟鳳)

칠 년 동안 반도민(半島民)을 통치하심에 七載統治半島民

허다한 규획(規劃)으로 심신을 괴롭히셨네 幾多規劃惱心神

또 공께서 반도민 교화 위해 현현(顯現)하시어 也知公化身千億

집집마다 활불(活佛)되심은 전생의 인연 때문이었음을 알겠네 活佛家家證夙因

출전 : 『奉餞南總督閣下』 (山本權一郞, 朝鮮儒道聯合會 1942.11.25.)

 

 

친일파 박제봉과 역곡동 고택과의 관계

친일파 박제봉이 역곡동 고택에 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여기에서 보낸 것은 확실합니다. 친일파 박제봉의 친동생이 바로 부천을 빛낸 6인 중 한 분이신 박제환 선생이며, 박제환 선생의 사진과 부천에 기여한 내용은 시청 1층 로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제환 선생은 2대와 5대 국회의원을 하셨으며, 농림부 장관도 역임하셨습니다. 박제환 선생의 자서전인 지봉한담(芝峰閑談)을 보면 아버지 박주순 씨가 나무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역곡동 고택이 1894년 새로 지었다고 했으므로 1892년에 태어난 박제봉은 이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 확실합니다.

 

 

박제봉의 묘는 춘덕산 중턱, 비석에는 경학원 사성이...

역곡동 고택 뒷산이 바로 춘덕산입니다. 춘덕산 중턱에 박제봉의 묘가 있고 비석도 세워져 있습니다. 비석에 경학원 사성이라고 확실히 적혀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고위직을 지낸 것은 후손들이 자랑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나의 할아버지는 친일파라는 것을 말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이와같이 친일파 박제봉의 친일 행적과 부천과의 관계를 역사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친일파 박제봉의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사업을 부천시와 부천의 시민사회가 함께 해야 합니다.

 

| 박종선(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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