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3

5월에는 5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55일 어린이날, 58일 어버이날, 515일 스승의 날, 516일 성년의 날, 521일 부부의 날 등 행사가 많지요.

그런데 부부의 날이 언제 생겨났는지 아세요? 부부의 날1995521일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 경남 창원에서 권재도 목사 부부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기념일 제정 운동이 전개되었고, 제정목적은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데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부부의 날20031218일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제출한 '부부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청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200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휴일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날짜는 해마다 521일이고, 그 이유는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부부가 화목하면 자녀 문제와 노인 문제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런 이유로 이번 호에는 가정에서 가족들이 얼마나 애쓰며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지 실감 나게 잘 표현한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을 같이 보려고 합니다.

 

 

제목에서부터 돼지책이라고 하니 다들 액자 그림의 책 표지를 보고는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보여줄 때, 그림 아래쪽의 반을 가리고 보여주면 일반적인 가정의 화목한 가족사진 같은데 엄마의 표정이 어쩐지 불편해 보이거든요. 아이들이 왜 가렸냐고 빨리 보자고 할 때 그림 전체를 보여주세요. 그러면 아버지와 두 아들이 엄마의 등에 업힌 희한한 표지 그림에서 엄마의 표정을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하지요. “! 가족들을 업고 있어서 그렇구나!” “아빠가 업어야지 왜 엄마가 업은 거지?” 자꾸 봐도 신기한 가족 그림을 보고 아이들은 빨리 책을 넘기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그림 속 엄마에게 남편과 두 아들은 뭘까?”

아이들은 제목으로 말을 하지요. “돼지 같아요.” “맞아요. 엄마가 힘이 센가 봐요.”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이 듭니다. 저마다 할 말들이 굉장히 많아지거든요. 엄마가 장사다, 아버지가 양심이 없다, 등등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최대한 하게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아주 흥미로운 책이 됩니다.

가만히 보면 바닥에는 엄마의 눈물인지 그림자인지 푸른색으로 되어 있어 더 묘한 가족 그림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얘들아, 이 바닥에 이건 뭘까?” “물요.” “아니, 그림자잖아.” “파란색인데?” “그래, 너희들이 생각한 대로 물이거나 그림자거나 책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얼른 표지를 넘겨주세요.

면지에는 날개 달린 돼지가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습니다. 한 장을 더 넘기면 이번에는 두 마리의 돼지가 날개를 달고 나는 그림이지요. “선생님, 돼지가 왜 날개를 달았을까요?” “그러게, 왜 돼지가 날개를 달고 날아갈까? 책을 보다 보면 알 거야. 얼른 보자.”

 

사진출처(교보문고)
사진출처(교보문고)

 

이 책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멋진 집과 멋진 자동차를 소유한 피곳 씨는 사이먼과 페트릭이라는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물론 부인도 함께 살고 있습니다. 피곳 씨는 회사에 다니고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는데 매일 밥 줘요”, “밥 달라니까라는 소리만 외쳐댑니다. 하지만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심지어 피곳 씨는 부인을 아줌마 취급합니다. “어이 아줌마! 빨리 밥 줘!” 이렇게 말이죠.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이럴 때는 아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아이들은 그 대답을 잘 압니다. 여기저기서 여보!” 혹은 자기야!” 하면서 키득거리지만 그게 바르게 부르는 방법이라고 하면 아이들은 서로 말합니다. “이 아저씨는 말을 너무 막 하는데요.” “기분 나빠요.” 아이들은 이 한 가지만으로도 엄마로서 혹은 아내로서의 존중과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을 눈치챕니다.

책 속에서도 조금씩 이상한 조짐이 생깁니다. 여기저기 불쑥불쑥 돼지 형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이 집의 특색인 꽃무늬 벽지와 여러 가지 꽃이 화려한 소파가 특히 눈에 띄는데요. 그것들조차 그림이 바뀌어갑니다. 결국에는 지친 엄마가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집을 나가고 집안은 온통 돼지우리처럼 지저분하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흔히 집안에 두면 가정의 화목을 이룰 수 있다는 꽃무늬와 벽난로, 문고리, 두 아들의 교복 배지와 사진, 가재도구들도 모두 변하는데요. 책 속에서 몇 마리의 돼지가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하는지도 찾아보면 볼거리가 가득해지는 신기한 책이 됩니다.

가정에서 이 책을 읽으신다면 아이와 함께 엄마의 쪽지에는 뭐라고 적혀있는지, 엄마가 돌아온 날부터 피곳 씨와 두 아들은 어떻게 변했는지도 함께 알아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도울 수 있는 집안일은 무엇인지도 함께 의논해보세요. , 말풍선을 달아서 어떻게 말하면 엄마의 기분이 풀릴지도 써보게 하세요. 아이들은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어떤 말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꼬집어 냅니다. 또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할 때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가를 알고 있지요. 이 책으로 아이와 더불어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어버이날은 아이들에게 좀 더 특별한 날이 되도록 해보세요.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으로 도시락을 싸서 나들이를 가는 겁니다. 푸른 하늘과 파릇해진 나무와 작은 풀꽃들과 만개한 꽃들의 향기를 맡으면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즐긴다면 그게 행복이고 가정의 화목이 아닐까요? 모처럼 가족들이 오붓하게 모여 화목하고 행복한 시간, 활짝 핀 꽃처럼 맘껏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정령 시인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