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YMCA 진단과 전망

지난겨울 전국적으로 월동 중인 꿀벌들이 대거 사라졌다. 양봉 농가의 30%가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올해 꿀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기에 양봉 농가의 피해를 우려한다. 우리가 먹는 주요 농작물의 70%가 꿀벌의 꽃가루받이를 통해 생산된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을 재배하기 어렵고 축산업까지 피해를 받아 우리의 식탁과 국가의 식량 위기까지 걱정하게 된다.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은 생태계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생태계 붕괴의 방아쇠를 당긴다며 인류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꿀벌 실종의 원인은 꿀벌응애류 발생, 살충제 영향과 더불어 이상기후를 동반한 기후변화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봄철 너무 빨리 피고 지는 꽃, 길어지는 여름과 늘어나는 기생충, 이상고온과 한파는 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꿀벌 실종 사건이 농축산업, 식량 위기, 지구환경의 걱정을 사회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 꿀벌 실종 사건에서 생태적 엇박자를 야기한 기후변화를 주요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살충제의 영향이다.

살충제는 벌의 번식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벌이 살충제에 노출되면 항해 능력, 번식능력, 귀소본능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를 포함한 살충제가 위험하다. 살충제는 공중에서 살포되고 있다. 벌이 살충제가 뿌려진 꽃가루나 꿀을 먹으면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받아 기억력이 감퇴되어 집에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살충제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정부는 양봉산업 안정화를 위해 현장대응단을 운영하여 꿀벌응애 및 해충 방제를 강화하고 안정적 양봉을 위한 관리 기술 연구와 꿀벌 대체 수정 기술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도시에서도 꿀벌을 지키기 위한 관심이 높아져 꿀벌 정원을 조성하고 도시 양봉이 확대되고 있다. 여러 언론매체에서도 꿀벌을 조명하고 양봉을 잘해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꿀벌만이 피해자일까. 벌을 사육하는 양봉이 대안일까.

꿀벌 실종사건에서는 오직 꿀벌만이 중요한 것처럼 인식되며 다양한 야생 화분매개곤충을 간과하고 있다. 전세계에는 나비와 딱정벌레 등 30만 종이 넘는 화분매개곤충이 존재하고 야생벌류도 2만 종이 넘는다. 그리고 이들과 매개하는 다양한 농업 및 자연생태계 식물들도 중요하다. 꿀벌 외에 다른 곤충이 꽃가루를 매개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과는 머리뿔가위벌이, 토마토는 뒤영벌이 주로 꽃가루를 전달한다. 머리뿔가위벌은 꿀벌보다 유효 결실수가 80배가 넘는 등 꽃가루 전달 효율이 높아 사과와 배의 수분에 적극 권장된다.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을 일찍 겪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사람이 키우는 꿀벌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호박벌, 뒤영벌, 애꽃벌, 땅벌, 호리병벌 등 다양한 야생벌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꿀벌이 아무리 충분하더라도 야생벌이 작물의 결실과 품질을 더욱 개선할 수 있기에 야생벌을 보호하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것이다. 야생벌은 양봉으로 보호할 수 없다. 야생벌의 보호를 위해서는 자연 서식지를 지켜야 하고, 먹이()가 다양하고 풍부해야 하고, 살충제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야생벌은 개체군 감소와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2015년 유럽의 야생벌 약 2,000종을 조사한 결과, 9.2%의 야생벌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5.2%는 가까운 미래에 위협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사이언스논문에 따르면 2000~2014년 북미 지역에서 호박벌이 46%, 유럽에서 17% 감소했다고 한다.

2018사이언스논문에서는 꿀벌 사육(양봉)은 야생 수분 매개자 개체군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해를 끼친다고 발표되었다. 꿀벌 사육이 '환경적 업적'이 될 수 있다는 미디어나 대중의 사고방식은 도리어 야생 수분 매개자들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꿀벌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야생종과 경쟁하고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야생 수분 매개자들에게 질병을 퍼뜨리기도 한다. 사육되는 꿀벌들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도리어 전체 수분에서 상당 기여분을 담당하는 다른 수분 매개자들의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농업을 위해 양봉 꿀벌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생태계와 야생동물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으므로, 환경을 위해 양봉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10년 전부터 벌이 감소하는 이유를 자연 서식지(야생초지) 손실, 기후변화, 살충제 등으로 지목하여 벌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꿀벌에 한정하지 않고 야생벌을 더 중요시 여긴다. 시민들과 함께 벌을 조사하고, 벌 보호키트(벌이 좋아하는 야생화 씨앗, 벌 친화적인 정원 가이드북 등)를 배포하고, 벌 친화 활동(벌로 수분된 간식 파티, 벌 친화적 정원 및 자연 서식지 방문 등), 야생초지 보호 및 예초관리 정책 제안, 살충제 사용 금지, 수분 매개자 보호 계획 요구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수백만 명의 서명을 받아 2018EU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금지시켰다.

520일은 세계 꿀벌의 날이라 하는데, 사실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이다. 벌이 멸종하게 되면 인류 생존도 위협받게 된다. 이제 우리도 국내의 꿀벌과 야생벌을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모색하고 행동해야 할 때이다.

 

| 최진우 박사(환경생태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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