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아이와 놀자 [109]

초등학교 아이들이 놀이를 합니다. 지켜보니 거친 말을 쏟아 내는 아이가 있습니다. “! 이거 안 놔!”, “내 꺼야!”, “나 안 해!”, “저리 가!”, “니가 그랬잖아!”, 등등 감정적인 반응의 연속입니다. 거친 말을 하는 아이도 걱정이지만 듣는 아이도 걱정됩니다. 거친 아이가 없을 때 듣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대장 길동이가 말이 거친 것 같은데 어때?”

아이 . 길동이가 말이 거칠어요. 놀이할 때 자기 위주에요. 술래 없는 놀이 할 때는 안 그런데 술래 있는 놀이 하면 그러더라구요.”

대장 기분 안 좋은 것을 자주 듣고 보면 배우게 될 텐데 괜찮아?”

아이 알아요. 나쁜 말은 계속 들으면 썩어요.”

대장 길동이와 계속 함께 하려면 마음이 강한 네가 길동이에게 나쁜 행동을 알려주고 함께 바꿔보면 좋겠네. 나쁜 행동은 마음이 약한 친구가 하는 거니까. 어때?”

아이 .”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많은 아이와 놀다보면 아이들 수만큼 아니 그 이상 더 많이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모든 일을 일일이 챙겨 대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전에 예방할 수 없습니다. 사후에 대처할 뿐입니다. 일은 언제나 벌어지고 선택도 언제나 해야 합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선택할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말의 힘은 셉니다. 말을 선택하게 합니다. 부정적인 말도 긍정인 말도 각각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정과 긍정의 말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의지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방향으로 삶은 흘러갑니다. 부정적인 말은 부정적인 삶으로,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삶으로 서서히 흘러가게 합니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아이가 많이 경험하는 환경이 아이를 만듭니다. 부정적인 환경이면 부정적이기 쉽고 긍정적인 환경이면 긍정적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환경이라고 무조건 부정적인 아이가 되고 긍정적이라고 무조건 긍정적인 아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삶이 희망적이지 않으면 긍정적일 수 없습니다. 삶의 희망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입니다. 가치를 인정받는 아이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부정적 환경에도 아이는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숲에 때때로 강한 바람이 붑니다. 강한 바람은 숲의 나무들을 좌우로 흔들어 댑니다. 나무에 기대어 보면 흔들리는 범위가 생각보다 큽니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나무를 걱정하며 줄기를 따라가며 하늘로 뻗은 가지들을 바라봅니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립니다. 나무는 바람에 지지 않으려는 듯 하늘에서 땅으로 갈수록 흔들림을 줄이며 팽팽히 맞섭니다. 이번 바람을 견뎌 낸 나무는 더 깊이 더 넓게 뿌리를 내려 다음 바람을 준비할 겁니다. 튼튼한 뿌리가 준비된 나무는 더 센 바람도 이기고 더 높게 성장할 것입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도 강한 바람이 자주 일어날 겁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알 수 없는 바람도 많을 겁니다. 아이가 바람에 맞서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굳건한 뿌리가 필요합니다.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 마음이 필요합니다. 긍정적 마음은 존재 가치에 뿌리를 둡니다. 아이는 그 자체로 존재 가치를 존중받아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 사랑합니다. 사랑을 느끼는 아이는 스스로를 가치 있게 생각합니다. 아이가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낄 때 아이의 뿌리는 더 깊이 더 넓게 자랍니다.

 

사진은 본 이야기와 관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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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랍니다. 존재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생명 그 자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아이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바람에 맞서 싸우며 선택한 결과에 책임지며 성장할 것입니다.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아이는 숲의 커다란 나무로 성장해 작은 나무를 보호하는 멋진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겁니다.

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바람 부는 숲에 가보시면 숲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아이와 숲에 가서 나무를 보며 이야기 나눠보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 정문기(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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