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2022년 5월 3주)

선거철만 되면 플라톤의 격언이 회자하곤 한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은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하고, 혐오하다 보니, 오히려 우리가 우리보다도 못한 나쁜 놈들에게 지배당한다고 한탄하며 플라톤이 말한 것처럼 인용하는 매우 유명한 격언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현재 이러한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곤 한다. 새 대통령에 대한 실망과 앞으로의 5년이 걱정되어서 하는 말들일 것이다. 그러나 플라톤이 한 저 말에는 정반대의 무서운 계급주의적, 엘리트주의적 관점이 숨어 있다. 원전을 찾아보자.

τς δζημας μεγστη τὸ ὑππονηροτρου ρχεσθαι, ἐὰν ματς θλῃ ἄρχειν (But the greatest penalty is to be ruled by someone worse if a person is not willing to hold office himself) - 플라톤 국가 347c

해당 원문을 번역한 영문의 뜻을 풀어보면, ‘가장 큰 처벌은 (공직을 맡아야 하는) 한 사람이 공직을 맡고자 하지 않을 때, 그보다 못한 사람에게 통치를 받게 되는 것이다로 해석된다. 이는 통치를 할 만한 사람이 통치해야 한다는 플라톤의 계급주의적, 엘리트주의적 정치관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구절이다.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중우정치로 혐오하고, 철인에 의한 통치를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구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의 계급론과 철인정치야말로 나치즘을 탄생시킨 전체주의와 독재의 초석이라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정리하면 해당 격언은 정치엘리트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정치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우매한 것들에게 통치를 당하니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해당 격언을 마치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자신보다 못한 정치인의 통치를 받게 된다고 잘못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톤이 20225, 우리나라에 온다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새 대통령을 맞은 우리나라를 자신보다 못한 정치인의 통치를 받고 있다고 진단할지, 아니면 제대로 된 엘리트 정치인이 그 자리를 잘 찾아갔다고 평가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우리 시민들이 꿈꾸는 그런 대한민국이 멀어진 것 같아 씁쓸하고, 어쨌든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다는 점에서 플라톤이 중우정치를 걱정하는 것을 공감하는 것 같은 이상 미묘한 기분이 들어 뒷맛이 너무 개운치가 않다.

그렇다면 저 격언을 오역하고 있는 것이 전혀 가치가 없는 것일까? 왜 이러한 오역이 일어났을까? 그 연원은 찾을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잘못 인용하는 경우는 어디서나 대동소이하게 나타난다. 무능하고 권위적인 그런 정치지도자의 탄생 앞에서 저 격언은 여지없이 대중적으로 널리 사용되어 오고 있다. 오역을 하고 있지만, 그 인용이 시기를 잘 반영한다면 그 나름의 의미도 있지 않은가 생각도 해본다.

우리의 현 상황을 보면 그냥 오역하여 인용하는 것이 맘에 편하기도 하다. ‘정치를 외면하고, 깊이 있게 성찰하지 않으며, 나아가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전 정권을 원망하며, 또 다른 정치 세력이 어떤 세력인지, 어떤 존재인지 고민하지 않고 화풀이하면서 표를 던졌다라고 여기며 그래 니들이 뽑았으니, 한번 당해봐라.’라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오역이지만 저 격언을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도대체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대통령 집무실을 대책도 없이 옮기느라 이래저래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모른다. 차량이 갑작스레 통제되어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통령 지각사태,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도 대통령이 NSC를 주재하지 않는다는지, 국무총리를 지냈으면서도 품격 없이 로비스트 짓이나 하는 퇴물을 다시 국무총리로 지명하고, 도저히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나아가 법적으로 흠결이 지나치게 많은 저질스러운 인간들을 장관으로 임명 강행하는 모습, 간첩 조작질, 성추행, 혐오 발언을 일삼는 자들을 대통령실 주요 인사로 임명한다든지, 정권교체의 틈을 노려 추가 세수가 50조나 생겼다고 조작질을 하는 기재부, 정권 초기부터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덮어 주고, 속칭 빨아주는 언론들의 모습을 보면 5년이 걱정되는 것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애써 위안도 해본다. 미국에 트럼프도 있었고, 러시아에는 푸틴이 건재하고, 중국에는 시진핑이 재연임을 할 것 같고, 일본에는 아베도 있었고, 정권교체는 요원한 나라라고. 차라리 우리나라가 그보다는 나은 상황이 아니냐고. 시간은 어차피 흐른다. 탄핵이 엊그제 같은데, 그 새 엄청난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정권이 바뀌었다. 그렇다. 그렇게 5년은 또 흘러갈 것이고,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하고, 열심히 살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오겠지. 기대하며 그렇게 희망을 갈구해 본다.

 

| 정종원((부천YMCA 회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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