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칼럼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둘러싼 말들이 이쪽저쪽에서 들려온다.

"최저임금을 차등적용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지난 대선은 노동이 안 보이는 대선, 노동 의제가 실종된 대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에 노동 목소리가 빠진 것은 아쉬움을 넘어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선거는 끝났고, 새 정부의 임기는 곧 시작된다.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언급한 것이 현실화 될 것인가가 이러저러한 말들을 만들어 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ㆍ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③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는 반문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도가 만들어진 배경과 이유 속에서. 단순하게 손익계산이나 이익단체들의 유불리에 대한 주장을 넘어서 말이다.

2023년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 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청한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접수를 시작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심각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와 결정 과정은 그 어느 해보다 순탄치 않을 것임이 눈에 선하다.

우리나라의 임금노동자는 약 2천만 명 정도 된다. 경총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1년 최저임금 미만을 받은 노동자가 약 3215천 명이며, 2021년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약 4077천 명이다. 이는 정부 통계를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해석한 것 일 수 있기에 노동계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인상 여부에 의해 임금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수치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최저임금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임금이 결정되는 노동자, 국민이 수백만이다. 이는 최저임금의 의미가 국민들에게 더욱 진지하게 접근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의 차등화는 현행법상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제가 시행된 1988년 첫해만을 제외하고 한 번도 차등적용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 이유가 무엇이었겠는가? 현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최저임금을 어떻게 차등적용 하겠다는 것인가? 도대체 기준은 있나?

청년에게, 고령자에게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할 것인가? 안 그래도 청년들과 고령자들의 높은 고용불안정성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더 심각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처럼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할 것인가? 지금도 근로기준법을 피해 가려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판을 치고 있는데, 도대체 어쩌잔 말인가?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물가와 생계비가 다르니 지역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나? 차등 적용되는 지역에 대한 대책은 있나? 업종을 나눠서 적용이 과연 가능할까? 점차 어려워지는 업종이 분명히 있을 수도 있지만, 해당 업종은 낙인이 찍혀버릴 것이 자명한데 어쩌잔 말인가? 차등 금액은 도대체 얼마를 둘 수 있나? 100? 500?, 1,000? 그러면 사업주의 수익성이 갑자기 좋아지나?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나? 자영업의 위기나 어려움이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임금 때문인가? 오히려 최소한의 상권도 보장하지 않는 대기업의 출혈경쟁, 높은 임대료, 불합리한 수수료 비율 등 다른 문제가 본질은 아닌가?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저임금제의 취지는 국민의 기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저수단이지 정치적 유불리나 수지타산을 계산하는 경제적 논리로만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애초부터 꺼내지 말아야 할 이야기였다. 최저임금이 차등 적용되면 커다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사용자위원들도 지금껏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면서 논란만 증폭시키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현대판 계급제도의 부활로 볼 수밖에 없다. 노동을 둘러싼 역사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노동시간은 점차 줄여나가야 하고, 노동자의 권리는 지속적으로 신장되어야 한다. 인간 사회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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