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의 설립과 활동 9
앞서 우리 부천지역에는 친일파 박제봉이 있고, 박제봉이 살았던 집과 무덤이 있어 이를 중심으로 다른 지역은 어떻게 일제 잔재 청산을 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유형의 일제 잔재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첫 번째, 노래비를 중심으로
충북 제천시에 유명한 박달재 고개가 있습니다. 박달재는 봉양읍과 백운면을 갈라놓은 험한 고개로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설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를 모티브로 하여 반야월은 1950년에 <울고 넘는 박달재>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반야월(1917~2012)은 본명이 박창오로 1942년 <결전 태평양>, <일억 총진군> 등의 군국가요를 작사하였으며, 1942년 <일억 총진군>, <조국의 아들-지원병의 노래>, 1943년 <고원의 십오야>를 노래 불렀습니다. 반야월은 2010년 6월 국회 간담회에서 친일 행적에 대해 공식 사과하였으며, 민족문제연구소 충북지부 제천단양지회와 제천의병유족회가 협력하여 2016년 3월 노래비 옆에 단죄비를 세웠습니다.
두 번째, 동상을 중심으로
경남 거제도에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안에 <김백일 동상>이 있습니다. 김백일 동상은 2011년 5월 27일 거제시와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함경남북도 중앙도민회, 창원보훈지청의 후원을 받아 세워졌습니다.
김백일(金白一, 본명 김찬규(金燦奎), 1917~1951년)은 일본 괴뢰정권인 만주국군 소위, 항일무장독립군 탄압을 목적으로 설립된 간도특설대 창설·대위를 지내면서 항일무장 독립군부대를 공격하고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하였으며 일제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특급 친일파입니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제막식 뒤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동상 철거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하지만 거제시는 법원의 결정이므로 철거할 수 없다고 하여 시민단체연대협의회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김백일 친일 행적 단죄비를 세웠습니다.
세 번째, 사업을 중심으로
경기도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도에 경기도 지역의 친일 문화 잔재를 조사하여 향후 친일 청산의 길잡이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경기도 친일 문화 잔재 조사 연구 용역>을 실시하였습니다.
사업은 친일 인명사전에 수록된 경기도 지역 친일 인물 조사, 경기도 내 산재한 친일 재산과 소재 조사, 친일과 관련된 시설, 건축물, 기념비, 동상 등의 친일 관련 조형물 조사, 일제 시기 만들어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 교가, 기념행사 등 무형의 잔재 조사, 지방 행정구역 개편을 통한 일제식 지명 개칭의 유형과 현재까지의 잔존 여부 조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종합적인 조사와 연구를 시행하였습니다. 또한 이 사업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후속 조치로 아카이브를 구축한 한편 문화총무과와 경기문화재단에서는 2020년부터 매년 경기도 친일 잔재 청산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는 2020년에는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삶을 비교한 <웹툰 ‘한 시대, 다른 삶’>을 제작하여 경기도 관내 2,400여 개 초중고에 도록을 보내 학교 내 도서관에 비치하였으며, 부천지부 홈페이지(minjok21.kr) 게시하여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2021년에는 경기문화재단의 2021 문화예술 일제 잔재 청산 및 항일 추진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생활 속 항일 음악 음원> 12곡을 제작하여 경기도 관내 학교 무료 배포하여 학교 종소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친일 잔재 상징물 안내판 설치 사업 안내문 작성 및 자문. 7개소 안내 문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홈페이지에 역대 도지사의 친일 행적을 표시하였습니다. 제1대 구자옥, 제2대 이해익, 제6대 최문경, 제10대 이흥배가 바로 그들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부천시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일제 잔재를 청산할까요?
다음과 같은 정책 제안을 합니다.
첫 번째, 부천시 차원에서 <일제 잔재 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조사 연구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부천에 남아 있는 항일 독립운동과 일제 잔재를 발굴해야 합니다.
두 번째, 일제 잔재가 위치한 자리에 안내판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부천역 남부에는 <소사역 하역노동자 동맹파업>과 <계남면사무소 습격 사건> 안내판이 2018년 경기문화재단에 의해 만들어져 있습니다. 현재 심곡도서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소사신사가 있었던 자리이며, 구) 소사구청은 일흥사가 자리한 곳입니다. 부천시 차원의 조치가 필요합니다.
세 번째, 시민들과 학생들이 알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강연과 수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부천시는 미래 교육센터를 세워 부천형 미래 교육 정책 및 의제 개발, 교육자원을 활용한 교육활동 연계시스템이 구축되어있습니다. 부천의 역사를 통해 문화, 사회, 예술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네 번째, 디지털부천문화대전 홈페이지에 실려있는 역곡동 고택에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던 집이라고 함께 적시해야 합니다.
경기도에서 홈페이지에 친일파 경기도지사를 표시한 것처럼 부천시에서도 역곡동 고택에서 친일파 박제봉이 살았다는 내용을 함께 넣어야 합니다.
글 | 박종선(민족문제연구소부천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