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23 – 부천방과후숲학교 대장 정문기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이지만 도시의 숲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린벨트라는 미명 하에 그나마 남아있던 숲들도 인간을 위한 집과 도로가 되기 위해 야금야금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의 숲은 외로워 보인다. 흡사 드넓은 바다 가운데 드문드문 떠 있는 섬 같기도 하고, 새벽하늘에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믐달 같기도 하다.

숲이 사라져가는 시대, 숲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본다. 예로부터 인간은 숲을 통해 생명을 영위하고 삶의 이치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숲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우리의 자애로운 어머니와 훌륭한 스승을 한꺼번에 잃는 것과 같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일찍이 숲의 위대함에 감동하여 숲 학교를 세우고 스스로 교장(자칭 대장)이 되었다. 성주산 · 거마산 · 원미산 · 도당산 · 작동산 등 그의 발길 닿는 곳이 곧 교실이자 운동장이고, 잠자리 · 나비 · 사마귀 · 올챙이 · 산딸기 · 참나무 · 산벚꽃 등 수천수만의 선생님이 그와 함께하므로 규모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학교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그 실체를 알아보지 못한 학부모들 때문에 학생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벌써 8년째 숲 학교를 운영 중인 남자가 이번에 두 번째 책을 냈다. 숲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이자 선생님이라는 믿음 때문에 내용은 당연히 숲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숲 이야기라고 해서 아이들이 읽어야 할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특히 자녀가 배려와 협동, 공존의 가치를 지니며 살기를 바라는 학부모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답이 나온다.

남자의 이름은 정문기이다. 그는 콩나물신문협동조합 설립 초기부터 신문과 함께해온 원조 콩나물 맨으로 현재는 조합의 감사를 맡아 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9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참글세상)에 이어 두 번째 책 숲에서 만난 아이들(.)을 펴낸 정문기 작가를 콩나물신문 더 피플이 만나봤다.

 

부천방과후학교 대장, 정문기 작가
부천방과후학교 대장, 정문기 작가

 

정문기 작가님 안녕하세요. 먼저 작가님의 두 번째 책 숲에서 만난 아이들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콩나물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묶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간단한 자기소개 및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천방과후숲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장 정문기라고 합니다. 2015년부터 아이들과 숲에서 놀기 시작해서 올해로 8년 차 숲 활동을 하고 있네요. 특별히 숲을 공부한다기보다 숲을 느끼며 즐기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어 다니기 시작하는 아이들부터 뛰어노는 아이들까지 숲에 가고 싶은 아이, 부모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 숲에서 만난 아이들은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로 책을 엮었습니다. 매달 꾸준히 글을 쓸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해 준 콩나물신문이 책의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기사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누구나 읽어도 좋은 수필 형태입니다. 주 내용은 숲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숲 활동이나 육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합한 책입니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공감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을 느껴지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네요.

 

2020916일 자 콩나물신문에 정문기 작가님이 쓰신 우리 집 공과금 고지서를 공개합니다라는 글을 봤는데 그 당시 에너지 소비현황이 동일면적 평균보다 거의 절반가량 낮더라고요.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지낸다고 들었는데 혹시 지금도? 그리고 이렇게 악착같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지금도 에어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악착같이 절약하는 것은 아닌데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하하하

딱히 이유는 없고 여름에 더운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건강하다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냉방병이란 말은 에어컨이 없다면 생기지 않았을 단어잖아요. 그런 부자연스러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라 생각해요. 물도 냉장고에 넣지 않고 실온으로 먹고 있어요. 차를 타기보다는 걸어요. 그게 편하니까요.

기후 위기 등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소비를 최소화하는 생활도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아요. 과식하지 않고 쓰레기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쓰고 못 쓰면 나누는 형태로 적당한 에너지만 사용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점점 날이 더워져서 2~3년 전까지는 에어컨 없어도 그럭저럭 지낼 만했는데 최근 몇 년은 정말 힘든 날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제 자연스럽게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없어질 것 같다는 걱정도 됩니다.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201911, 작가님의 첫 번째 책 도시 숲에서 아이 키우기북 콘서트 때 숲이 미래 인재를 키운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신 바 있습니다. 숲과 미래 인재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래에 필요한 인재에는 항상 소통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무엇이랑 소통하느냐의 문제인데 보통은 사람 간의 소통을 이야기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일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역량이죠. 미래에는 지금보다 일이 세밀화되고 다양화되면서 더 많은 사람이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협력하기 위한 요소로 다양성, 직감, 행동을 강조해 드리고 싶어요.

다양성은 더 많은 사람과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고 직감은 예상 밖의 일들이 발생할 때 스스로의 느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고 행동은 생각한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하나하나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미래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것입니다.

이 세 가지 역량은 숲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숲은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수많은 생명이 함께 유기적으로 살아가죠. 숲은 오감으로 느낍니다. 활동하며 직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숲에서는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어린 시절 숲에서 놀이 경험이 행동이 되고 오감으로 느끼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며 다양성을 키웁니다. 다양성, 직관, 행동을 키우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네요. 덤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생태 감수성까지 키워 생명을 사랑하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번에 출판하신 책 숲에서 만난 아이들서문에 이 책이 자연을 닮은 아이로 성장시키고 싶은 부모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어른들이 함께 보며 공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적었는데 자연을 닮은 아이란 어떤 유형의 아이인지 보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자연을 닮은 아이는 자연스러운 아이입니다. 스스로 보고 만지고 느끼는 아이입니다.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해보는 아이입니다. 부모, 학교, 핸드폰 등으로 사회화되면 아이는 부자연스럽게 변해 갑니다. 호기심도 잃고 어른의 시선으로 행동합니다. 로잉(노 젓기) 운동을 가르치는 코치님이 했던 이야기에 공감합니다. 아이들은 자세히 자세를 가르쳐 주지 않아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적의 자세를 잡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가르쳐 줘도 잘 안 된다고 해요. 기존에 자세나 태도가 고정되어 있다는 거죠. 아주 어린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사랑스럽고 이쁘게 보이죠? 아이는 그 자체로 자연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멋진 풍경을 보면 기분 좋은 것처럼요. 반대로 보통 어른들을 보고 있으면 이쁘게 보이세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하하하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벌써 8년째 숲에 다니면서 숲을 효율적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으신데, 방과후숲학교 대장으로서 대장님의 학교에서는 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소개해주세요.

가르치는 것 없습니다. 그냥 놀뿐입니다. 행동하고 만지고 맛보고 뛰고 소리 지르고 등등 무엇이 되었건 아이가 상상하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는 겁니다. 저는 그냥 공간을 마련해 주는 정도입니다. 그 공간에서 저도 생각하고 만지고 맛보고 뛰며 노는 거죠. 함께 놀기도 따로 놀기도 하며 각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공간입니다. 숲에서 아이가 자유롭고 존중받는 느낌을 배우면 좋겠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곳, 하나의 생명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곳, 즐거운 곳이면 됩니다. 그것만 느껴도 큰 배움이고 아이가 살아가는데 숲이 큰 버팀목이 될 겁니다.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조금 어려운 질문입니다. 숲이 아무리 훌륭한 스승이라고 해도 자녀가 막상 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부모들은 숲보다는 학원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작가님의 책이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당장은 도움이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게 언젠가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처음부터 모든 것이 이뤄지지 않듯이 바른 방향이라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자연도 그렇거든요. 갑자기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자연의 변화는 느려요. 사회변화가 빨라 세상이 쉽게 바뀌는 것 같지만 생명들은 천천히 진화합니다.

부모님들이 바쁘고 현실에 타협해서 학원에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좋은 결정을 선택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선택에 용기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쉽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인간은 생각을 통해 자연보다 더 빨리 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이유는 바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네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숲에 공감하면 바뀌지 않을까요?

 

정문기 작가의 신간 『숲에서 만난 아이들』
정문기 작가의 신간 『숲에서 만난 아이들』

 

작가님의 책이 많은 독자에게 아이와 부모, 아이와 자연, 아이와 아이,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도 숲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숲에서 노는 모습을 보거나 함께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한 숲에서 계속 즐겁게 만나고 싶어요.

부모님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 강의실, 화상회의 어디에서든 만나고 싶어요. 숲과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선택권은 아이보다는 부모님께 있으니까요. 숲에 관심 있는 부모님들이 자녀와 좀 더 쉽게 자연을 만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네요.

도시에 숲 놀이터가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아이들이 숲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자주 만나야 하고 자주 만나기 위해 가까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초등학교 운동장이 숲이 되는 겁니다. 초등학교의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대신 나무와 풀이 있고 언덕이 있고 시냇물이 흐르는 숲을 상상합니다. 생각만 해도 좋네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이종헌(편집위원장)

 

이주희 작가 글씨‧그림
이주희 작가 글씨‧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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