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4

따사로운 햇살과 보드라운 바람이 살갗을 간질이고 향기로운 아카시아도 흰 꽃을 줄줄이 피우는 계절입니다. 학창 시절 아카시아 꽃잎을 후루룩 훑어 먹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그 친구들도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할 테지요. 친구란 뭘까요? 친구를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하듯이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이 있어 함께 보려고 합니다. 바로 기무라 유이치의 폭풍우 치는 밤에입니다.

이 책은 처음 폭풍우 치는 밤에, 나들이, 살랑살랑 고개의 약속, 염소사냥, 다북쑥 언덕의 위험, 안녕, 가부, 보름달 뜨는 밤에7편의 짤막한 단편을 모아 가부와 메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인기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는데 오늘 읽으려는 책은 바로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폭풍우 치는 밤에입니다.

폭풍우 치는 밤에는 먹이사슬 관계인 늑대(가부)와 염소(메이)가 하룻밤 사이 친구가 되어 둘만의 비밀 우정을 지켜나가는 그림 동화입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맛보기로 애니메이션을 살짝 보여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가부와 메이의 우정이 정말로 가능할지 궁금해하는데요, 책의 표지 그림만 보면 그런 일은 불가능할 것 같아 보이거든요. 그래도 영상을 본 후라 책 속에서 실감 나는 대화를 보고 아이들은 친구란 먹고 먹히는 관계도 잊어버리게 하는 돈독한 사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극 중 대사에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가부의 말은 메이의 존재를 인식하는 가부의 심리를 잘 보여 주고요, “둘 중 누가 살아남든지 누가 굶어 죽든지 아무 상관 없어. 이러나저러나 두 번 다시 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으니까. 그게 너무 슬퍼라는 가부의 고백은 메이의 존재를 가장 극대화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또 책에는 영상에 다 나오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요. 친구로서의 존재 가치를 크게 느낄 때 비로소 친구라는 말이 빛나는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나옵니다. 메이가 얼어 죽으려고 할 때도 그렇고, 목숨을 걸고 가부가 늑대들과 죽기 전까지 싸우는 장면에서도 다들 어쩌면 좋아하는 아쉬움을 내뱉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 책이 정말 재미있고 친구와의 우정을 어떻게 지켜나가야 할지 깨달았다고 소감을 말하기도 하는데요,

책을 함께 보고 나서는 친구가 무엇인지 가부와 메이의 대사 중에서 기억나는 대사로 꾸며보게 하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서로 재미있게 발표합니다. 또 책 속에서처럼 나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진정으로 지켜줄 수 있는 친구가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세요. 그러고는 스크래치 북을 준비하여 친구 얼굴을 그리고 친구를 소개하는 글이나 장점을 적어보게 해보세요. 아이들은 스크래치 북을 사용하면서 즐거워하고 또 친구에 대해 적으면서 웃기도 합니다. 그런 후에 만약에 나라면 비밀 친구와 사용할 암호를 어떻게 정할지, 오두막집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써보라고 하면 아주 좋아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너희가 생각하는 친구는 어떤 사람이야? 한번 적어볼래?” 이렇게 하면 아이들은 친구가 어떤 존재인지 각자 생각을 말하게 되지요. “집에 갈 때 같이 가는 친구요.” “아플 때 생각나는 친구요.” 또는 같이 놀아주고 게임하는 친구요.”

 

 

아이들은 이처럼 친구에 대하여 잘 알고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 미안했던 일, 속상했던 일, 그리고 즐거웠던 일도 적게 해보세요. 아이들의 친구 관계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좋은 우정을 유지하는 비결도 들려주시고, 어릴 때 이야기도 모처럼 들려주세요. 아이들은 진정한 친구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책 속에서처럼 덜렁거리고 충동적이고 유혹 앞에서 흔들리는 가부의 모습이나 새침데기 같고 조금 영악하면서도 당당한 메이의 모습은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런 가부와 메이의 모습이 영상으로, 책으로 엮어졌기에 더 친근감 있고 사뭇 인간적이기까지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친구끼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친구가 위험에 빠졌을 때는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도, 서로의 소중함을 친구라는 관계를 통하여 아주 실감 나고 소중하게 일깨워주는 책이므로 영상과 함께 꼭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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