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지키는 개』 / 무라카미 다카시 글·그림 / BIROSSO

여러분은 요술 램프 지니에게 무슨 소원을 부탁하고 싶으세요? 잠시 생각해 보시고 종이에 한 번 적어보세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분들이 잠시 고민하더니 쓰기 시작한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니 눈과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지는 듯하다.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로또 1등 당첨이 꽤 많다. 이어 집 구매, 건강, 시험 합격, 취업과 진학, 여행 등등 다양한 소원이 등장한다. 진행자가 돌아가며 소원의 이유를 묻자 이구동성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제각기 바라는 바는 달라 보이지만 결국 행복으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 누구도 직접적으로 행복을 소원으로 쓴 사람은 없었다는 사실이다. 정작 바라는 바는 행복인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행복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행복할 것 같은 조건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행복. 사람마다 행복의 그림은 다를 수 있겠다. 소유와 누림을 기준으로 더욱더를 외치며 작년보다, 어제보다 더 갖고 누림으로 뇌에 만족이라는 도파민이 가득 채워져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분들은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며 행복을 경험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자신을 보는 것으로, 또 자녀들이 성공하는 것으로, 공평과 정의의 사회를 보면서 행복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바람들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해서 우리의 실상 마음은 행복하고 싶다는 소망과 희망, 기대라는 단어로 채우고 있을 뿐이다. 마치 별을 지키는 개처럼 말이다. 그래, 언제인가는 나도 행복해지겠지.

얼마 전에 도서관 회원이 만화를 기증해 주셨다. 이렇게 기증해 주시는 이웃들이 있어서 도서관 서가가 풍성해진다. 더구나 만화를 기증해 주시면 행복하기까지 하다. 기증받은 책을 정리하는데 일본 만화 별을 지키는 개의 표지가 눈에 띈다. 노란 해바라기밭 한가운데 흰 개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데 뭔가 슬픔이 묻어난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먼저 읽어야겠다 싶어서 홀린 듯이 가방에 넣었다. 그러나 바쁜 일정으로 책을 챙겼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회의와 모임에 지쳐 멍하니 앉아 있던 어느 날 오후, 열어둔 가방 사이로 툭 튀어나온 별을 지키는 개의 표지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표지를 무심하게 바라보는데 웃고 있지만 슬픈 기운 가득한 흰 개가 광장지기님, 안녕하세요? 이 책 한번 읽어주세요하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거부할 수 없는 요청으로 다가온다. 거절한다면 흰 개가 너무 슬퍼할 것 같다.

 

 

평범한 가정에 입양된 작고 흰 강아지. 강아지를 반대했던 남자는 어느덧 강아지를 돌보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그 사이 강아지를 데리고 왔던 남자의 아내는 이혼을 선언하며 남자의 곁을 떠나고, 하나뿐인 딸 역시 혹독한 사춘기를 겪으며 남자에게서 멀어진다. 이혼 이후에 남자에게는 오직 흰 개만이 남는다. 그리고 남자와 개, 이 둘의 여행이 시작된다. 지병이 있던 남자는 자신의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자신의 시간 마지막까지 흰 개, 해피와 함께 깊은 교감을 나눈다. 재미없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던 남자는 적극적으로 돌봐야 할 책임과 사랑 가운데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해피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해피 곁에서 눈을 감고, 남자를 아빠로 부르면 사랑했던 해피도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아바 옆에서 맞는다.

찡한 코끝에 훌쩍거리는 모습을 주책이라고 해도 좋고, 갱년기라도 해도 어쩔 수 없다. 별을 지키는 개4~50대 아버지들이 보면 좋겠다. 행복을 갈망하지만, 지금 행복을 누리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 행복은 미뤄두고 열심히 달리는 아버지들이 읽고 작은 행복을 누리면 좋겠다.

*제목 별을 지키는 개개가 마치 별을 가지고 싶은 것처럼 계속해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 유래한 말로, 손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갈구하는 사람을 뜻한다.

 

| 남태일(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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