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24 -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연이은 사망 소식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과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날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30년간 돌보던 중증장애인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숨지게 하고, 본인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경남 밀양에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가 투신 사망했고, 이달 3일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20대 발달장애 형제를 홀로 키우던 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부모연대) 측은 전국 각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제를 열며 중증,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역시 지난 9일 수원역 내에 발달·중증 장애인 참사 경기도 분향소를 설치하고 올해 발생한 발달장애인 가족 참사 7건 중 3건이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경기도는 낮 시간 데이 서비스, 직업 서비스, 주거 서비스 등이 포함된 24시간 지원체계를 마련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달장애는 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처럼, 선천적 또는 초기 발달과정의 문제로 인해 사회성, 지능, 언어 및 정서 조절 발달과정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상태다.

전체 장애인 수는 증가하지 않는 데 반해 발달장애인은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여 현재 전체 장애인의 9.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또 전체 장애인의 장애 정도가 대부분 경증 장애의 비율이 높은 데 반해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는 전체 100%가 중증 장애로 분류될 만큼 발달장애인을 둔 가정의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에 전국의 247천여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정부의 24시간 지원체계구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들

 

지난달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모델확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과 행동발달증진센터 확충 등의 계획을 내놓았으나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그 범위가 어디인지 합의된 정의가 없고, 다른 정책 역시 구체적인 계획안이 존재하지 않아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을 만나 발달장애인 양육의 고충과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허혜영 회장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 오정아트홀에서 열린 나눔꽃챔버 오케스트라 연주회 잘 봤습니다. 현재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을 맡고 있으신데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자폐성 장애 아들을 둔 엄마 허혜영입니다. 그리고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부회장을 맡고 있는 7년 차 장애인 부모 활동가입니다. 또 아들과 함께 나눔꽃 챔버 오케스트라단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눔꽃챔버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지닌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발달장애인과 부모, 강사, 재능기부자로 구성되어있는 오케스트라입니다. 서로의 소리를 들어가며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배우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나눔꽃챔버는 또한 음악인으로 성장하여 지역에서의 자립을 꿈꾸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정아트홀에서 열린 ‘나눔꽃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연주 장면
지난달 29일, 오정아트홀에서 열린 ‘나눔꽃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연주 장면
연주회 시작 전,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이 장덕천 부천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주회 시작 전,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이 장덕천 부천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주회가 끝나고 단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장덕천 부천시장(뒷줄 중앙).
연주회가 끝나고 단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장덕천 부천시장(뒷줄 중앙).

 

최근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던 40대 어머니가 여섯 살 아이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망 소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자녀의 양육이 특별히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달장애는 의사소통이 안 되기 때문에 전반적인 양육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흔히 일방통행이라고 말하는데 의사소통에 있어서 주고받음이 안되니까, 같은 말, 같은 행동이 무한반복이 되풀이되니까, 사람이 지치게 됩니다. 그 대상이 대부분 엄마들인 거죠. 그리고 어린아이 부모일수록 자녀의 장애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구요. 우리 아들은 제가 티브이 보는 거, 티브이 보면서 웃는 거, 저녁 시간에 걸려 온 전화 받는 거, 정말 싫어해요, 싫어하는 거 알지만 어쩔 수 없을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바로 행동으로 보여줘요. 집안의 벽, 그것도 합판 부분만 골라서 발로 차서 부시고, 물건을 던지는 등 좋지 않은 행동들을 하는데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르겠는 거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엄마인 저는 순간 미치는 거예요. 이런 일이 일상에서 무한 반복되어 일어난다고 보시면 이해가 되실까요?

 

2022년 4월 19일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
2022년 4월 19일 청와대 앞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허혜영 경기장애인부모연대 부천지부 회장

 

지난 38,경기도청앞에서발달장애인에대한24시간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셨는데 24시간 지원체계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3월 초에 경기도에서 같은 날 두 명의 발달장애 자녀가 자신의 엄마로부터 살해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과 갓 스물을 넘긴 앳된 딸이.

발달장애 자녀로 인해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내 자식을 죽이고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참으로 나쁜 엄마들이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엄마입니다. 우리는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국가에 묻고 싶습니다. 이 죽음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입니까? 이것은 타살입니다. 우리가, 사회가, 국가가 방치한 엄연한 사회적 타살입니다. 더 이상 내가 내 아이를 죽이는 일만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더 이상 우리 엄마들이 살인자가 되지 않도록 국가가 나서야 합니다.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지금의 현실에서 오롯이 가족이 책임지는 구조로 가족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사람으로서 행하지 말아야 할 극단적 선택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더 이상 장애 가족이 돌봄에 대한 무게로 인해 가족을 살해하는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낮 활동 서비스, 일자리 서비스, 주거 서비스 등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합니다. 그래서 각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서 지원받아야 하는 거죠.

 

 

최근 들어 발달장애인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장애인 유형 중 발달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0107.0%에서 20219.6%로 높아졌다는 통계 보고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은 일상 모든 영역에서 상당한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모들은 돌봄 과정에서 엄청난 부담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데 부모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 경우를 봐도 부부 중 한 명은 경제활동을 접어야 했구요. 수입은 반으로 줄었는데 반대로 지출은 몇 배로 늘어 났어요.

발달장애인 교육비가 비싼 건 아시죠? 소위 말하는 특수교육 사교육비는 비장애 사교육비의 2배 정도 됩니다. 아이가 어릴 때일수록 특수교육에 많은 돈이 들어가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구요. 부모 맘이 다 같거든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것저것 다 합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라도 졸업하고 나면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마땅히 갈 곳도 없고, 또 줄어든 활동 지원 시간으로 인해 부모님의 돌봄 부담이 더 커지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현재의 활동 지원 제도는 발달장애인에게 대단히 불리합니다. 여전히 신체장애 위주로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서 활동 지원 시간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이 태반입니다.

 

지난 4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경복궁역 단식농성장에서 아들과 함께 단식농성에 참여한 허혜영 회장
지난 4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 경복궁역 단식농성장에서 아들과 함께 단식농성에 참여한 허혜영 회장

 

지난 4,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장애인과 가족 등 556명이 삭발했고, 4명은 보름 동안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습니다. 허혜영 대표님도 아드님, 남편과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삭발투쟁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엄마가 없어도 혼자서 지금처럼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아들 명재를 두고 떠날 때 맘 편히 눈 감을 수 있는 믿음직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들 명재가 누나의 짐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가 너를 위해 세상의 벽과 당당하게 싸워서 바꾸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 그날을 위해 우리는 삭발투쟁을 당연하게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투쟁을 합니다. 우리 엄마들은 이삼십 대 여성들처럼 SNS 세대가 아니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삭발, 단식, 농성 등 이렇게 조직된 투쟁을 몸으로 보여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남편과 아들도 기꺼이 머리를 깎았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남편과 아들도 기꺼이 머리를 깎았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하고 법과 제도도 미비합니다.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지, 또 비장애인들에게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의외로 답은 아주 간단합니다. 모든 시선을 동등하게 보고, 동등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모든 장애인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면 그 환경을 100% 더 누리고 사는 사람이 비장애인입니다. 이거 한 가지만 인식하면 됩니다. 장애인으로 인해 비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편리하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가를 말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은 사실 비장애인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장애인과 그 가족이 먼저 당당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역사회에서 자주 보여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해야 합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과 용기, 그리고 굳건한 연대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전국의 부모님들께 희망과 용기와 연대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장애 가족으로 인한 중압감 때문에 가족을 살해하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더 이상 죽지 말고 같이 삽시다. 우리 죽을 용기로 함께 투쟁합시다. 우리는 죽지 않고 같이 살려고 투쟁합니다. 내 자녀와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 봅시다. 질긴 자가 승리한다고 했습니다. 절대 지치지 말고 함께 싸웁시다. 내 자녀가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우리가 만듭시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우리 엄마들이 또 한 번의 역사를 쓰겠습니다. 그 길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다. 투쟁!”

 

| 이종헌(편집위원장)

 

이주희 글씨, 그림
이주희 글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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