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20192월 개봉한 영화 증인(감독 이한)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와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다. 2005년에 나온 영화 말아톤450만 관객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그래도 발달장애를 소재로 한 최근 작품으로 나름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지우의 나이는 15, 우리가 흔히 자폐라고 부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ASD)는 아동기에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애, 언어성 및 비언어성 의사소통 장애, 어떤 것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상동적 행동과 관심을 특징으로 한다.

지우 역시 감정 표현이 서툴고, 같은 말을 반복하며 표정, 억양, 몸짓 등 상대방의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한편으로는 퍼즐과 퀴즈에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고 작은 소리에 민감하며,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마치 사진을 찍듯 정확히 기억한다.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씨네21)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씨네21)

 

어느 날 새벽 지우는 우연히 길 건너편 집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검찰 측은 지우의 진술을 토대로 가정부 오미란이 80대 노인 김은택을 살해하고 자살로 위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정부는 노인의 자살을 막으려고 했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한다.

오랫동안 민변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년 전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순호는 로펌 대표의 주선으로 국선변호사로서 오미란의 변호를 맡게 된다. 순호는 오미란의 살인 누명을 벗길 유일한 방법은 목격자 지우의 진술을 뒤집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지우의 집을 찾아가지만 지우 어머니로부터 거절당한다. 한편 지우와 소통할 방법을 찾던 순호는 이번 사건의 검사를 맡고 있는 희중에게 방법을 알려달라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자 희중은 이렇게 대답한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과 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걸음걸이를 맞추면 됩니다.

자폐인들은 저마다의 세계가 있어요.

거기서 나가기가 힘들죠.

?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나가기 힘든 사람과 소통하고 싶으면 당신이 거기로 들어가면 되잖아요?”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순호는 지우가 퍼즐과 퀴즈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퀴즈를 매개로 매일 5시에 지우와 통화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우가 친구 신혜에게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순호는 지우를 구해 병원에 입원시키고, 이를 계기로 지우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지우가 퇴원하던 날, 지우의 방에서 대화를 나누던 순호는 벽에 붙어있는 그림에서 지우의 꿈이 변호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 변호사가 되고 싶니?”

변호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하지만 지우가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로펌 대표와 순호는 지우의 자폐를 정신병으로 몰아가고, 지우의 증언이 증거로서 부족하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오미란의 무죄를 이끌어낸다. 정신병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지우는 순호와의 통화에서 나는 정신병자입니까?”라고 묻고 다시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한편 순호는 오미란이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후 그녀의 행동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자신이 로펌 대표와 사망자 김은택의 아들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은, 회계사인 아들이 오미란을 시켜 아버지를 살해하고 로펌 대표에게 부탁해 이를 자살 사건으로 위장하려 한 것이었다.

뒤늦게 속은 것을 알고 괴로워하던 순호는 진실을 밝히기로 하고 언젠가 지우가 물었던 질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에 대한 대답을 준비한다. 검찰의 항소로 이루어진 2심 재판에서 순호는 지우가 뛰어난 청력과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해 보이면서 마침내 오미란의 자백을 이끌어낸다. 그는 법정에서 이렇게 절규한다.

편견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억울하게 제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믿지 못했고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했습니다. 왜냐면 저는 저 자신만을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증인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런데 그 아이는 이 법정에 다시 섰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요. 여러분, 저는 이렇게 정확히 증언하는 증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증인은 계속해서 진실만을 말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제가 지우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오미란 씨, 이제 진실을 말해주시겠습니까? 그래야 제가 오미란 씨를 도울 수 있습니다. 자백하면 형량이 줄어듭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드님, 보셔야죠. 오미란 씨, 누가 살해를 지시했습니까?”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영화 『증인』 스틸컷 (사진 출처 다음 영화)

 

재판이 끝난 후 로펌 변호사를 사직한 순호는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영화는 지우가 생일날 그를 찾아온 순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영화 증인사람은 모두 다르다라는 대전제 속에서 자폐 역시 그 다름의 한 표현일 뿐이라고 말한다. 비록 자폐인이 겪는 어려움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충분히 담아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다름이 결코 차별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250만 관객에서 멈추지 않고 국민 모두가 관객이 되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영화 『증인』 포스터
영화 『증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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