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5

30를 웃도는 낮 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의 열기로 땀을 흠뻑 흘리는 아이들이 에어컨 바람을 찾는 날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시원한 수박을 썰어주며 함께 보면 좋은 책이 있어 같이 보려고 합니다. 바로 <국시꼬랭이 동네> 출판사에서 나온 이춘희 작가의 쌈닭입니다.

이 책은 잃어버린 우리의 자투리 문화를 찾아가는 <국시꼬랭이 동네> 출판사의 여섯 번째 책입니다. 아이들이 국시꼬랭이가 뭐냐고 묻는데요. 친절하게도 책에 국시꼬랭이는 국수를 만들고 남은 국수 꼬리를 일컫는 사투리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책을 함께 볼까요? 겉표지만 봐도 두 닭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묻기도 전에 먼저 말들을 합니다. “선생님, 닭들이 싸우려나 봐요.”라고 하기도 하고, “두 닭이 크기가 다른데 싸움이 되나요?”라고 하면서 두 닭의 몸집을 살피기도 합니다. 그럴 땐 서둘러 책을 넘기는 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소하는 길이지요.

면지를 살펴보면 온통 깃털이 널려있는 그림입니다. “얘들아 이 그림은 왜 이럴까?” “당연히 닭들이 싸워서 떨어진 깃털이지 않을까요?” “선생님, 닭들은 어떻게 싸워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궁금해하면서 책을 얼른 보자고 난리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주인공인 춘삼이 닭에게 모이를 주다가 동네 최고 대장 닭에게 혼쭐나는 것으로 전개됩니다. 게다가 대장 닭 주인인 달석이한테도 놀림을 받으니 춘삼이는 자기네 장닭인 장돌이를 훈련시켜 대장 닭과 결투를 벌이기로 하지요. 달리기도 하고, 장대에 줄을 달고 높이뛰기도 하게 하고, 목과 다리를 튼튼하게 한답시고 고추장 바른 미꾸라지를 먹게 하는 훈련까지. 비가 오는 날에도 춘삼이와 장돌이의 훈련은 계속됩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동네 최고의 장닭은 누가 될까요? 사내아이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펼쳐집니다.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이 마음껏 소리 지르며 응원하도록 해보세요. 실제 닭싸움을 구경하듯이 대장 닭이나 장돌이를 응원하게 하면, 아이들은 대장 닭 이겨라!”, “장돌이 이겨라!”라고 소리를 지르는 동안 학교나 집에서 있었던 기분 나쁜 일이나 감정들을 날리면서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합니다. 더구나 끝까지 응원하면서 읽으니까 더 신이 납니다.

깃털을 바짝 세우고 벌이는 두 마리 닭의 사투에, 꼬마들의 응원까지 겹치면서 책은 이미 닭 싸움터에 와 있는 분위기가 됩니다. 마구 달려들어 물어뜯고 쪼아대는 격렬한 닭싸움 장면에 아이들은 어느새 눈 앞에 펼쳐지는 생동감 있는 현장을 실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책이지만 세세한 그림의 터치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통하여 아이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닭에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특히 뒷덜미가 물려서 피가 나는 장면이나 고꾸라지는 장면에서는 격하게 동화되어 감정표현을 마구 드러내며 표현하기도 합니다. 닭싸움을 보면서 아이들의 숨은 감정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콱 물어!” 혹은 얼굴을 쪼아!” 같은 말들이야 응원하면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어른들의 잔혹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들이 있곤 합니다. 은연중에 나온 말이긴 해도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설명해 주는 것도 우리 어른들의 몫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들이 평소 은연중에 어떤 말들을 자주 사용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 놀이처럼 소리 지르며 읽으니 아이들이 신나고 즐거워하여 아주 좋습니다.

옛날에 닭싸움은 즐거운 놀이였다고 합니다. 마당이나 텅 빈 들판에서 수시로 닭싸움을 붙여 최고로 힘센 장닭을 가려냈다고 하지요. 닭싸움에서 승부를 가려내는 방식은 싸움 도중에 주둥이가 먼저 땅에 닿거나, 땅바닥에 먼저 주저앉거나, 또 죽거나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면 싸움에서 지게 되는 거지요. 또 어른들의 닭싸움과는 달리, 개구쟁이 아이들끼리의 닭싸움은 동네 최고 장닭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승부욕과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니 수시로 닭싸움 놀이를 즐겼던 옛 풍습이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면서 잠시 소리를 질렀더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말합니다. 함께 읽은 모두가 즐거운 쾌감을 맛볼 수 있는데요, 그런 후에는 활동지를 꺼내어 읽었던 장면 중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설명하게도 해보고, 또 그림으로도 그려보게 하면 아이들은 아주 신이 납니다. 그리고 잠자기 전 아이와 함께 다리 하나씩 잡고 하는 닭싸움이라도 해보세요. 침대 위에서 하는 베개 싸움도 좋고요, 아이와 부대끼면서 할 수 있는 어떤 장난이라도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서적 안정감과 온전한 사랑이 되어 아이에게 충만한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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