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

‘5월 아카시아꽃이 피면 산불은 끝난다라는 말이 있다. 가물었던 봄이 지나가고 비가 내리고 숲에 녹음이 우거지면 산불이 날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경북 울진과 강원도 동해 일원에서 20,707ha 산림을 태운 대형산불이 발생한 이후에도 여러 곳에 산불이 끊이지 않았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다.

아까시나무꽃이 무색하게도 6월 초 밀양에서 산불이 발생하여 763ha 산림피해를 보았다. 산불은 재난 양상으로 점점 커져가고 있으며, 지역주민의 삶터를 앗아가고 야생생물 서식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큰 산불은 유독 소나무 단순림에서 발생한다.

 

2022년 울진산불, 낙엽활엽수 남겨두고 모두 타버린 소나무숲
2022년 울진산불, 낙엽활엽수 남겨두고 모두 타버린 소나무숲

 

소나무 조림과 숲 가꾸기가 산불피해 키워

소나무는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하여 산불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게 산림·생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소나무 단순림으로 구성된 숲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걷잡을 수 없이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거기에다 숲 가꾸기사업은 소나무만을 남기고, 산불에 강한 참나무를 포함한 낙엽활엽수를 잡목이라 여기고 베어버리고 있다. 나무를 베어낼수록 빗물의 유출량은 증가하고, 토양은 건조해지고, 숲을 통과하는 바람은 점차 빨라진다. ‘숲 가꾸기를 통해 듬성듬성하게 말라가는 소나무 숲은 산불에 취약한 숲이 되었다. 소나무에 대한 집착과 숲 가꾸기의 결과가 국내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하고 쉽게 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산림청은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산주와 임업의 요구가 강하다며 소나무 숲 육성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올해 동해안 산불 이후 산림청은 대형산불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 숲 가꾸기2배가량 확대하고, 내화 수림대를 연간 350ha 규모로 조성하고, 임도를 현재 157km에서 2030년까지 6,357km로 확대하며, 물 가두기 사방댐을 2027년까지 63곳을 추가 설치하겠다고 하였다. 정부는 피해 복구 예산으로 4,17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추가경정예산에서 563억 원이 더해졌다. 산불재난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보이지 않고 예산 확대에 치중하고, 이참에 임업과 토목사업을 키우고 있다.

 

 2021년 안동산불, 벌목-인공조림으로 산사태 및 토양유실 피해
 2021년 안동산불, 벌목-인공조림으로 산사태 및 토양유실 피해

 

지난 20년간 동해안 산불 자연 복원의 증거

산불 피해지 복구에 대한 인공조림과 자연 복원의 논쟁은 2000년에 동해안 산불 복구에서 비롯되었다. 민관학연 17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동해안 산불 피해지 공동조사단이 결성되어 피해지를 전수조사 후 복원체계를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였다. 산불 발생 당년의 초기 재생 정도를 조사하여 피해산림의 81%가 자연 복원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나, 산주·지자체의 경제수 생산 등 의견수렴을 고려한 복원체계도에 따라 인공조림 51%, 자연 복원 49%로 최종 결정되어 복구대책에 반영되었다.

조사단에 주도적으로 참가한 강원대학교 정연숙 교수는 자연 복원지와 인공조림지의 숲 복원에 관해 20년간 장기생태연구를 진행하였다. 정 교수의 연구는 산불 직후 1~2년 내 움싹재생(나무 밑동, 토양 속 뿌리에서 발아)이 복원 속도를 결정하고 자연 복원지가 인공조림지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생물량을 축적하고 20년 정도면 다양한 동식물과 미생물이 어우러져 사는 자연 숲으로 회복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산불 피해지 토양 속에는 숲에 있던 나무뿌리, 땅속줄기, 씨앗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닥의 낙엽층은 타서 없어졌지만 영양분도 풍부하고 햇빛을 가리는 경쟁자도 없기에 숲이 빠르게 되살아나는 것이다.

 

2019년 강릉산불, 3년 만에 저절로 낙엽활엽수 숲으로 자연 복원
2019년 강릉산불, 3년 만에 저절로 낙엽활엽수 숲으로 자연 복원

 

벌채-인공조림-‘숲 가꾸기대책의 문제점

정부가 마련한 피해복구 예산 중 긴급벌채에 532억 원, 장기산림복원에 2,68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벌채 및 인공조림을 위해 중장비가 투입되면 토양침식, 표토유실, 움싹(맹아, 뿌리) 제거로 숲 재생 능력 손실이 크며, 특히 우기시 토사 유실 및 양분 유출로 엄청난 피해가 우려된다.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시, 인공조림지 유역에서 유실된 총토사량은 자연 복원 유역의 2천 배에 달했다고 한다.

소나무 조림과 숲 가꾸기는 대형산불에 취약하다. 20년 전 산불피해로 심은 소나무 조림지가 다시 불에 타버렸다. 소나무 조림지 육림을 위해 풀베기 및 숲 가꾸기(활엽수 벌목, 솎아베기, 송이산가꾸기 등) 진행으로 불에 잘 타는 소나무만 남고 숲이 건조해지고 바람이 빠르게 불게 되어 큰 산불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산불 예방 숲 가꾸기한 소나무 숲도 산불에 취약한 것 마찬가지이다. 대개 산불에 강한 활엽수까지 벌목하고 있는 실태이며, 지표면이 건조화되고 반출하지 않은 나뭇더미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임도와 헬기가 소용없을 정도로 불을 끄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화수림대 사업의 전제는 소나무 조림 사업이다. 소나무숲 사이에 방화수림대를 조성하겠다는 의도이다. 인위적으로 심지 않아도 자연복원에 맡기면 산림청에서 강조하는 활엽수 중심의 방화수림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불탄 나무를 벌채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토양침식 및 표토유실로 토양이 척박해져 내화수림대 조성은 성공가능성이 낮아진다.

 

2019년 강릉산불, 벌목-인공조림으로 산사태 및 토양유실 피해
2019년 강릉산불, 벌목-인공조림으로 산사태 및 토양유실 피해

 

산불에 강한 숲관리 전환의 사회적 공론화 필요

동해안 산불 20년간 자연복원의 효과성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산불에 강한 숲은 물을 많이 품고 있는 낙엽활엽수 자연숲이다. 자연숲은 야생동물의 보금자리이자 토양유기물이 풍부한 탄소저장고이다. 대형산불 재난을 예방한다며 숲가꾸기, 내화수림대, 임도, 사방댐 사업을 확대하면, 숲생태계의 건강성과 회복력을 훼손시켜 산불에 취약한 숲을 만들게 된다.

산불로 훼손된 산림생태계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산불에 강한 숲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숲의 관리목표와 방식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환경부가 참여하는 민관학연 공동조사단을 구성하여 토양보전 및 자연복원을 기반으로 산림복원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열린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복구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지 않으려면 더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불에 안탄 소나무숲 중 마을주변 산림과 국공유지 산림은 숲가꾸기 사업을 지양하고 낙엽활엽수림으로 자연발달 유도하여 산불에 강한 숲으로 관리해야 한다. 자연복원지는 숲가꾸기 사업이 필요 없으며, 초기 재생이 늦어 토양침식이 우려되는 지역에만 피복사업 정도가 필요하다. 인공조림을 할 경우에는 토양침식방지, 토양안정화를 위해 3~5년 이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산림청은 여전히 벌채 및 인공조림을 기본으로 삼고 있으며, 자연복원은 산림유전자보호구역 등 일부 지역에 한정하여 검토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의 문제제기가 강하게 이어지자 산림청장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인공조림과 자연복원을 반반 정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2020년 안동산불, 인공조림(우)과 자연복원(좌) 비교
2020년 안동산불, 인공조림(우)과 자연복원(좌) 비교

 

인공조림 대신 자연복원 산림에 돈을 쓰자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생태 연구자들도 자연복원이 인공조림보다 생태적으로 안정적이며, 산불에 취약하지 않아 자연복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복원은 경제적 활용 가치가 떨어지고 산주와 주민, 임업계는 경제성이 있는 소나무를 원하므로 인공조림, 내화수림대 조성, 숲가꾸기와 임도 및 사방댐 조성 확대에 중점을 둔 복구대책이 발표되었다. 20년간의 지난 경험에서 왜 배우지 않냐고 비판하면, ‘경제성을 말할 것이다. 여기서 인공조림은 산주와 주민에게 어느 정도의 경제성을 안겨주는지 묻고 싶다.

인공조림된 소나무는 30년 지나야 송이가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한다. 20년 전 균사를 접종하여 심은 소나무에서는 아직 단 한 송이도 나오지 않았다. 그중 상당수는 이번 산불에 다시 타버렸다. 또다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를 심어야 하나. 소나무를 심으면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그 손실에 대한 경제성은 고려하는가? 목재생산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내의 임업은 나무를 크게 키우지 않는다. 30년생 정도가 되면 베고 다시 심는 게 현재 산림청의 정책이고 임업의 산업적 요구이다.

산림 1ha(3천평)기준으로 싹쓸이 벌채에 약 100만원, 수집 및 운송에 약 200만원, 조림에 약 900만원, 5년 동안 풀베기에 약 800~900만원 든다고 한다. 즉 산림청 예산으로 5년간 약 2천만원 들어간다. 그리고 그 후 숲가꾸기가 최소 3년마다 진행된다. 산주의 동의를 얻어 예산지원을 받아 30년간 약 1천만원 들어간다. 1ha에 나무심어 30년 정도 가꾸는데 약 3천만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30년 후 1ha 벌채하여 목재상이 산주에게 지급하는 돈은 잘 쳐줘도 기껏 100만원이라고 한다. 나무 한 그루에 커피 한 잔 값의 절반도 못 받는다. 누구를 위한 경제성인가? 일자리 등 지역사회에 약간의 낙수효과는 있겠으나 3천만원의 세금은 도대체 누가 가져가는가?

자연복원은 인공조림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고, 비용은 거의 공짜다. 토양유실 등 2차 피해도 경미하다. 그런데 산주와 주민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으며 기대되는 낙수효과가 없다. 그러나 인공조림으로 쓰게 될 3천만원을 산주와 지역사회에 지급한다면 달라진다. 자연이 잘 복원하는데 애써준 댓가를 지급하면 선순환이 기대되는 경제성이 있다.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정책도 제도로 마련되어 있다. 30%는 산주에게, 30%는 지역사회에, 30%는 임업의 전환에, 나머지 10%는 자연에 지급하자고 하면 누가 반대할까? 산림보전이 해답이다.

 

2022년 울진산불, 불탄 숲에서 한달 만에 자란 참나무 새싹
2022년 울진산불, 불탄 숲에서 한달 만에 자란 참나무 새싹

 

| 최진우 박사(환경생태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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