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25 - 부천문화재단 문화도시부

지난 5월 석가탄신일 즈음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석가탄신일 관련 기사를 작성한 후 검토하는 과정에서 부처님 오신 날부천님 오신 날로 잘못 타이핑한 것을 발견하고 혼자 킬킬거리며 웃었던 적이 있었다. 부처님과 부천이 무슨 상관이 있으랴만 굳이 따지자면 모두가 부처님의 중생인 건 맞지만- 그래도 부천님 오신 날이라니 왠지 부천 시민의 품격이 부처님 수준으로 올라간 듯하여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잠깐, 시청 앞이나 부천역 광장 한 귀퉁이에 부천님 오신 날이라는 이름의 카페를 하나 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왠지 손님이 무지무지 많을 것 같은 느낌에- 장사에는 소질이 없는 관계로 아쉽지만, 카페 사장님 꿈은 접기로 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중에 혹시라도 부천님 오신 날이라는 상호가 맘에 드는 분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바란다. 작명비 안 받고 무료로 제공하며 열심히 홍보도 해드리겠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문화도시 부천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부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화도시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왠지 가슴이 울컥하고 기분이 업되는 느낌이다. 그동안 부천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는 공업도시’, ‘위성도시’, ‘베드타운’, ‘유흥도시등 부정적 느낌이 강했는데, ‘문화도시라는 명칭 속에는 확실히 뭔가 께름칙하면서 껄쩍지근한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주는 쿨피스 같은 시원함이 있다.

하지만 문화도시가 뭐지?’라는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 개념이 약간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문화도시의 문화가 문학,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만화, 영상 등 미래 먹거리로서의 콘텐츠 산업을 의미하는지, 그도 아니면 시민들의 높은 문화 수준을 의미하는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는다. 게다가 부천시는 201912,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는데 법정 문화도시란 또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 이번 회에는 부천문화재단 문화도시부를 찾아 법정 문화도시란 과연 무엇인지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에 대해 알아봤다.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기석 부장, 석진규 차장, 윤소정 주임, 강승현 주임, 박미진 주임께 감사드리며 먼저 법정 문화도시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법정 문화도시는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를 말하는데요. 지금까지 많은 도시에서 자체적으로 〇〇문화도시라는 이름으로 문화를 도시 브랜드화해 왔습니다. 법이 제정된 이후 문화도시는 법에 따라 사용하는 명칭이자 중앙의 지원 체계가 동반되는 정부 정책 과제라는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문화도시 지정 절차도 까다롭습니다.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작성하여 제출하면 이를 평가하고 컨설팅과 심의를 거쳐 먼저 예비도시 지정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후 1년간의 예비사업 후 평가와 실사, 심의를 통해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받게 됩니다.

문화도시 지정 분야는 역사전통, 예술, 문화산업, 사회문화 중심형 및 지역 자율형 등 5개 분야로 구분되어 있고, 부천은 사회문화 중심형입니다.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과 지원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도시가 여러 고민과 협의를 통해 작성한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예비사업과 5년간의 본 사업 추진 등 조성 과정 전반에 걸쳐 컨설팅, 도시 간 교류 등의 행정적 지원을 받게 됩니다. 특히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지역별 주민 주도형 도시문화 협력체계 구축 과정을 중점적으로 지원 받습니다.

더불어 이런 과정을 추진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도 있는데요. 5년간 약 75억 규모입니다. 법정 문화도시라는 지위, 75억이라는 국비, 거버넌스와 시민 협력을 중요시하는 체계적인 과정 설계 등이 문화도시가 가지는 다른 사업과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부천시는 법정 문화도시의 여러 유형 중 생활문화도시에 지정되었습니다. ‘생활문화도시란 구체적으로 어떤 도시를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문화도시 부천은 생활문화를 장르적 개념이나 특정 공간 중심 사업을 넘어 문화기본권에 명시한 시민의 가치와 신념, 공동체의 생활양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도시 문화는 거주와 일 그리고 여가 활동 등 개인의 일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지는 삶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익숙하게, 또 때로는 낯설게 만나는 관계에서 부천이 상상하는 공동체를 구현하고, 시민은 보다 자존감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열린 시각으로 문화적 관계를 만들어 가는 도시, 이것이 부천이 생각하는 생활문화, 다른 표현으로 시민문화도시라고 생각합니다.

 

부천시가 생활문화도시로 지정된 데에는 시민 참여 제도화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민 참여 제도화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도시 부천의 슬로건인 말할 수 있는 도시, 귀담아듣는 도시라는 것이 보여주듯 시민 누구나 자기 생각을 문화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더 나은 도시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문화정책 결정의 주체로 성장하고, 도시는 시민의 다양한 표현과 결정 속에서 성장해 갈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시민의 능동적 참여 과정 자체가 프로그램이며, 이런 과정을 거쳐 시민이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과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화모임, 부교감테이블 등 다층적인 숙의 대화 플랫폼 사업을 비롯해, 아동의 정책 참여권 증진을 위한 아동위원회, 시민 자율 기획 프로젝트 등 시민이 주도하고 중심이 되는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이런 활동들이 시민위원과 시민분과 활동으로 이어져 가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시민 참여 제도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시민위원과 시민분과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문화도시는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여타의 공모사업이 아니라, 지역문화를 새롭게 혁신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할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정책 사업입니다. 그렇기에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많지 않겠지만 다양한 지역 문화 주체들이 함께 그리는 도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간다는 점이 의미가 큽니다.

부천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시민들과 함께 도시를 고민하는 크고 작은 여러 대화 테이블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은 무엇인지를 시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가는 것이 부천이 지향하는 문화도시입니다.

부천 시민은 부천을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창조적 삶을 지향하는 시민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원한다면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어 가는 시민위원이 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도시플랫폼B(www.도시플랫폼B.com)라는 멤버십 가입을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접속이 어려운 분은 현장 가입을 지원하고 있어요) 시민위원이 되면 문화도시 사업 주체로서 대화모임 등을 비롯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슈를 발굴하고, 도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등의 다양한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시민분과는 시민위원이 참여하고 운영하는 자율 협의기구입니다. 문화정책을 비롯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책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정책 제안,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적 해법을 시도해 갈 수 있습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모으고, 지역과 커뮤니티 간 연대를 만들어 협력적인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는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월 22일, 모퉁이돌 마을카페에서 열린 시민환영테이불 장면. 시민환영 테이블은 '시민이 시민을 환영'하는 프로그램(월1회)으로, 신규 시민위원 & 기존 시민위원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6월 22일, 모퉁이돌 마을카페에서 열린 시민환영테이불 장면. 시민환영 테이블은 '시민이 시민을 환영'하는 프로그램(월1회)으로, 신규 시민위원 & 기존 시민위원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현재 활동 중인 시민분과 중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소개해 주세요.

현재 시민분과는 각각의 이슈와 참여 대상에 따라 다른 방식과 속도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많은 분과가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 두 개 분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아동위원회입니다. 미래세대의 주역인 아동들이 지역의 문화정책을 직접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체험과 학습 과정을 통해 도시의 문화 주체로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4년째 운영 중인 아동위원회는 올해도 지역 아동(11세부터 13) 30여 명의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동의 다양한 권리, 기후 위기, 놀이문화 등 아동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주제와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갈 실천 방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동위원회의 이런 고민과 활동의 결과는 정책 제안문으로 작성하여 시민총회는 물론 부천시와 시의회에 제안하고 있습니다.

 

아동위원회 기후 위기 워크숍 장면
아동위원회 기후 위기 워크숍 장면

 

그리고 올해부터 더 확장될 미디어 분과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여러 시민이 함께해온 부천시민미디어센터 마을미디어 사업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기존 활동가들은 물론 신규 활동가들의 참여 폭이 확대되면서 분과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분과는 보다 나은 마을미디어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해 갈 것인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함께 고민하고, 토의하면서 마을 미디어 활성화를 위한 의제와 정책 과제들을 발굴해 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7)에도 시민이 참여하고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참 많습니다. 먼저 78()부터 710()까지 중앙공원 원형마당에서 진행되는 문화도시 시민회의 이야기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교류와 공유의 장이며, 가수 이한철 님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 예술체험, 예술인 쇼케이스 등도 진행됩니다. 많이 참여해 주세요.

 

 

그리고 정례적인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화도시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민환영테이블을 비롯해 도시의 주요 이슈와 의제(환경, 장애, 이주민 등)를 학습하고, 토의하여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부교감테이블등은 매월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부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시민위원으로 가입하시면 이런 문화도시 정보를 보다 쉽게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고민부터 도시를 바꿀 아이디어까지 소중한 시민 여러분의 생각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다양한 채널이 문화도시 부천에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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