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사회적경제 주간 특집 ‘특별 대담’

한 장만 내세요.”

실패해도 괜찮아.”

도전을 막는 장벽을 없애고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청년부터 경력단절 여성, 인생 2막을 앞둔 중장년까지 사회혁신을 꿈꾸는 이들이 기회의 장을 만들어 가는 곳,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2022년 사회적경제 주간을 맞이하여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윤기영 센터장, 권성문 국장, 이기훈 주무관, 이승민 주무관과 함께 부천의 주변에서 중심으로,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어떻게 부천 지역 혁신을 만들어 가는지 묻고 답해본다.

 

사회적경제라고 하면 어디선가 들어본 듯하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시민들에게 사회적경제를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권성문 국장
권성문 국장

사전적 의미로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경제라고 합니다. 기존 시장경제는 생산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었고 이로 인해 소득분배 불균형, 인간소외 문제 등이 발생했어요.

사회적경제는 기존 시장경제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경제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라는 정의 자체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거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가령,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물건 하나를 사는 것도 사회적경제라고 할 수 있어요. 함께 먹고, 만들고, 일하고, 배우는 모든 것. 사회적경제가 더 깊게 뿌리내리면서 시민 스스로 자기 먹거리를 만들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틀이 단단해지고 있어요. 더욱 공정한 사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죠.

하지만 시민들에게 사회적경제가 낯설게 느껴지는 점은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사회적경제가 만들어 온 일상의 변화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시민 속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부천시는 경기도 면적의 0.5%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로 전국 기초단체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입니다. 하루 300만 명이 부천시를 거쳐 가지만 제조 인프라는 열악하고 도시는 노후화 되었습니다. 그럼 부천시는 어디에서 혁신을 찾을 수 있을까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사람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우리는 사람과 사회를 잇는 사회혁신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가 되어서 부천을 보다 더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인간적인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혁신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바꾸려는 작은 시도 하나. 내 아이들을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 혁신은 우리 삶의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청소년, 청년, 여성, 중장년층, 노인층. 전 세대의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시작한 작은 혁신이 우리 지역을 일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막막함과 두려움에 막혀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게 됩니다. 또한 거창하고 잘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어야만 할 수 있다며 시작도 하기 전에 물러서기도 합니다.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지난 201112월에 출범해서 그 역사가 어느덧 10년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데요,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그동안 해온 일은 어떤 것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천시 사회적경제센터는 201012월 설립 이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 400여 개에 이르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육성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400여 개의 기업이 새롭게 창업을 한 거죠.

혁신 인재들이 사회적경제 기업인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발굴, 육성을 지원했으며, 지속 가능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업의 경영 컨설팅과 상담, 교육과정을 지원했습니다.

기업들이 따로 또 함께 지역을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업, 기업과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단비는 가장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단비는 가장 필요할 때 알맞게 내리는 비란 뜻의 순우리말이다.

 

혁신 인재의 발굴과 육성, 기업의 경영 컨설팅과 상담, 교육과정 지원 등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는데,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대표적인 성과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창업지원 사업이 완성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선정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계획서가 도전을 시작하지도 못하게 만드는 높은 문턱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민 누구나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완성되지 않아도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혁신을 시작할 수 있는 단비기업을 만들었습니다.

한 장짜리 사업계획서만 제출하면 참여자 누구나 지역 내 전문가에게 사전 멘토링을 받으면서 기업을 설립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 가는 파격적인 제도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 단비기업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가 구체화 된 사업계획서를 손에 쥘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선정이 되어야만 후속 지원을 받을 수 기존 방식을 180도 뒤집은 발상이죠. 그 결과 2022년까지 55곳의 단비기업이 선정되어 지역을 넘어 서슬 퍼런 시장에서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부천 엄마들의 모임으로 시작한 산제로협동조합은 부천 1호 리필스테이션이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글자판 앱을 개발한 ALS-Chat은 부천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폐타이어를 업사이클링해 가방을 제작하는 휘렌들리처럼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어 낸 곳도 적지 않습니다.

지역을 변화시키고 싶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단비기업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사회적경제와 함께 부천의 단비를 내리게 할 기적의 주인공이 되실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돼 사회적경제라는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려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회적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소상공인 중심의 아이템에서 탈피해 플랫폼 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옷’은 부천시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다.
‘시옷’은 부천시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다.

 

사회적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공동으로 대응하고 협력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 경쟁을 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그 실험의 결과는 전국 최초의 소셜프랜차이즈였습니다. 홍보 업무는 홍보마케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교육은 교육 전문기업, 물류는 물류 전문기업이 맡는 방식이죠. 각자 본연의 업무는 하면서 기업의 특성에 따른 협력을 바탕으로 소셜프랜차이즈도 함께 하는 겁니다. 이걸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시옷이라는 부천시 사회적경제 공동브랜드도 만들었습니다.

사회적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초기 전략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소상공인 중심의 아이템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 거죠. 기존에 구축해 놓은 소셜프랜차이즈를 규모화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기업별로 나누어서 공동의 브랜드를 강화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각 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 특성별 맞춤형 지원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6, 상동 홈플러스에서 개최된 시민들과 사회적경제 기업이 만나는 판로지원사업인 마켓오시옷은 부천시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역량을 선보여 시민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정말 많은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해온 일들과 수상 실적을 소개해주세요.

이기훈 주무관
이기훈 주무관

2015~2018년에는 기초자치단체 최초 공동 페스티벌을 개최하였으며 전국 최초로 마을형 프랜차이즈를 도입해 부천일자리 job-cafe’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공유경제 네이밍, 우리동네 방과후학교 시범사업, 커뮤니티 케어와 연계한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젝트 케어팜 등 다양하면서도 혁신적인 사업을 끊임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공헌 88프로젝트, 부천시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사회공헌 활동, 즉 한여름에 진행되는 88데이 행사나 부천판타스틱 행사 등을 통해 사회적기업과 일반기업 그리고 소외계층 시민들과 일반 시민들이 함께 협력하는 토대를 지역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기관 대상, 보건복지부 지역복지 사업평가 최우수상, 행정안전부 사회적경제 추진 우수사례 최우수상 등 매해 기초자치단체의 사회적경제센터가 정부 부처의 굵직한 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의 이러한 수상실적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부천과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혁신적인 시도와 실험을 인정받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그동안 부천시 사회적기업들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인근 도시에서도 부천시 기업들은 연대가 잘된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또 부천시를 대표할 만한 스타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부천을 대표할만한 사회적기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승민 주무관
이승민 주무관

인력파견 업체 위드플러스시스템과 조명을 제조하는 ‘EOS’, 식품 등을 유통하는 행복을나누는사람들행복한동행등이 있습니다. 위드플러스시스템의 경우 직원 3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300명가량이 소속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부천시민의원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성장하는 성과도 이루었습니다.

 

듣고 보니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고 성과도 많이 이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가 이렇게 많은 성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부천시(행정), 사회적기업가, 센터라는 연대와 협력이 큰 힘입니다. 신뢰가 바탕이 된 연대와 협력은 1+1+1=3이 아닌 10, 100을 만들어 낼 수 있죠.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다양한 실험을 행정의 지원과 사회적기업가들의 실행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당장 뭔가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큰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속도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다음 세대에 변화가 나타나길 바라는 거죠.

 

사회적경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입니다.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어떤 사업들을 펼쳐나갈 계획인지 마지막으로 시민과 함께 할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행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윤기영 센터장
윤기영 센터장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혁신을 위해 몇 단계로 나누어서 시민이 참여하는 혁신 기반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 근로계약서 보는 법도 잘 모릅니다. 이는 마땅히 알아야 하지만 사회에서 알려주지 않는 부분입니다. 나의 권리를 알게 되면 타인의 이익과 공동의 힘을 배우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배경 위에 청소년들이 협력에 기반한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진로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새싹들이 부천에서 움트고 있는 거죠.

또한 우리는 대학을 사회혁신의 실험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지역대학교 LINC사업단과 연계한 소셜리빙랩을 도입했고 디자인씽킹, 3 섹터와 기업가정신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발굴하고 대학생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소셜벤처에 접목할 수 있는 실험장을 만들어낸 거죠.

이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 문제, 당면과제를 직접 마주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냈습니다. 해결책 중 하나인 재활용 아이스팩 조끼는 부천시 정책에 반영되어 지역 내 일자리센터를 통해 실제 제작 및 보급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문제를 해결할 사회혁신가는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민관산학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리빙랩 시스템으로 사회혁신가가 탄생하고 이들이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중장년, 경력단절 여성을 위해서도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쓰러져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창업 희망자가 인생을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시험 삼아 창업을 해보고, ·간접 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계죠.

사회적경제는 사회공헌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내 집 앞마당을 아름답게 바꾸고 우리 아이만이 아닌 옆집 아이도 안전한 동네를 만드는 행동 하나하나가 이미 사회적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사회적경제와 그린뉴딜을 통해 지역의 환경을 바꾸는 공원의 혁신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시민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시민이 스스로 참여해서 우리의 공원을 내 가족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공원은 더욱 쾌적해졌고 가족들은 그 공원에서 문화프로그램을 즐기고 있죠.

부천시는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합니다. 이로 인해 주거, 환경, 교통 등 많은 지역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는 이 같은 부천시의 문제에서 오히려 부천의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대하고 사람과 사회가 이어진다면 부천시 브랜드 판타지아 부천처럼 판타지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시민과 함께 부천의 변화를 만들어 갈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의 행보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담 진행 | 이종헌(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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