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부천시장 취임에 부쳐-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공공의료 확대에 대한 전망이 어둡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시민이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였고, 202192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 노정 합의를 통해 공공병원 확충,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 공공의료 확대를 약속한 바 있습니다. 정부가 바뀌어도 약속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벌써부터 민영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을 재추진하는 등 보건의료와 같은 공공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곳은 홍준표 전 의원이 시장으로 있는 대구광역시입니다. 대구는 인구 237만이 있는 광역시로 1개의 의료원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비극을 겪은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코로나 감염 환자의 대부분을 1개 밖에 없는 의료원이 담당해야 했습니다. 한 개밖에 없는 공공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기존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을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애태워야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공공 의료기관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절실해졌습니다. 그런 결과로 제2 대구의료원을 설립할 계획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홍준표 전 의원이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2013년 경남도지사로 있었던 당시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원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진주의료원 주변 지역주민들의 의료 공백이 생기면서 건강권을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생긴 의료 문제를 해결하고자 진주의료원을 대신할 서부경남 공공병원이 다시 지어지고 있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부천에는 공공병원이 없습니다. 중환자 진료 능력을 갖춘 공공병원을 만들려면 300병상 이상 규모의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병원이 필요합니다. 민간 병원이 많지만, 공공병원이 없는 부천은 시민의 건강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 속에 있습니다. 건강이 복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부천은 오랜 기간 부천 시민을 위한 건강관련 기획이 부재합니다.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을 묻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병원 설립 필요성을 묻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복지 주요 이슈 속에 건강 문제가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 부분에서 부천 시민 건강 수준이 경기도 평균보다 낮다는 것에서 그 문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공공병원은 코로나 위기 같은 시기 감염병 치료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부천 시민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윤이 아닌 건강과 생명을 목표로 진료하고, 지역 전체 보건의료 환경을 공공의 가치에 맞게 견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공공병원을 짓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울까요?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보다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 문제일 것입니다.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민간 병원이 많이 있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쉬운 것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많이 든다는 말, 민간 병원이 많다는 말 모두 핑계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이를 책임 있게 이끌고 나갈 결단과 절실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래서 현 조용익 부천시장이 공공병원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하고 부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에 공공병원 설립 이행 약속을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정부는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의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합니다. 시민은 정부를 향해 의무 이행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공병원 설립이라고 하는 어려운 과제를 이행하기로 약속한 것은 시민의 건강과 생명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과제를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중요한 과제를 이행하는 데 시민의 지지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민 사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공공병원 역할과 설립의 과제에 대해 끊임없이 토론하고 역량을 쌓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공공병원 설립과 운영은 예산확보만으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병원이 시민에게 어떤 역할을 할 것이며 시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공공병원 설립 이행의 과정이 시민 사회와 지방정부가 함께 협력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제입니다. 이행을 약속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천시장을 부천의 시민 사회가 지지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 이선주((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전무이사)

 

이선주 전무이사
이선주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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