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YMCA 진단과 전망(7월 둘째주)

선거 역사에 있어 가장 유명한 슬로건 중 하나인, 1992년 빌 클린턴 후보의 “It’s the economy, stupid”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시기, 첨예한 선거 유세전 속에서 경제를 강조할 때, 많이 인용되곤 한다. 경제 이슈는 먹고 사는 문제이니만큼 가장 강렬한 선거 구호가 될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올 경제 정책을 어떻게 펼치는지를 유권자들은 알고 싶어 하고, 그리고 내가 선택한 후보가 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난 대선 시기 현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전 정권의 다양한 실책 중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내 집을 장만하는 것, 즉 주택이 가진 의미가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가장 중요한 민생이고, 그리고 그 민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분명한 실책이다. 그래서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였고, 우리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이 부동산이나 국민의 삶과 경제적 여건 등 민생을 잘 돌봐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망의 불꽃이 점점 시들시들해지는 것 같다. 72주 대통령 지지율은 30%로 폭락하였으며, 막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향후 5년이 걱정되는 지지율이 아닐 수 없다. 임기를 시작한 지 2달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재까지의 성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기대감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지지율은 도대체 왜 이런 것일까? 몇 장면을 살펴보자!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장면 1. 용산 대통령실 이전

용산 대통령실 이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왜 옮겼을까? 옮겨서 과연 나아진 것은 무엇이지? 국민과 더 가까워지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러한가? 정치는 명분이라고 하는데, 과연 명분이 무엇이지? 명분이 없다면 실리라도 챙겨야 하는데, 실리는 무엇이지? 국방과 안보를 중요시한다는 보수 정권인데, 국방부를 여러 장소로 이전시키는 것이 과연 보수적 가치와 맞나?

인수위 및 정권 초반을 용산 이전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면서, 민생에 대한 의제는 사라졌다. 나아가 국정과제와 의제 설정, 국정 철학과 비전 설정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정권 초반이 흘러가고 있다. 무엇을 위한 정권이란 말인가? 예전 MB 정권 같기도 하고, 한 시간이 10,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현 시대상과는 맞지 않는 과거지향적인 것 같아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장면 2. 인사 참사와 청문회 없는 장관() 임명

어느 정권이나 장관 등 주요 정권 인사에 있어서 잡음이 없었던 적이 없다. 지난 정권에서는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어, 현 대통령의 당선으로까지 이어졌다. 즉 대통령에게 공정이라든지, 대쪽 같은 이미지가 만들어진 계기가 인사 과정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랬던 대통령은 과거를 잊은 듯하고, 검증 없는, 그리고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하는 편협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이미 여러 장관 후보자들이 자질과 도덕성, 불공정성 이슈로 낙마한 것은 물론, 매우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임명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참 잘한 인사라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임명된 사람들의 자질과 도덕성, 공정 문제를 떠나, 일이나 잘할까 싶다. 정권 초여서 넘어가는 분위기이지만, 향후 5, 인사 참사가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너무 강하다.

 

장면 3. NATO 회의 참석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그 국제적 역할과 기대가 높아진 것은 물론, 나아가 남북문제, 미국 중심 세계질서, 중국의 도전,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경쟁적 국제 질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고려할 때, 최대한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레버리지를 구축하는 한편, 때로는 중재자로, 때로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기도 하고, 다자외교 무대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기도 하는 등 적재적소에서 외교적 역량을 갖춰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이라는 NATO 회의 참석은 그야말로 새 정권이 가진 외교적 잠재력이 테스트 되는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NATO 회의 참석 그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북대서양의 군사동맹체 회의이고,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한 성토, 군대를 갖고 싶어 하는 일본의 야욕이 외교전으로 펼쳐지고 있는 현장, 중국을 잠재적인 도전이라는 표현으로 경계하고 있는 상황 등 NATO 회의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NATO 회의에 참여하여 우리나라의 협상력과 중재자로서의 가능성, 나아가 NATO가 한반도의 평화지지 등을 끌어내는 외교력 등을 보여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군사동맹체 회의에서 15분 동안 15명의 정상을 만나 회담을 하였다고 하는데, 1분 동안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싶고, 원전 카탈로그를 전달하였다고 하니, 과연 왜 갔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NATO 회의를 다녀와 우리 국민이 마주한 현실은 대통령 부인의 패션과 민간인의 공군 1호기 탑승 및 순방 참여밖에 없다. 과연 어떤 외교적 성과가 있었는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노룩 악수’ (no-look, 보지 않고 악수하는 것)가 그 성과를 보여준다. 이미 미국은 한국을 잡은 물고기로 생각하니 크게 신경을 써줄 필요가 없다. 미국이 하자고 하면 다 할 테니까. 그리고 알아서 중국에 대해 견제도 하고, 남북 관계에서도 미국 눈치를 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중국과 러시아는 절대 북한을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중국 때리기에 동참하는 순간,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경제 제재는 끝이 난다.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미국 눈치 보지 않고 도와줄 수 있게 된다. 나아가 북한의 탈핵 역시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고 변죽을 울리면 미국과 일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탈핵은 요원한 길이 된다.

과연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북한의 탈핵으로 한반도 긴장 수준을 낮추고, 동북아 균형자로서 우리나라가 역할을 하며, 국익을 가져오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와의 교역량을 비교하면, 중국이 22%, 아시안 14%, 미국이 13%, 유럽이 10%, 일본이 7% 정도 된다. 중국을 상대로 무역 수지 흑자를 장기간 유지하는 국가는 오직 우리나라뿐이다.

외교는 자존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실리로 하는 것이다. 작년에 초대받았던 G7 정상회의에는 금년 초대받지 못하였으나, 이를 알리는 국내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 정권이었다면 홀대니 국제 사회 외톨이니, 핀잔을 듣고도 남았을 것인데 말이다. NATO 회의를 중심으로 한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방향을 살펴보니, 향후 5년의 외교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장면 4. 고물가, 금리 상승, 경제적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개막, 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금리 인상, 그리고 가파른 물가 상승은 민생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장 금리 이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상당이 늘었다. 유가가 2,000원 이상으로 오른 것은 물론, 가파른 물가 상승은 지갑을 닫게 하고,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불황을 예고하는 것 같다. 미국은 과거 그랬던 것과 같이 물가를 잡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 즉각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3천이 넘었던 주식은 2천대 초반으로 추락하였으며, 다른 경제 지표들도 좋지 않다. 새 정권은 실력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과연 어떠한 대응을 하고 있는가?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하여, 다주택 소유자들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었다. 법인세를 인하하였다. 재정정책을 긴축 관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원전 비율을 높이고, 원전을 수출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하겠다더니, 공공기관 청사를 팔라고 압박하였다. 은행에 이자율을 높이지 말라고 압박하였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경총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하여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하였다. 52시간 근로시간제를 폐지하고 92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단다. 물가 안정을 위하여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단다.

그런데 구체적인 방안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발표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민생 경제를 안정화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보수 언론에서 이야기된 사항들이나, 이전 보수 정권들에서 해왔던 정책을 다시금 답습하는 것 같다. 전 정권의 정책적 색채를 빼기 위해서 어느 정도 보수적 입장에서의 정책 변화에 대해 누가 반대할까? 다만 그 정책이 현 경제 상황과 민생을 개선하면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위 정책들이 민생을 개선할 것이란 기대가 전혀 들지 않는다. 앞으로의 5년이 매우 걱정된다.

 

장면 5. 원전! 원전! 원전!

원자력 발전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원전이 우리나라의 구세주가 된 것처럼, 그렇게 원전을 찬양하고 있다. 전 세계에 원전이 몇 개나 있다고 알고 있는가? 몇천 개가 있을 것 같은데, 불과 440개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 92, 프랑스 56, 중국 55개로 절반 정도가 3개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24개가 있다. 만약 원전이 친환경이면서도, 안전하며, 비용이 저렴하였다면 전 세계에 왜 440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가? 매우 간단한 원리다. 탄소 배출이 없을 뿐, 상당히 위험하며, 건설비용이 매우 비쌀 뿐만 아니라, 원전 관리, 핵폐기물 처리, 원전 폐쇄 자체가 매우 어렵고, 비용 또한 건설비만큼 들어간다.

게다가 유럽의회에서는 원전을 조건부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하였으나, 그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한국은 이 기준을 달성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 조건은 2025년까지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accident tolerant fuel) 사용, 모든 원전에 대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시설 건설 및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확보, 최신 안전기준 적용이다. 우선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현재 상용화되고 있지 않다. 핵폐기물 처리장 확보는 현재의 정부 정책에 따른 37년 정도가 지난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EU 택소노미 상 친환경으로 분류하기 위한 것일 뿐, 15~20조가 소요되는 원전을 건설하고, 안전성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보다 다른 친환경 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가성비가 좋아서 원전 건설에 뛰어들 나라는 많지 않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발전 용량을 뒷받침하고 있는 중국도 2018년 재생에너지에 910억 달러를 투자한 반면, 원전에는 65억 달러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유럽 국가들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도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 4기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생뚱맞게 NATO 회의에 가서 원전 세일즈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돌아가는 판을 몰라서야.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데, 과거 개발연대 시기 수준의 에너지 정책을 들고나온 새 정부의 향후 5년이 불안하다.

 

문제는 민생이야. 바보야!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힘들었다. 선진국이 되어서도 힘들게 살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다. 새로 정권을 창출한 대통령은 국민의 염원을 담아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모든 국정과제와 정치, 외교, 안보, 경제에 관한 정책은 민생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러 장면에서 과연 대통령은 어떠한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대통령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라고 한 언론 기사를 보았다.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행정 경험도 없으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국민은 오늘을 살고 있다. 국민은 대통령의 정치 행정 경험을 쌓는 실험 대상이 아니란 말이다. 문제는 민생이다. 대통령이 대통령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노릇을 하기를 바란다.

 

| 정종원(부천YMCA 회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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