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6

코로나19가 감소세를 보이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답답했던 마음을 풀 듯 해외여행도 늘어 비행기티켓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여전히 제주도는 우리 육지 사람들이 해마다 계절마다 찾는 섬나라지요. 풍경도 풍경이지만 이국적인 감흥을 비행기 타고 한 시간만 날아가면 맛볼 수 있다니 행복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여행지로 우선 꼽는 제주도에 관련된 책을 함께 볼까 합니다. 바로 박지훈 작가의어멍 강옵서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의 앞표지를 보여주세요. 제목부터가 제주도 방언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신기하게 봅니다. 그러면 그림부터 뒤표지까지 연결 지어 보여주고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여기가 어디인 것 같니?” 아이들은 바다가 보인다고 놀라면서 봅니다. “우와! 바다다.” “그렇지, 바다도 보이고 이렇게 노란 꽃도 많이 피는 곳인데, 섬이야. 이름이 뭘까?” “제주도요.” “아니 독도요.” “어머! 맞아, 여기는 제주도야.” 아이들은 제주도라는 말에 질문이 쏟아집니다. “선생님, 그럼 제목도 제주도 말인가 봐요.” “그래 맞아. 무슨 뜻일까?” “엄마, 강에 가서 놀자.” “엄마, 그냥 오셔요.” “! 엄마는 맞혔다. 대단해!” 이렇듯 엄마라는 말은 어떻게 해도 통하는가 봅니다. 아이들이 어림잡아 말하는데도 맞히는 걸 보면 말이지요.

제주도라는 힌트만 줬는데도, 책 제목이 제주도 방언이라는 것과 제주도 방언인 어멍엄마로 대번에 알아채는 아이들은 역시 총기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제주도 방언에 대하여 아이들이 들어봤다고 하는 걸 보면, 아마도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덕분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제주도에서 많이 피는 유채꽃과 연결 지어 일출이 유명한 성산일출봉도 알려주며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 책을 볼 때는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화산암의 일종인 현무암을 몇 개 준비하시고, 소라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준비해가면 아이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 바른 자세로 책에 집중한답니다.

선생님 저 돌멩이는 뭐예요?” “, 이건 제주도에서만 나오는 구멍 숭숭 뚫린 돌인데 이름을 알면 상을 줄 거야.” 하면, 아이들은 배운 걸 다 동원하여 맞히려고 난리입니다. “선생님 돌하르방도 저런 돌로 만든 거지요?” “, 제주도는 화산섬이니 저런 돌이 많단다.” 그러면 고학년생들은 학교에서 배웠다며 금방 대답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돌을 만져 보게 하면서 제주도의 풍속도 곁들여서 얘기해 주세요. , 바람, 해녀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한다는 것과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대문, 정랑 이야기도요.

정랑이라는 대문은 긴 막대 세 개로 출입 표시를 합니다. 세 개가 다 내려져 있으면, ‘주인이 집에 있으니 들어와도 된다는 뜻이고, 한 개만 걸쳐있으면, ‘멀리 가지 않았으니 금방 돌아온다는 뜻이고, 두 개가 걸쳐있으면, ‘일하러 가서 저녁에 들어온다는 뜻이고, 세 개가 다 걸쳐있으면, ‘멀리 가 있어서 오늘은 집에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는 뜻이랍니다.

이런 설명을 듣고 아이들은 신기해하기도 하고, “어떻게 도둑이 없을 수 있지?”라며 놀라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붕을 왜 책 속 그림처럼 엮어놓았는지도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제주도로 달려가고픈 표정입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제주도 방언을 사용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제주도 방언이 몇 개나 나오는지 자, 이제 책을 같이 보세요. 책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은정이는 제주도 동쪽 끝, 일출봉에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에 사는 소녀입니다. 은정이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망사리를 손질하고 물질을 하는 해녀인데요, 어느 날, 바쁜 엄마를 보고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심술을 부렸던 은정이는 친구들과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생각이 자꾸 듭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빗방울이 굵어지자 은정이는 덜컥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엄마가 걱정되어 기도를 하게 됩니다. 은정이의 기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책 속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아이들은 은정이가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고 바다에서 고동과 소라를 잡는 모습에 공감하기도 하는데요, 은정이가 기도할 때 함께 기도해 주는 모습이 참 예쁘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책 속의 한 장면처럼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아이들은 숨을 죽이며 소라껍데기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한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서로를 기다려주는 너무나 곱고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아이들이 고도로 집중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감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물결쳐 온답니다.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는 순간 느꼈던 감정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들은 자장가 소리 같다고도 하고, 파도 소리 같다고도 하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소리 같다고도 하지요. 그리고 올해 여름 방학에는 어디로 놀러 가고 싶은지 각자 희망도 말해보게 하면서, 제주도 방언으로 대화도 나눠보시면, 더욱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