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지구인이 될 거야 (1, 2)』 / 글 · 그림 박현미(매옹이) / 그리다숲

여행을 간다. 흥분과 긴장이 칡넝쿨처럼 얽혀 온몸을 감싸 안는다. 여행을 결정한 순간부터 심장은 빠르게 뛴다. 구글 어스를 통해 낯선 땅을 살펴보면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첫 단계로 항공권을 검색한다. 여러 앱과 홈페이지를 샅샅이 뒤져 구입할 수 있는 최적의 순간을 찾는다. 마침내 결제 버튼을 누르고 확인을 클릭하면 여행을 위한 가장 큰 준비를 끝낸 것이다. ‘꿈을 빚는 여행(꿈빚여행)’의 시작이다. 보통 6개월 전에 참여할 친구(12~16) 여섯 명이 정해진다. 그러면 이 친구들과 격주로 만나면서 꿈빚여행이 시작된다. 서로를 알아가고 각자 보고, 먹고, 가고 싶은 일정을 고민하고 조사해서 발표한다. 의논을 통해 점차 일정이 선명해지고 출발 4개월 전에 확정된다. 여행 기간에 각자 할 역할을 정하고 가져갈 공동의 짐은 분산하고 여권을 받아 챙겨 놓으면 출발 하루 전이다. 다음날 친구들이 늦지 않게 공항에 도착하면 드디어 우리 앞에 꿈빚여행이 펼쳐진다.

낯선 땅에 도착한다. 말로만 듣던 북유럽 핀란드 헬싱키다. 11시간 넘은 장거리 비행이지만 피곤함보다 설렘으로 가슴이 벅차다. 데일리 패스를 구입하여 숙소로 이동한다. 도착한 첫날은 특별한 관광은 하지 않고 대신 숙소 주변을 걸어 다니며 어떤 지역인지 분위기를 본다. 자연스럽게 마트에 가서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과자와 음료 등 간식거리를 사 온다. 저녁에는 간식을 펼쳐 놓고 맛을 예상하면서 우리끼리 어서 와, 핀란드는 처음이지게임을 하며 긴장을 푼다. 내일부터 우리는 여행객으로 헬싱키 구석구석을 누빌 것이다.

헬싱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북쪽으로 이동한다. 산타 마을이라고 불리는 로바니에미로 향한다. 떠나기에 앞서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를 정리한다. 정리는 깨끗하게 한다. 그 기준은 우리가 처음 들어 왔을 때의 그 모습처럼이다. 우리 뒤에 또 다른 여행객이 올 것이다. 물론 호스트가 정리 정돈을 하겠지만 친구들과 쓸고 닦고 나온 쓰레기를 정리하고 치우기 좋게 두고 나온다. 과할 정도로 산뜻하게 뒷정리한다. 체크 아웃 문자를 보내고 난 다음 날 역시 한국인들은 다르군요, 다음 방문에도 우리 숙소에 오세요. 최고의 여행객이었어요.’라는 호스트의 칭찬을 에어비앤비 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지구별 여행객이다. 길면 8~90년 동안 지구별을 여행한다. 이 별을 여행지로 결정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여 누군가에게는 탐탁지 않은 별, 불편한 여행일 수도 있다. 가끔 나도 지구별에 불시착한 것은 아닌지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구별에 온 이상 잘 살아가는 길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쩌다 만난 여행객과 사랑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면서 희로애락을 보낼 수밖에. 적잖은 세월을 지구별에 머물다 보니 여기가 고향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래 맞다. 있는 동안 지구인답게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사랑하는 사람들도 지구별에 머물고 있는데 말이다.

지구별 여행객이지만 떠날 때 떠나더라도 괜찮게 잘 머물다 떠나야겠다 결심할 때 만화 멋진 지구인이 될 거야를 만났다. 그런데 환경 보호 실천 도전 만화란다. 이 무슨 재미없는 교양만화인가? 환경에 대한 거대 담론, 현실감 없는 이야기로 가득한 만화가 아닐까 하지만 전혀 아니다. 머리 아프고 숙연해지는 거창한 담론이 없다. 누구나 바로 할 수 있는 제안들이다. 무엇보다 내용이 우리 집 이야기로 쉽다. ‘멋진 지구인이 전혀 어렵지 않다. ‘스텐통 테이크아웃 팁’ ‘무료 수질 검사’ ‘분리배출 가이드등등. 환경을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로 가득하다. 실로 진부한 표현이지만 박현미(매옹이) 작가의 멋진 지구인이 될 거야아주 아주 재미나고 실용적인환경 실천의 길라잡이요 바이블이다. 환경 실천을 위해 고민하는 지구별 여행객은 이 두 권의 만화면 충분하다.

 

| 남태일(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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