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의 ‘아름다운 베르네川’

수면에 일순간 소란이 일었다. 산책객들이 모여들더니 눈을 떼지 못한다. 수면 위로 입을 내밀고 뻐끔거리며 먹이를 달라는 물고기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마치 어린아이가 보채는 것처럼 앙증맞고 귀엽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빵조각을 꺼내 던져주자 흰뺨검둥오리 가족과 물고기가 서로 먹으려고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아귀다툼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을 보는 듯하여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베르네천에는 어떤 물고기가 살고 있을까. 물고기 종류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잉어, 향어, 붕어, 떡붕어 등 ()’자가 붙는 민물고기는 대부분 비늘이 크다. 베르네천에 물고기가 많아 살자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들었다. 야생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아침을 맞는다. 이른 아침, 베르네천을 걸으면 어김없이 먹이를 사냥하는 왜가리를 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물고기가 많이 살고 수심도 낮아 그야말로 사냥하기에 좋은 곳이다. 왜가리는 늦은 밤에도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겅중거리며 걷는다.

 

사냥감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왜가리의 모습
사냥감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왜가리의 모습
사냥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왜가리
사냥한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는 왜가리

 

잉어와 붕어, 피라미의 모습은 각각 다르다. 잉어와 붕어는 겉모습이 비슷하여 혼란스러워한다. 완전히 자라기 전에는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잉어는 크고 붕어는 작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특징은 잉어는 주둥이의 위쪽 양 끝에 수염이 나 있지만, 붕어는 입가에 수염이 없다. 잉어의 부드럽고 유연한 수염은 감각기관으로 맛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있다. 수염을 이용해 먹이를 쉽게 탐색하거나 변화를 감지하여 작은 물고기나 알, 새우류, 조개류, 물살이 곤충, 미생물, 물풀 등을 먹는 잡식성 물고기다. 민물고기의 왕이라고 부르지만, 겨울철에는 휴면상태로 깊은 바닥에서 은거하기에 보이지 않는다. 먹이를 거의 먹지 않고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베르네천에 사는 물고기의 대부분이 잉어다. 수면 가까이 다가와 먹이를 달라고 입을 내밀고 뻐끔거리는 잉어의 입 양쪽에 작은 수염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붕어도 살지만, 그리 많지, 않다. 피라미는 거의 보지 못했다. ‘피리또는 피래미라고 부르는데, 수컷이 산란기에 붉은색을 강하게 띠어 불거지라고도 부른다. 피라미처럼 보이는 작은 물고기는 대부분이 잉어의 어린 새끼인 치어(穉魚).

 

 

잉어와 붕어도 여러 종류가 있다. 토종 잉어와 이스라엘잉어, 비단잉어가 있다. 토종 잉어는 몸이 유선형으로 길고 납작하며, 머리가 입 끝으로 향한 원뿔형이다. 빛깔은 등 쪽이 녹갈색이며, 맑은 물에 사는 것은 등의 빛깔이 검고 배 부위는 밝은 흰색이다. 비단잉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비단처럼 색깔이 곱고 아름다운 잉어를 체계적으로 선발하는 과정을 거쳐 개량한 물고기다.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품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관상어로써 주로 수족관이나 연못 등에서 많이 기른다.

이스라엘잉어는 비늘 없는 독일의 가죽 잉어와 이스라엘의 토종 잉어를 개량한 민물 양식 물고기다. 과거 바다 양식 기술이 좋지 않아 비싼 회를 먹기 힘들었다. 1973년 이스라엘 농무부를 통해 치어 1,000마리를 들여와 양식에 성공했다. 전국 호수에서 대대적인 가두리 양식을 하여 횟감으로 식탁에 올렸다. 양식업자가 냄새나는 물고기라며 향어(香魚)’라고 불렀다. 한때 유료 낚시터에서 인기 끌었으나 수질 보호를 위해 호수의 가두리 양식장이 사라지고 양식이 중단되면서 보기 쉽지 않다.

붕어도 토종 붕어와 떡붕어, 각시붕어와 금붕어기 있다. 토종붕어는 누르스름한 비늘을 지녔고 통통하다. 떡붕어는 1972년 일본에서 들여온 외래종으로 토종 붕어와 비슷하나 몸 색깔이 은백색이고 몸높이가 더 높다. 토종 붕어보다 몸이 더 납작하여 이름에 자가 붙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나 댐에선 붕어보다 더 많이 살기도 한다. 이름조차 예쁜 각시붕어는 물의 흐름이 느리고 물풀이 비교적 많이 자라는 얕은 하천이나 저수지와 농수로에 주로 산다. 몸길이가 약 4~5cm 정도 크기로 귀엽고 예쁘지만, 점점 보기 힘들어 안타깝다. 보호가 시급한 토종 민물고기다.

 

 

집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만나고 느끼면서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유롭게 거닐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냇가가 있고 야생동물의 모습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지난날, 물고기는커녕, 악취가 나던 때가 있었다. 생태하천으로 지정하여 수질을 관리하고 서식 환경이 좋아지자 물고기를 방사하였다. 물고기가 노닐고, 야생 조류인 흰뺨검둥오리와 왜가리와 백로가 찾아와 아예 터를 잡았다. 비록, 옛 정취가 풍기는 천연의 개천은 아니지만,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부천 최고의 생태하천이다.

그런데도 아쉬운 점이 많다. 베르네천 생태계에 어떤 종류의 수생생물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같은 시간에 자라 두 마리가 일광욕을 즐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산책객들이 잉어와 붕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붕어가 많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 까치울역에서 베르네천으로 진입하여 첫 번째 징검다리 아래쪽 여울에 어른 주먹보다 큰 황백색 거북이도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지난여름, 초등학생 대여섯이 가지고 놀던 것을 보았었는데, 놓아두고 놀다가 잃어버렸는지, 집에서 기르던 것을 버렸는지 알 수 없다. 산책할 때마다 한참을 살펴보지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아름다운 베르네천의 저녁 풍경(사진 최은경 의원 페이스북)
아름다운 베르네천의 저녁 풍경(사진 최은경 의원 페이스북)
새롭게 단장한 베르네천 산책로
새롭게 단장한 베르네천 산책로

 

베르네천의 물속을 자주 들여다봤지만, 안타깝게도 다양한 수생생물을 볼 수 없었다. 미꾸리나 미꾸라지도 보지 못했다. 미꾸리는 몸이 둥글고, 미꾸라지는 납작하여 붙인 이름이다. 잉어만이 아닌 토종 붕어와 동자개, 메기와 가물치, 장어와 자라, 우렁이와 민물조개류, 참게 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 기르던 반려물고기를 버리면 생태계가 교란되고,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면 하천이 오염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잉어와 붕어를 정확하게 구별하도록 안내하는 게 마땅하다.

베르네천이 비록 길이는 짧지만, 시민의 정서에 큰 위안과 도움을 주는 생태하천이다. 각종 운동기구를 설치하고 휴식 공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야생동물과 수생 동식물을 만나 관찰하며 힐링하는 생태하천으로써 더 값진 곳이다. 정기적인 조사와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베르네천이 품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널리 알리고 적극적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다양한 생물군은 더욱 건강한 하천을 만들 것이다. 베르네천이 시민이 바라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 김태헌(수필가, 한국공무원문인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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