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의 설립과 활동 15

앞서 연재-12(제목:부평수리조합과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부천군 삼정리에서 부농을 이룬 수진미삼송(水津彌三松) 씨의 표창식에 면장 변영모를 비롯하여 면내 유력자와 소작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하여 성황리 진행되었다는 내용을 전하였습니다. 중앙에는 조선총독부가 있고, 지역에는 군청이 있는 상황에서 조선인들의 삶에 가장 가까이 있는 관료 중 하나가 면장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면장은 그 당시 어떠한 활동을 하였고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요? 오정면에서 20여 년 가까이 면장을 했던 변영모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변영모의 직업 변천

변영모는 직원록 자료(조선총독부)에 따르면 1914년부터 16년까지 조선총독부 직속 기관인 임시토지조사국 측지과에서 기수(技手)로 근무하였으며, 1931년부터 1939년까지는 오정면장을 했습니다. 한곳에서 오랜 세월 면장을 저렇게 오래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방이 된 후 1952년에도 면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1959년에는 부천군 소사읍 양전리 534번지에 실업협동조합 비누공장을 세워 운영하였습니다.

참고로 1931년 오정면장 당시 부천군수가 바로 김태석[1930.2 ~1933.4]이었습니다. 김태석은 거물 친일파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지목한 칠가살 중 한 명이자 1945724부미관 폭파의거를 일으킨 독립운동 비밀결사 대한애국청년당에서도 제거할 친일파 3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두 번째, 소사금융조합(素砂金融組合) 감사(監事)

소사금융조합은 1911816(또는 918) 부천군 계남면 심곡리에 설립되었으며, 1927년 당시 적립금은 20,510, 사장은 이계현(李啓賢) 이사는 지전양치(池田養治)였습니다. 변영모는 1937년과 1939년 원인상(元仁常), 남길우(南吉祐)와 함께 감사를 지냈습니다. (조선총독부 관보 제3148[발행일 昭和 120714], 조선총독부 관보 제3728[昭和140626])

 

세 번째, 소사산업조합(素砂產業組合) 감사(監事)

변영모는 부산삼영(富山榮三)과 함께 소사산업조합에서도 감사를 했습니다. (조선총독부 관보 제4029[昭和 150626]) 소사산업조합은 1932722일 부천군 소사면에 설립되었으며, 설립 당시 사장은 길촌등오랑(吉村藤五郞), 이사는 편산호식(片山浩式)이었습니다. 주로 복숭아 판매, 산업용 기계구입, 荷造[니주꾸리, 포장] 재료와 비료 약품 등을 구매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네 번째, 명덕회(明德會) 조직

일제강점기 일제에 부역한 대표적인 유교 단체로는 대동사문회(大東斯文會)와 유도진흥회(儒道振興會)가 있었습니다. 일제는 3.1운동 이후 내선 융화와 황국신민화를 위해 유교 단체들을 적극 활용하였는데 그 조치로 1919년 대동사문회가 발족되고 1920년 유도진흥회가 발족되었습니다. 이런 단체들은 일제의 금전적 후원을 통해 발전하였으며, 그 대가로 일제의 식민통치정책에 순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부천의 친일파인 박제봉은 193911월 조선유도연합회(朝鮮儒道聯合會) 참사, 1941년과 1942년에 조선총독부 직속 기구인 경학원의 사성(司成)을 하였습니다.

유도진흥회(儒道振興會)1932년 유림대회를 개최하고 명덕회(明德會)로 개정하게 됩니다. (東亞日報 1932.9.21.) 명덕회는 유교 정신의 현대적 활성화를 목표로 삼는 교화기관으로 부천군에서는 1939년에 富川郡內 儒林 700여 명이 모여 명덕회(明德會)를 조직하였습니다. (동아일보 1939113)

부평명덕회(富平明德會) 조직은 아래와 같습니다. 변영모는 부평명덕회의 평의원이 되었습니다. (1939124일 매일신보)

 

[부천] 지난 17일 오후 1시부터 부평소학교에서 부평명덕회를 조직하여 역원선거가 있은 후 각종 부의사항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후 산회하였다한다. ◦ 회장(會長) 김동완◦ 제학(提學) 한기학 윤달영 심성택 송순정 윤백헌 ◦ 사제(司祭) 권용택 임유재 심흥섭 김동길 정원갑◦ 평의원(評議員) 원영상 변영모 박용재 이경응 이조직 각주재소수석◦ 간사 이필국 외 6명◦ 고문 장부천군수, 인천경찰서장, 신부정웅, 각소학교장
[부천] 지난 17일 오후 1시부터 부평소학교에서 부평명덕회를 조직하여 역원선거가 있은 후 각종 부의사항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후 산회하였다한다. ◦ 회장(會長) 김동완◦ 제학(提學) 한기학 윤달영 심성택 송순정 윤백헌 ◦ 사제(司祭) 권용택 임유재 심흥섭 김동길 정원갑◦ 평의원(評議員) 원영상 변영모 박용재 이경응 이조직 각주재소수석◦ 간사 이필국 외 6명◦ 고문 장부천군수, 인천경찰서장, 신부정웅, 각소학교장


 

다섯째, 표창(表彰)을 받는 변영모

변영모는 면장으로서 납세를 충실히 하여 각종 상을 받았는데, 1936년에는 모범납세자 표창과 1938년의 가절을 맞이하여 받은 표창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고 단체활동도 제약이 됩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시기 오정면장 변영모는 각종 이권과 관련된 조합과 내선일체와 황국신민화에 적극 협력한 부평명덕회에 참여하였습니다. 면장의 지위와 역할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박종선(민족문제연구소부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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