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경기 부천' 상담사 박희정

마음이라는 두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속에 두 개의 창문이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세상을 향한 창문이고 또 하나는 자기 자신을 향한 창문이다. 두 개의 창문 모두 활짝 열려있어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지만, 때로는 창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보게 된다.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해서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지만, 정작 마음의 주인인 사람이 그 창문을 열지 못할 때는 어찌해야 할까?

심리상담사는 바로 이렇게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닫힌) 이들이 스스로 창문을 열고 나와 세상과 소통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은 지난 2015년부터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경기 부천'에서 심리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희정 상담사를 만나 요즘 아이들이 겪는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은 무엇인지, 부모와 자녀와의 올바른 관계 맺기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또 현재의 청소년 성교육 무엇이 문제인지에 관해 들어봤다.

 

박희정 상담사
박희정 상담사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더 피플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희정 상담사님께 감사드리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큰딸이 사춘기 때 저랑 좀 갈등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다가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 등록해 미술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어느덧 7년째 부천과 광명 지역에서 상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희정입니다. 누구를 도와주겠다는 취지보다는 미술을 가지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면 내담자들로부터 제가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낀 것 같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정신분석이라고 하는 대상 관계에 대해 집중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제한적이다라는 것을 깨닫고 가천대학교 특수치료대학원에서 미술치료석사를 전공하고 현재는 한신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른바 386세대니 586세대니 하는 장년층의 경험으로 비추어보면 요즘 아이들의 행복 지수는 확실히 예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보다 의식주 문제는 많이 향상되었지만, 핵가족화, 맞벌이가정 증가 등의 원인으로 부모와의 관계, 또래집단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겪는 심리사회적 어려움 중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요?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사례들과 증상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는 어려움은, 의사소통의 제한성으로 또래에 비해 언어표현능력이 제한되거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말하거나 반대로 듣는 듯 보이나 표현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최근 들어 자폐 성향처럼 관찰되지만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보이는 영유아가 상담에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인을 한가지로 정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영유아 검진을 통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정서적 측면을 중심으로 말씀드린다면 가정에서 의사소통이 단조롭고 일방적이거나 지시적 혹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적 통제적 의사소통이 아동으로 하여금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욕구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있음은 사례에서도 관찰됩니다.

 

아동과 상담사가 서로의 손을 도화지로 삼아 그린 그림
아동과 상담사가 서로의 손을 도화지로 삼아 그린 그림

 

, 이렇게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어떤 상담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아동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발달시키고 의사소통을 언어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놀이나 미술 활동과 같은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소통의 즐거움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점차 언어적 의사소통을 진행하면서 상담이 진행됩니다. 이는 아동의 발달을 다시 시작한다는 측면에서 장기간의 상담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인지적 언어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동의 정서적 어려움이 원인인 경우도 의사소통에 제한적이므로 함께 병행한다면 아동의 의사소통에 대한 이후의 학교생활이나 학업성취와 도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외에도 아이들이 겪는 심리사회적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더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산만과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혹은 강박적 행동이나 신체화 증상(두통, 복통, 잦은 화장실 출입 등)을 보이는 아동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의사의 진단과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며 정서적인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외형적인 행동화로 나타나는 경우도 상담에서 종종 나타나는 사례입니다. 이런 문제행동이 관찰되면 일단 영유아 기관이나 학교에서 바로 연락을 받게 됩니다. 혹은 과도한 행동화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또래 관계에서 놀이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인내심이 부족해 보여 부모님의 훈계를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동은 내적 갈등이 높아지고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해 행동으로 표출하기도 합니다.

 

 

과잉행동, 충동성, 주의산만과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 혹은 강박적 행동이나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아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씀이신데 이런 아이들의 경우 어떤 상담 활동이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위와 같은 경우 놀이나 미술과 같은 정서적 활동과 자기표현을 통해 억압된 부정적 정서를 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아동의 내적 정서 특히 불안이나 두려움, 걱정과 염려에 대한 다양한 감정이 상담을 통해 다루어질 수 있도록 합니다.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는 것과 이것을 언어적으로 혹은 놀이와 미술 활동을 통한 은유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정서의 조절이 조금씩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성인과 마찬가지로 불안이라는 정서는 아동이 조절하기에 쉽지 않으며 가정에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일차적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모와 자녀의 올바른 관계 맺기에 관한 얘기로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세상에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이 오히려 독이 되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부모가 일방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자녀를 끌고 가려는 경우가 그것인데요, 자녀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동의 발달은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측면이 골고루 균형을 이루며 발달해야 성숙하고 안정적인 성인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초보 상담사 시절 저는 대상을 만나는 초반에 매우 명확한 사례 개념화와 뚜렷한 상담 목표를 신속하게 정하는 것이 저의 실력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틀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목표와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정작 상담을 하기 위해 온 내담자의 마음과 충분히 연결되기 위한 여유가 부족해집니다. 그로 인해 상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해 화가 나고 당황하면서 저의 의도로 상담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통제하고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상담은 피상적 교육이 되거나 중단되기도 합니다.

이런 저의 모습은 부모 자녀 관계에서도 유사합니다. 부모님의 생각과 판단이 자녀의 생각을 앞서 이끌어 주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자녀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일상의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내 생각과 조급함 그리고 자녀를 향한 목표를 앞세우지 않는 부모의 자기 인식과 점검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명 헬리콥터 맘이 매우 유능한 엄마의 모습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자녀의 손발을 묶어 내가 이끌고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욕구를 인식할 틈도 없이 부모의 프로그램에 의해 정형화된 모습이 된다면 그 모습이 사회적인 성공을 가져온다고 해도 과연 자기 삶을 만족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조장(助長)’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논에 심은 벼가 빨리 자라도록 싹을 뽑아 올려줬더니 다음날 모두 말라 죽었다는 뜻으로 조급히 키우려고 무리하게 힘을 쏟다가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됨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당장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부모님들에게 큰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아동이 자신의 힘이나 생각으로, 비록 부모의 생각에는 시행착오이며 실패가 확실하다고 해도, 그것을 허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자율성의 확립이며 자신의 욕구를 확장하고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다른 말로 과도한 통제나 프로그램이 아동의 경험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말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경험해 주기 위해 자신의 쉼을 포기하시지만 정작 자녀들도 즐거움보다는 피로감을 더 많이 경험한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수고와 계획이 될까요? 충분히 자신의 경험으로 인식하고 확장해 가려는 그들의 모험을 위해 집 앞 나무의 매미나 개미를 찾는 그 자리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함께 해 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자녀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훈계보다 대화가 더 필요한데 우리 부모들은 오히려 훈계에 더 집중합니다. 지나친 훈계 약일까요, 독일까요?

훈육의 방식에서 너무 많은 언어적 훈계는 도리어 자녀와의 소통을 제한합니다. 상담에서도 우리는 아동의 말을 더 많이 듣기 위해 비록 비언어적 활동을 하는 경우라도 그들의 몸짓과 소리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상담사가 조급하거나 일방적인 방식으로 언어적인 소통을 유도하면 아동과의 연결, 라포형성에는 도리어 방해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말은 아동에게는 원하지 않는 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훈육은 필요합니다. 그들의 사회성 발달에서 과도한 자유가 도리어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하는 훈육은 지나치게 많은 말들을 하게 되며 자녀의 마음은 이미 다른 행성으로 향할지도 모릅니다. 자녀의 눈높이에서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소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동의 모래놀이와 이를 재료로 만드는 선물은 그 모양과 무관하게 귀한 의미가 있다.
아동의 모래놀이와 이를 재료로 만드는 선물은 그 모양과 무관하게 귀한 의미가 있다.

 

끝으로 화제를 청소년 성교육 문제로 바꿔보겠습니다. 오랫동안 유교문화의 영향권에 있던 한국 사회에서 성 문제는 가정에서도, 또 학교에서도 쉽게 다루기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물론 학교에서 성교육이 이루어지기는 합니다만 대부분 피상적으로 흐르기 일쑵니다. 청소년 성교육 무엇이 문제일까요?

2022년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성폭행 관련 유죄판결은 전년 대비 10.6% 감소한 1,869건이지만, 온라인이나 영상 관련 성 착취물 범죄는 전년 대비 6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된 피해자의 평균연령은 14세였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접촉 경로는 인터넷 채팅 앱이 51.1%로 높고 인터넷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72.2%입니다.

이런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의 성교육이 도덕적, 폭력적인 관점으로 다루어졌고 이로 인해 성폭행에 대한 유죄판결이 줄어든 것은 그 효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 자녀들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온라인과 스마트폰의 세상은 이러한 관점의 교육으로는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은 사실 그들의 발달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단계입니다.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메타버스의 세상이 왜곡된 성인식을 갖도록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합니다. 이러한 때 일방적인 도덕적 폭력적 금기를 다루는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원하는 주제도 필요한 도움도 되기 어렵습니다. 부모와 우리가 좀 더 적극적이고 솔직하게 접근하고 다루어야 할 주제가 되었습니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온유 이주희 글/그림
온유 이주희 글/그림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