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내가 전공의 시절일 때이다. 그 당시 순천향대학병원은 서울, 천안을 비롯한 네 군데 부속병원이 있었다. 수련을 4개 병원을 돌면서 했었는데 서울, 천안이 아닌 다른 병원에 파견 갈 때를 손꼽아 기다리곤 하였다. 이유는 서울과 천안은 수련 과정도 엄하고 할 일도 많아 심신이 고된 반면에 다른 병원에 가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파견 가는 병원에서는 수술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도 하였다. 그 당시 파견병원에서 느슨한 전공의 문화가 당연한 것은 그 병원의 일부 교수님들도 인정해줬던 부분도 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파견병원의 교수들도 역시 전공의와 같이 파견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든지 본원에 자리를 얻어 신분 상승을 노리고 있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니면 개원 준비를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기도 하였던 것 같다. 대학병원의 교수 자리는 운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실력도 뛰어나고 성실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런다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수 자리가 정해져 있다 보니 정년을 마친 교수님이 그만두어야 새로운 자리가 나는 것이다. 그때를 못 맞춘 교수 지망생은 파견병원에 가서 기다리거나 중소병원에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개원해야 하는 것이다. 파견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기회만 되면 신분 상승을 노리는 교수들이 지역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까?

 

 

최근에 성남시의료원의 서울대병원 위탁을 주장하는 신임 성남시장은 〇〇병원을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〇〇병원은 서울시가 만든 병원이고 서울시가 매년 50여억 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위탁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은 그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를 포함한 직원들은 대부분 서울대병원 소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시 직영으로 환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서울시에서 추구하는 건강정책과는 별도로 수익 창출을 위한 방향으로 병원을 경영하기에 적자 폭도 줄어든 것이다. 〇〇병원도 대부분 서울대 출신들로 본원 교수를 원하지만, 자리가 없어서 파견된 것이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공공보건의료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이다. 성남시의료원을 포함한 지방의 의료원들이 민간 위탁을 주장하고 있다. 전과 달라진 것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코로나 유행 시기에 시민들은 공공병원의 확장을 주장하는데 왜 민간 위탁이 이슈가 되고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을 내세워 혹했었는데 실제 내용을 보면 코로나 환자 치료와 같은 필수 의료를 민간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맡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병원 영업 이익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코로나 환자를 공공병원에서 70%, 민간병원에서 30%가량 치료했다고 한다. 반면에 지출된 비용이 총 3조 원인데 공공병원에 15%, 민간병원에 60% 지급되었다. 이를 환자 일 인당 치료비용을 따져보면 민간병원의 치료 수가가 공공병원보다 12배가량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환자 치료를 하게 되면서 민간병원에서는 코로나 치료에 대한 보상에 재미를 보았을 것이고, 병원협회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며 공공 의료 역할을 민간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부천은 의료자원이 풍부하다. 경기도 평균에 비해 인력, 병원 수 다 많지만, 음주, 흡연 인구가 많고 운동하는 인구가 경기도 평균보다 적다. 이로 인해 경기도 평균보다 고혈압, 당뇨 환자가 많고 평균 수명도 적다. 정부가 민간병원을 통제하는 도구는 건강보험 수가밖에 없다.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과 같은 중요한 보건의료 정책에 민간병원이 관심 갖지 않은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민간병원에 공공병원을 위탁하게 되면 공공병원이 지금은 못 하고 있을지라도 그나마 하려고 했던 보건의료 정책을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지금의 공공병원의 문제점이 공공병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수십 년 지속되어 온 기형화된 보건의료 체계의 결과이다. 빈약한 공공의료를 확장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올바른 처방일 텐데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민간 위탁은 병을 더 악화시키는 꼴이다. 대학병원 위탁을 하면 의사가 파견되어 인력을 채우는 것 같지만 언제든지 떠나려 할 것이고, 적자 폭을 줄이는 것 같지만 결국 시민들의 건강은 나빠지고, 의료비 부담은 늘어갈 것이다. 결국 공공병원의 민간 위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것이다.

 

| 조규석(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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