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들』 / 글 · 그림 미깡 / 문학동네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려 보자. 한 번도 부모님께 혼나지 않고 자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는 부모님께 혼났을까? 이런저런 상황이 있겠지만 많은 경우 거짓말때문이 아닐까 싶다. “응응아, 엄마는 거짓말을 정말 싫어해요. 우리 응응이가 정직하게 말하지 않고 속였다는 것이 엄마는 너무 속상해라는 이 상황은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그렇게 거짓말을 싫어하시던 우리 부모님들은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울리는 전화벨에 엄마 없다고 해라는 말씀을 하신다. 해서 우리 엄마는 진짜 거짓말을 싫어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엄마는 거짓말자체를 싫어하시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자녀가 묻는 말에 이실직고(以實直告)하지 않은 것에 화를 내셨던 것은 아닐까 한다. 문득 가훈이 정직이라고 했던 전직 대통령이 떠오른다. 그 양반은 혀를 날름거리며 여러분, 새빨간 거짓말입니다라며 자신에게 쏟아진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드러나 결국 법의 심판을 받는 중이다.

거짓말. 국에 사전에서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말을 함. 또는 그런 말이라고 정의한다. 사실인 것처럼 꾸며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거짓말을 윤리적,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믿는다. 해서 가벼운 거짓말에 웃고 넘어갈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엄한 처벌을 받기도 한다. 우리가 일상을 살 때 언제나 정직하면 좋겠다. 그러나 사실과 진실만을 말하면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오늘도 크고 작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지냈다. 양심에 찔림이 있는 거짓도 있겠고, 오히려 다행이고 잘했다 싶은 경우도 분명히 있다. 만일 세상에 거짓말이 사라지고 오직 사실만을 말한다면 이 세상은 지금보다 더 괜찮아질까 궁금하다.

 

 

광장지기는 거짓말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특별히 이웃과의 관계에서 적당한 거짓말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때때로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도 거짓말이 필요하다. 입맛에 잘 맞지 않았지만 음식이 아주 맛깔스러워요라는 말은 음식을 준비한 분과 그 자리에 있는 다른 분들을 배려하는 태도이다. 만약 정직함을 앞세워 정말 먹을 만한 음식이 없군요. 라면이나 하나 끓여 주세요한다면 세상 살기 무척 버거워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정직한 사람이라는 생각하는 대신 눈치 없고 무례한 사람이라 여긴다. 삶을 돕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한다. 용기, 격려, 성장과 응원을 위한 거짓말이다. 이를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출 때 제대로 사회화가 되는 것이라 본다.

술꾼 도시 처녀들로 잘 알려진 미깡 작가의 만화 거짓말들에는 아홉 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각 에피소드는 독자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일상에 있음 직한 이야기들로, 구성과 내용이 탄탄하고 작품마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한다. 인간의 내밀한 본성을 통찰하며 재미와 즐거움을 넘어 묵직한 사건들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진실 앞에 서는 것이 두려워 거짓말이어야 한다고 바라는 모습, 일 중독에 빠진 자녀를 위해 하는 거짓말,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거짓 행동으로 뭔가를 얻지만 동시에 혼란에 빠지는 부부 이야기 등이 거짓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준다. 작가는 거짓, 거짓말이지만 그것을 통해 진실한 자신을 만나고, 살아가는 현실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무더운 여름, 이 여름 당신의 거짓말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남태일(언덕위광장 작은도서관 광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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