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거꾸로 가는 노동 개혁
최근 정부는 노동 개혁이라는 단어를 언론에 노출시키고 있다. 지난 6월, 노동조합 활동을 꽤 오랜 기간 했던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라는 브리핑을 통해서 관련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 대선 선거 과정에서 보였던 대통령의 노동과 관련한 우려스러운 발언들이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여 바짝 긴장이 된다.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정책을 제시한다고 하지만 내놓는 정책이 과연 앞뒤가 맞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세히 뜯어보면 진단과 처방이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노동정책 바탕이 어떤 색채인가를 살펴보면 더욱 암울하게 느껴진다. 재계의 요구가 기본으로 깔려있고, 그 위에서 방안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은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이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고 노동시간을 둘러싼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였다. 그러나 이 역사적 방향을 거꾸로 돌리는 시도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주의 노동시간을 연장포함 52시간 이내로 명확히 한 것이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사실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1주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는 고용노동부의 이상한 해석으로 68시간까지 일을 시키던 것을 바로잡은 것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부의 발표는 주 단위로 연장 노동시간을 관리하던 것을 월 단위 또는 연 단위로 확대해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며, 이는 정확히 재계의 주장과 일치한다. (지난 5월 경총 토론회에서 월 52시간 또는 연 624시간 한도로 연장 노동 제한을 바꾸는 방안이 나왔다고 한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들의 주장은 묵살되고 있는 것이다. 이중 노동시장 문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불평등한 원하청 관계 등 기업 외부의 구조화된 불평등을 소거하고 연공급이 문제라는 방향은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노동의 격차는 임금체계보다는 기업의 규모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 대기업 비정규직, 중소기업 정규직,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임금과 노동조건을 비교한 다양한 통계를 살펴보면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수준 추이(경향신문)
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수준 추이(경향신문)

 

노동 권리를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부천의 노동 현실
부천의 산업이 영세하다는 것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사업체의 규모가 노동의 질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볼 때 부천의 노동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 <2019 경기도 사업체 조사> 통계에서 나타난 부천은 기업규모를 살펴보면 전체 사업체 수 61,147개, 종사자 약 297,595명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이 약 78%, 10인 미만을 포함해도 92%,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계산하면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업의 규모가 임금수준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규정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정규직-비정규직’으로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노동환경이 부천의 99% 사업체에서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고 팩트인 것이다. 영세한 기업규모는 안전에도 취약하고, 기업 차원의 복지를 기대하기는 요원하고, 스스로 노동조합 등 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직을 만들기도 어렵다. 결국 부천의 노동자들은 평균보다 낮은 임금, 불안한 고용, 권리의 보호막이 없는 상태로 내몰려있다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부천의 노동 현실에 맞는 부천의 노동정책이 필요하다
현 정부가 발표하고 추진하고 있는 노동정책이 부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생각해 보면 적어도 부천은 어떤 식으로든 나빠질 상황으로 예상이 가능하다. 영세한 규모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이 풀리게 되면 부천처럼 사업체 규모가 작고, 노동자의 대항 수단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노동조건의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노동시간만 늘어날 뿐일까?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기존에 받을 수 있었던 연장 수당을 탄력적으로 안 줄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간의 탄력적 운용은 노동자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임에도 이런 것은 고려 대상 자체가 아니다. 이를 위해 부천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별기업에 맡겨놓고 뒷짐 지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적극적인 노동정책이 고민되어야 하며, 개별기업을 넘어서는 지역 차원의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복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소규모 기업이 복지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는 이를 촉진하기 위한 바탕을 제공해야 하며, 민간 노동단체와의 진지한 협력도 모색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글 | 최영진(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장)

 

최영진 센터장
최영진 센터장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