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9, 박순애 전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업무 보고에서 만 5세 초등 입학을 포함한 학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해서 유치원 선생님, 초등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걱정으로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 박순애 장관의 사퇴가 있기까지 그 뜨거운 불볕더위와 싸우며 수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5세 초등 취학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그나마 89일 국회상임위에서 교육부 차관이 5세 취학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사필귀정으로 제자리를 찾은 듯하여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교육부의 이번 5세 초등학교 입학학제 개편안은 그야말로 졸속 그 자체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라는 교육 부문에서 학제 개편이라는 것은 아이들이 학창 시절을 거쳐 사회인으로 자리 잡기까지 모든 시기에 걸친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므로 꼼꼼하고 다양한 사례의 사전 조사와 전문가들의 조언, 당사자인 부모, 교사들의 의견까지 들어서 추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이런 과정이 쏙 빠졌을 뿐 아니라 각 시도 교육청까지도 논의에서 배제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또한 이번의 만 5세 입학안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했다가 실효성이 없어 폐기되었던 문제점이 많은 정책이다. 아동의 인지정서발달 특성상 만 5세는 유아기로서 직접 오감으로 체험하고 놀이로 사회성 및 정보를 습득하는 시기이지 문자학습 위주의 초등 교육과정을 소화할 시기가 아니다. 그러니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히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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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상태가 좋아져 아이들의 신체적 성숙이 빨라졌다고 해서 인지 정서적인 면까지 만 5세 아이들의 성숙이 빨라졌다고 볼 수 없다. 아이들은 여전히 보육적 돌봄이 필요하고, 10년 전보다 아이들은 화장실 뒤처리를 할 때 교사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다년간 유치원에서 7세 아동을 담당하셨던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신다. 아이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 이미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시행하고 있는 누리 교육과정의 바탕에서 질적인 부분을 더 채울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초등 1학년들과 생활하고 있는 나로서도 걱정이 되고 반대할 이유는 무척 많다. 1학년에서 유초 연계 교육과정을 추진하면서 통합적인 방법으로 도덕, 사회, 과학, 예체능을 배우지만, 국어, 수학 교과서가 중요해지고 문자 위주의 교육이 시작됨을 부인할 수 없다. 학기 초에는 문자 해득의 과정을 천천히 밟아간다 해도 6월쯤 되면 문장을 읽고, 글씨 쓰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흐름이다. 이렇듯 초등학생이 된다는 건 학습을 시작할 연령기로 인식하기 때문에 부모님들도 조기 취학에 대비해 더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교육부의 말처럼 출발선을 고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면서 자라야 할 권리를 빼앗고 선행학습 또는 사교육을 부추기게 될 거란 것이 불 보듯 뻔해지는 것이다.

1학년이 되면 유치원에서 놀이 위주의 수업을 받던 아이들이 적어도 30분 이상은 제자리에 바른 자세로 앉아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할 태도를 갖추려고 노력해야 한다. 1학년 친구들은 바른 자세로 앉는 것부터 익히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8세인 아이들도 교실 의자에 소파에 앉는 것처럼 눕듯이 기대어 앉는 친구들도 있고, 가부좌하듯 양쪽 다리를 올려서 앉는 모습도 흔히 보인다. 또한 초등학교 교실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공통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표준화되어 있고 대부분 일률적인 가구 배치가 되어 있다. 학기 초에 8세인 우리 아이들도 신발장에 신발을 넣으려면 까치발을 하고서 넣어야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다. 또 화장실이 유치원처럼 교실과 연결되어 바로 앞에 있지는 않아서 화장실 가기를 무서워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그런데 한 살 더 어린 친구들이 사용한다면 더 놀라기도 할 것이다.

입학 시기를 맞게 되면 부모님들의 마음은 바빠지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앞으로 쭈욱 스스로 학교에 다닐 준비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었다는 것 때문에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 중 한 분이 휴직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아이가 학교에 갈 만큼 컸으니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부모님도 계셔서 공적 돌봄을 더 많이 찾게 된다. 입학 전까지 유치원, 어린이집을 통해 조금 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방과후를 보냈던 아이들이 입학을 하면 대부분 학교 여건 때문에 희망을 하는 일부만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있다. 차차 적응을 해나가지만 많은 시간 부모님과 떨어지는 것이 힘들어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에 과연 한 살을 낮춘다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우리 집 아이들이 유아동기를 같이 보냈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 즐겁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았다. 어린 시절 같이 놀았던 정서적 편안함이 큰 것 같다는 얘기를 하였다. 아무쪼록 유아기 아이들은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어른들이, 특히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만 5세 조기취학이 완전 철회되기를 바라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 강공덕(부천 동곡초등학교 교사)

 

강공덕 선생님
강공덕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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