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이 점점 영화(映畫)의 도시로 진화 중이다.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천만 관객을 동원할만한 영화사가 있다거나 유명, 배우, 감독,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감히 영화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은 역곡에 바로 인디고을 영화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가 전문 영화인들의 축제라면, 인디고을 영화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작은 축제라서 더욱 뜻깊다.

 

 

축제는 영화학교 참가자 모집으로부터 시작된다. 참가 자격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이며 서류심사를 통해 입학이 확정되면 주말, 또는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전문가로부터 영화의 이해, 영화 제작과정의 이해, 시나리오 작성, 연기연습, 촬영 및 편집 기법 등을 배운다. 이후 실제 촬영과 편집을 거쳐 시사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영화학교는 마무리된다.

2016년 인디고을 영화학교 첫 시사회 때는 80명의 아이들을 8팀으로 나뉘어 8개의 작품을 선보였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2021년에는 학교 자체를 열지 못했고, 올해 역시 겨우 한 팀만 구성해 한 편의 작품을 시사회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영화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시사회 때 선보인 단편 영화 레벌 업12~16세 학생들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촬영과 편집 기술도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연기도 진일보해서 시사회장을 꽉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물론 관객들은 학생들이 영화 전공자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라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레벨 업의 주인공 지존 뿡(박산 역)pyh(박용훈 역)는 인터넷 게임 좀비고를 통해 서로 알게 된다. 지존뿡은 게임엔 고수지만 아직 어린 초등학교 3학년, 반대로 pyh는 게임은 하수지만 지존뿡보다 나이가 많은 중3이다. pyh는 지존뿡을 통해 게임 실력을 레벨 업하려고 하면서도 지존뿡이 원하는 것들 -마라탕 먹기,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 노래방 가기 등-은 레벨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화가 난 지존뿡 역시 pyh의 게임 레벨이 낮다는 이유로 같이 놀 수 없다며 떠나버린다. 결국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은 pyh의 연락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pyh는 지난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존뿡의 레벨 업을 위해 함께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춤추며 노래 부른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청해 초보에서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내가 바보 같은 개구리였나 보다. 앞으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서로의 차이를 응원해야겠다.” -pyh의 독백-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2022년 인디고을 영화학교 상영작 레벨 업은 대형 영화사들이 제작한 상업영화에 비해서 촬영 기법이나 편집, 연기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화 레벨 업이 관객에게 던지는 묵직한 질문 하나만큼은 칸,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작에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당신은 누군가의 레벨 업을 위해 애써 본 적이 있는가?”

 

| 이종헌(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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