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8

입추가 지났는데도 폭염이 계속되더니 때아닌 장마로 물 폭탄이 쏟아져 곳곳이 침수되고, 범람하여 온 나라가 소란스럽습니다. 이처럼 어수선한 시기이기에 아이들은 방학이지만 어디론가 놀러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럴 때는 집에서 재미난 상상의 독서로 여기저기 다녀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가 존 로코 자신이 열 살 때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책 폭설을 같이 볼까 합니다.

책의 표지를 보고 아이들은 말하지요. “! 눈이다.” “그래 눈이야. 이렇게 더울 때는 최고지.” “선생님, 그러면 지금처럼 갑자기 비가 많이 온 것은 폭우인가요? 물 폭탄인가요?” “! 그런 말도 다 알고 멋지다! 말 그대로야. 비가 많이 오는 것은 폭우, 이렇게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오니까 물 폭탄이라고 비유하여 말한 거지.” “그런데 이런 여름에 폭설이 오기도 할까요?” “그럼, 우리와 반대되는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지. , 오늘은 이 책으로 다른 나라 여행을 해볼까?”

아이들은 기대에 부풀어 첫 장을 넘기는데요, 그림 속에서 어린아이가 점점 눈 더미에 파묻히는 그림을 보고 놀랍니다. “선생님, 얼마나 눈이 많이 오면 저렇게 될까요?” “글쎄, 작가가 어릴 때 경험한 이야기라니까 얼른 보면 알겠지.” 하고 바로 책을 읽어 주세요.

 

 

이 책은 주인공 존이 폭설로 인해 학교 수업을 일찍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튿날 존은 현관문이 열리지 않을 만큼 많이 쌓인 눈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여 창문으로 나가서는 누나와 재미난 눈놀이를 하지요.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눈은 계속 오고 제설차는 오지 않고 음식마저 떨어지기 시작하니 모두가 불안해집니다.

밝은 표정이던 아이들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 주인공 존이 읽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답니다. 책을 자세히 읽어보세요. 무슨 책인지 알 수 있답니다.

주인공 존은 책을 읽은 후 고립된 마을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설피 대신 테니스 라켓을 신고 가게로 향합니다. 가게로 가는 길은 눈이 쌓여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대문 접지를 활짝 펼치면, 주인공이 집() 상단에서부터 가게() 하단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한눈에 나타납니다. 가게를 찾아가던 길에 눈싸움과 천사놀이 등으로 가끔 샛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사뭇 비장해 보이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인공은 집집마다 들러서 부탁받았던 물건들을 전해 줍니다. 날이 저문 후에 집에 돌아온 주인공은 기다리던 가족들과 감격적인 포옹을 하게 되는데, 이 장면에 이르러서야 아이들은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너희도 어떤 위험에 처하면 이 주인공처럼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 대답을 합니다. “선생님, 저 같으면 촛불로 녹이면서 갈 거예요.” “뭐라고? 그게 가능할까?”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기발한 상상을 더하여 대답하는데요, 뜨거운 물을 뿌리면서 가면 된다고도 하고, 썰매를 타고 가면 될 거라고 하는 아이도 있답니다. 아이들의 마음에 눈은 불에도 녹고, 뜨거운 물에도 잘 녹으니까요. 아이답게 아이다운 생각을 마구 얘기하는데요, 그때마다 칭찬을 더 해 주세요.

장마가 끝난 후 다시 불볕더위가 시작된 요즘, 상상만으로 신나고 시원한 눈 이야기에 푹 빠진 아이들의 눈동자는 매우 빛이 납니다.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도 보고 갇힌 동안에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도 적어보게 하고 여럿이 하고 싶다고 하는 놀이를 선정하여 그 놀이를 해보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활동으로 제격이랍니다.

또 눈에 대한 설렘과 기쁨이, 두려움과 걱정으로 바뀌고 다시 용기와 지혜로 빛나는 일주일간의 변화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책을 읽고 아이들은 저마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족들을 어떻게 위기에서 구할 건지 생각을 하는데요, 눈이 온 풍경을 실감 나도록 그림으로 보여주는 가상뉴스도 만들게 하여 재미를 더해보세요. 그리고는 기자가 된 것처럼 발표도 하게 하면 아이들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대폭발할 겁니다.

모두가 불안해할 때, 어린 존이 나는 이 일을 해낼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던 것처럼, 현재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도 아이와 함께 의논해보면서 어린 시절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들려주세요. 크건 작건 어린 시절 스스로 뿌듯하게 여겼던 추억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한 번 들려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약간의 과장과 조미료를 적절히 섞어서 감칠맛 나게 말이지요. 그런 이야기를 통하여 아이들 마음속에 가족과 이웃을 위한 용기의 씨앗이 싹틀 수 있게 말입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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