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진 3가지 기본 욕구(성욕, 식욕, 수면욕)는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행복 추구와도 관련이 있다. 19세기 말에 프로이드가 이 중에 성욕과 관련된 인간의 욕구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일찍 발달된다는 것을 처음 발표했을 때 시대는 당황스럽고 불쾌해 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순수하고 성과 관련된 욕구를 모른다는 기본적인 우리의 믿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성욕은 자동적으로 어른들의 성적인 관계와 장면을 상상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고, 알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100년이 훨씬 지나 21세기에 사는 우리들도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알면 안 되는 비밀의 정원과도 같은,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 문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우리 각자에게 열리고, 열 수 있는가?

아이들이 가지는 상상력은 대단하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한 아이들의 상상은 그로 인해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만들어 자신만의 성격을 형성해 나가는데. 이는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이 관계의 기본적인 틀이 어른들의 사랑이라고 여겨지는 성에서도 사용된다. 성욕이라는 것 자체가 가진 내적인 욕구는 관계의 방식을 통해 표현되고 사용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사랑받기 위해 대상과 무엇을 주고받으며, 수용하고 거부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갈등은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도 동일하다. 어쩌면 어른들의 이러한 방식도 자신의 어린 시절의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상상,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1세기에 사는 우리의 문화는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대상에 대한 자기 방식을 결정해 나갈 시간을 미처 갖기도 전에 성적인 흥분이나 호기심을 너무 빨리 자극하고 있다. 그래서 그 자극에 너무 집착하거나 성적인 관계가 자신이 사랑받는 것이라고 속단하기도 쉽다. 자신의 마음을 미처 이해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어렵고 힘든 숙제이기 때문이다.

자기 인식은 그러므로 성 인식과 너무나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이런 생각들을 상담 현장에서 나누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에 대한 것조차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는 다르다고 생각되는지 묻고 싶다. 어쩌면 유행하는 포켓몬스터 외에는 자신이 스스로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무엇에 흥미가 없는지조차 생각해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로 인해 물질적인 만족감이 곧 사랑받고 관계 맺는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대상에게서는 더 이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절망감이 분노의 폭력적인 표현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 혹은 대상에게서 나의 외로움을 위로받기 위해 미처 상대방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거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성에 대한 인식은 그러므로 성폭력이나 피임 도구에 대한 안전한 사용설명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누구이며 다른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맺고 싶은지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보는 과정이 성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이다. 또한 자신의 신체와 신체적 심리적 변화에 대해 왜곡된 상상 특히 난무하는 동영상으로 인한 잘못된 자기 확신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이해와 함께 올바른 안내도 필요하다.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경기부천은 이러한 취지로 청소년 특히 여아들의 성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과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각 학교를 찾아가는 소수의 집단 상담 과정을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과 막연한 상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나누고 고민하는 과정은 자기 인식과 발달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전반적인 또래 관계와 가족관계에도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대상은 여자 청소년들로 이제 2차 성징을 시작했거나 시작하기 전의 사춘기 시기를 맞이한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교를 대상으로 파견되는 전문상담사와 함께 6회기 동안 굿네이버스의 지원 사업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단, 이번 프로그램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고 저소득 가정의 여아들에게만 한정적으로 2022년 2학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의 변화와 이해, 생리대에 대한 안내와 교육도 이루어지지만 이와 관련하여 성에 대해 각자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인식과 성을 통해 표현되는 대인관계의 자기 인식도 연결하여 다루어진다. 또한 최근 과도한 영상 매체로 인한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건강한 신체 발달보다는 급격하게 체중을 줄이려는 청소년들의 유행에 대해서도 자기 인식과 연결하여 다루어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에 대한 다양한 이해 특히 신체 변화와 관련하여 자신과 자신의 신체에 대한 건강한 이해와 인식,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스스로 생각하고 정립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들어 성적 문제가 등장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특히 남자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인식 안내에 대해서도 각급 학교에서 요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현장의 요청으로 2022년은 저소득 여아지원사업으로 진행되지만 추후 남아지원사업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글 | 박희정(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경기부천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