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교 이야기

나는 2016년까지 산학교에 다녔던 졸업생이다. 이번 7~9학년의 들살이와 9학년 이동학습의 지원교사로 3개월 동안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교장선생님이신 파도께서 일을 제안해주셨을 때는 그다지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었다. 딱히 나는 교육 쪽으로 공부하지는 않았고 경험해봤던 일을 하는 점에서 집에서 놀고만 있던 나에게 제안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했다. 3까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선생님과 별로였던 선생님 모두 만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9년 동안 몸담았던 학교에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렇지만 망하면 어떠리. 나는 아직 젊으니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도망치기는 너무 아깝기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도보 들살이

들살이는 산학교의 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중등 도보여행은 매일 16~20km씩 걷는 중학생들에겐 강도 높은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코스, 숙소, 음식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이 역할별로 나눠 정하고 그것에 맞춰서 910일 동안 죽어라 걷는다. 준비과정에서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적은 인원이지만 다 같이 가족같이 북적거리는 분위기야말로 대안학교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분위기에 걱정은 잠시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같이 들살이 준비를 도울 수 있었다. 도보여행 코스는 세월호가 있는 목포부터 5·18 민주항쟁이 있었던 광주까지 걸으며 세월호와 민주화 운동을 기억하며 걸었다. 작게라도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걷는다는 게 도착지가 막막할 때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첫날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세월호 선체를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 시간상의 문제로 보지 못했던 것이 아직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도보들살이 중등 도보여행
도보들살이 중등 도보여행

 

도보여행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가방은 무거워서 어깨는 빠질 것 같고 계속 걷다 보면 발에 수많은 물집이 생기며, 다리 관절은 아파온다. 육체보다 정신적으로 먼저 지치기에 체력과는 별 상관없고 본인이 얼마나 걸을 의지가 있는지, 힘든 걸 참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부 경험한 나로서도 사실 힘들었다. 숙소에 도착하면 모두 녹초가 된다. 그렇지만 의료팀은 물집을 빼러 다니기 바쁘고 저녁 당번은 오래 쉬지도 못한 채 바로 밥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게 힘든데도 아이들을 신경 쓰고 계속 일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대단할 따름이다. 들살이 중반부터는 아이들이 적응을 한 건지 걷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다들 빨리 걷고 쉬고 싶은 생각인지 쉬는 시간을 별로 가지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걷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듯이 뒤처지는 아이도 생기기 마련이다.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힘든 걸 알기에 힘이 되어주려 최대한 노력했던 것 같다.

 

도보 들살이2
도보 들살이2
도보 들살이3
도보 들살이3

 

9학년 이동학습

들살이는 한 달의 시간이 걸렸고 나머지 두 달은 9학년들과 이동학습에서 보냈다. 작은 아산학사에서의 생활은 고등학교 때 다닌 기숙사를 떠올리게 했다. 이 이동학습 과정은 딱 내가 졸업한 후에 생겨서 기대되는 일이었다. 집을 나와서 사는 자립의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과정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리, 빨래 등 평소에는 부모님에게 의지하는 일을 직접 해보고 교사 포함 5명이라는 적은 인원이 왔기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은 학생 때는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해서 조금 부럽기도 했다. 실제로 학생들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로 인해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옆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그런 점이 재밌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이따금 나에게도 자신의 고민거리들을 털어놓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이야기해 주면 열심히 들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9학년 이동학습1
9학년 이동학습1

 

이동학습을 하면서 요리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인원이 적다 보니 돌아가며 한 명씩 하루를 맡아가며 해서 그날의 한 끼는 오직 식사 당번에게서 모든 게 나오다 보니 열심히 만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만드는 요리재료 중 대부분은 채소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런 채소들은 농사 수업에서 자세히 보고 배울 수 있었다. 마늘종을 뽑는 방법이나 고추밭에 울타리를 치고 고정을 시키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나 잡초를 뽑고 물을 주는 단순 노동을 할 때도 있었다. 이런 작물들을 시기가 돼서 수확하면 학사 옆에 살고 계시는 산학교 교장선생님 출신 아침햇살께서 제철 음식과 문화수업으로 어떤 요리들을 할 수 있는지 알려주신다.

 

9학년 이동학습
9학년 이동학습

 

우리가 있는 아산은 과거로 돌아가면 백제의 땅이었다. 역사 시간에는 마찬가지로 교장선생님을 하셨던 달님께서 백제에 대해 가르쳐주셨다. 단순히 책과 영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닌 역사기행을 떠나 백제의 유적들을 직접 보면서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공부를 했다.

to you’ 수업은 수업 이름처럼 숲에 가장 많은 나무를 사용하는 목공수업이다. 만드는 순간에만 재밌고 그 이후에는 방에 어딘가로 던져지는 게 아닌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무드등, 화분바구니 같은 것들을 만든 게 좋았다.

가끔 지칠 때면 마음 치유 숲이라는 곳으로 가서 힐링을 한다. 밀랍초를 만들거나 싱잉볼을 들으며 명상을 하며 잠시 가지고 있던 피로를 풀며 자신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정한 몸 활동 수업은 자전거를 타며 마을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평소 대중교통보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도 이런 자전거의 매력들을 알려주고 싶었고 한 주에 한 번쯤 좋은 공기를 맡으며 운동하는 건 굳어있는 몸을 깨우기엔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시골길이 많다 보니 돌아다니기에 적합하진 않았지만, 학생들 만족도가 나름 괜찮은 듯해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었다.

 

9학년 이동학습
9학년 이동학습

 

9학년 이동학습 자전거 타고 마을 둘러보기
9학년 이동학습 자전거 타고 마을 둘러보기
9힉년 이동학습
9힉년 이동학습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항상 도전하라고 말한다. 나 역시 많이 들어 본 말이고 단순히 잔소리로 들을 수도 있고, 실제로 듣고 도전할 수도 있고, 말의 의미는 알지만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주 사소한 거라도 도전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산학교로 진학한 것, 들살이를 간 것, 이동학습을 간 것 등등. 다른 사람이 보기에 보잘것없더라도 적어도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은 응원해준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졸업 후 느낀 산학교는 아무래도 작은 공간이기에 다른 곳으로 나간다면 대부분이 새롭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걸 배우기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무언가 하고 있지 않아서 힘들어하기보다 내가 했던 걸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글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부끄럽지만, 이 또한 하나의 경험이니 그냥 부딪혀 보는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않고 틀리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젊은이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 김진환(산학교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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