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OPLE』 27

부천 역곡이 점점 영화(映畫)의 도시로 진화 중이다.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천만 관객을 동원할만한 영화사가 있다거나 유명, 배우, 감독,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감히 영화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은 역곡에 바로 인디고을 영화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가 전문 영화인들의 축제라면, 인디고을 영화학교는 지역 주민들의 작은 축제라서 더욱 뜻깊다.

축제는 영화학교 참가자 모집으로부터 시작된다. 참가 자격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이며 서류심사를 통해 입학이 확정되면 주말, 또는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전문가로부터 영화의 이해, 영화 제작과정의 이해, 시나리오 작성, 연기연습, 촬영 및 편집 기법 등을 배운다. 이후 실제 촬영과 편집을 거쳐 시사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영화학교는 마무리된다.

2016년 인디고을 영화학교 첫 시사회 때는 80명의 아이들을 8팀으로 나뉘어 8개의 작품을 선보였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2021년에는 학교 자체를 열지 못했고, 올해 역시 겨우 한 팀만 구성해 한 편의 작품을 시사회에 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영화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시사회 때 선보인 단편 영화 레벌 업12~16세 학생들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촬영과 편집 기술도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연기도 진일보해서 시사회장을 꽉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받았다. (물론 관객들은 학생들이 영화 전공자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라는 사실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영화 『레벨 업』 장면
영화 『레벨 업』 장면

 

레벨 업의 주인공 지존 뿡(박산 역)pyh(박용훈 역)는 인터넷 게임 좀비고를 통해 서로 알게 된다. 지존뿡은 게임엔 고수지만 아직 어린 초등학교 3학년, 반대로 pyh는 게임은 하수지만 지존뿡보다 나이가 많은 중3이다. pyh는 지존뿡을 통해 게임 실력을 레벨 업하려고 하면서도 지존뿡이 원하는 것들 -마라탕 먹기, 놀이터에서 같이 놀기, 노래방 가기 등-은 레벨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화가 난 지존뿡 역시 pyh의 게임 레벨이 낮다는 이유로 같이 놀 수 없다며 떠나버린다. 결국 헤어지게 된 두 사람은 pyh의 연락으로 다시 만나게 되는데 pyh는 지난날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지존뿡의 레벨 업을 위해 함께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춤추며 노래 부른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청해 초보에서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내가 바보 같은 개구리였나 보다. 앞으로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서로의 차이를 응원해야겠다.” -pyh의 독백-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관객에게 답을 주는 영화는 극장에서 끝날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상영이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한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2022년 인디고을 영화학교 상영작 레벨 업은 대형 영화사들이 제작한 상업영화에 비해서 촬영 기법이나 편집, 연기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누군가의 레벨 업을 위해 애써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는 묵직한 질문 하나만큼은 칸, 베니스, 베를린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 수상작에 결코 뒤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콩나물신문 더 피플2022년 인디고을 영화학교 상영작 레벨 업에서 주인공 지존 뿡역을 맡은 박산 군을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레벨 업』에서 주인공 지존 뿡 역을 맡은 박산 군.
영화 『레벨 업』에서 주인공 지존 뿡 역을 맡은 박산 군.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THE PEOPLE입니다. 콩나물신문은 인권, 환경, 생명, 여성, 복지 등 우리 사회의 취약한 부분들을 개선하여 보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자 합니다. 바쁜 일정 중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박산 군께 감사드리며 먼저 이번 영화 레벨 업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또 어떤 이유로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기분은 좋았어요. 그런데 영화가 만들어지고 나면 유튜브 같은 데 올라갈 거니까 좀 긴장하기도 했어요. 출연하게 된 동기는 엄마가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에서 영화 만들기를 한다고 알려줬어요. 2020년에 만들어진 영화 시간을 다스리는 아이를 엄마랑 같이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평소에 엄마 아빠 핸드폰으로 영상이나 사진을 찍은 다음 모바비라는 프로그램으로 편집하는 걸 좋아하는데, 실제로 영화를 찍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 그런 이유로 2022인디고을 영화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군요. 영화학교에서는 주로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정말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건 아닌가요?

감독님이 영화를 찍을 때, 각각의 장면에서 카메라 앵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가르쳐주셨어요. 몸 전체를 보여주는 것, 무릎 위, 가슴 위, 그리고 얼굴만 클로즈업 해서 찍는 것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배웠고요.

그리고 영화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은, 네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해보니까 엄청 피곤한 일이더라고요.

 

인디고을 영화학교 수업 장면.
인디고을 영화학교 수업 장면.

 

영화 레벨 업의 줄거리와 이 영화를 통해 박산 군이 관객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소개해 주세요.

좀비고라는 게임을 하다가 알게 된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나게 되는데, 한 사람은 중학교 3학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이에요. 게임은 초등학교 3학년이 더 잘하는데, 중학교 3학년 형은 초등학교 3학년이 너무 어리다고 무시해요. 그런데 막상 같이 놀다 보니까 재미있어서, 중학교 3학년 형이 미안하다고 사과해요. 처음부터 다 잘하는 사람은 없고, 서로 돕고 같이 지내면서 같이 레벨 업하게 된다는 이야기예요.

이 영화를 통해서 제가 하고싶은 얘기는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예요.

 

영화 레벨 업에서 주인공 지존 뿡역을 맡았는데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또 박산 군의 평소 게임 실력은 어느정도인가요?

연기할 때 카메라를 보면 안 되는데 자꾸 카메라를 보게 돼서 실수를 자주 했고, 촬영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NG가 많이 나서 같은 장면을 또 찍고 또 찍어야 했어요. 주변 소음이 너무 크게 들리거나, 배우들 말소리가 너무 작거나, 클로즈업을 너무 많이 했다거나 해서 NG가 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리고 비가 많이 오는 주간에 촬영을 했기 때문에, 비가 그칠 때를 기다려서 촬영을 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제 게임 실력은 영화랑 많이 달라요.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게임은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임은 아빠 핸드폰이나 아이패드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자동차 레이싱 게임, 벽돌깨기, 볼링 같은 거예요.

 

영화 『레벨 업』 촬영 중인 박산 군. 오른쪽은 pyh 역의 박용훈 군.
영화 『레벨 업』 촬영 중인 박산 군. 오른쪽은 pyh 역의 박용훈 군.

 

아 참, 박산 군 본인 소개를 깜박했군요. 미국에서 살다 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름, 나이, 잘하는 것, 못하는 것도 함께 얘기해 주세요.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2019년에 한국에 처음 왔어요. 아직 한국어를 배우는 중이라 조금 서투릅니다. 사실 제 이름은 두 개예요. 미국에서 제가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가 영어로는 Kai(카이), 한국어로는 산이라고 지었어요. Kai라는 이름은 하와이에서 쓰는 언어로 바다라는 뜻이 있어요. 엄마가 바다를 좋아하고, 아빠는 산을 좋아해서 두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골라서 만든 이름이에요. 나이는 만 아홉 살, 한국 나이로 11살이에요.

잘하는 거는 주변 정리하는 것을 잘 해서, 저희 집에서 제 별명이 정리왕이에요. 그림 그리고 랩 가사 쓰는 것도 좋아해요. 못하는 것에 대해선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영화 『레벨 업』 시사회.
영화 『레벨 업』 시사회.

 

학교에 안 가고 집에서 공부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뭔가요? , 학교에 안 가면 친구 사귀기가 힘들텐데, 친구들이랑 놀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솔직히 저도 정확한 이유는 잘 몰라요. 2019년에 한국에 올 때, 그렇게 결정했어요. 엄마 아빠는 꼭 학교를 가야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저도 그 말이 이해됐어요.

학교에 안 가도 친구 사귈 수 있어요. “꿈의 학교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만나는 친구들도 있고, 동네 도서관에서 책모임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들도 있어요. , 학교 안 다니는 다른 친구들하고도 만나서 놀아요. 작년에 숲모임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서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뒤에도 가족들끼리 만나서 놀아요. 여름에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간 적도 있고, 이번 주에는 세종에 있는 친구 집에 놀러갈 거예요.

 

영화 『레벨 업』 시사회 관객들과 함께.
영화 『레벨 업』 시사회 관객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커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커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사진가, 수의사, 요리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그림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컴퓨터로 만화를 그리거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은데 아직 그런 것까지는 몰라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서 편집하는 일을 좋아해요. 사진가는 그래서 생각한 거고요. 수의사는 동물을 좋아하니까, 요리사는 음식을 좋아하니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이 사람들에게 중요한데, 그 공간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려면 집을 잘 구성하고 꾸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하고 싶어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저는 그림에 많은 것이 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이종헌(편집위원장)

 

이주희 글씨 그림
이주희 글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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