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힘내라 사회적경제’ 부천의 사회적경제 기업 7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벅이 부천과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50년이 지났다. 1967, 그녀가 부천시 심곡동에 설립한 소사희망원은 1976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약 98개월 동안 1,500여 명의 혼혈 아동들에게 보금자리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어머니에게도 직업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미군 주둔으로 인해 발생한 혼혈아(아메라시안) 문제 해결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에 부천시는 지난 2006, 소사희망원이 있던 자리에 펄벅기념관을 세워 세계적인 작가로서, 또 박애주의자로서 그녀의 삶과 문학을 기려오고 있다.

193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대지(大地)로 잘 알려진 펄벅(1892~1973)은 미국에서 태어나 인생의 전반을 중국에서, 그리고 나머지 후반을 미국에서 보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스스로를 정신적 혼혈아라고 칭했던 그녀는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하우얼스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동시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 페미니스트였고, 또한 유색인, 혼혈아, 장애인, 소수민족 등의 인권을 위해 싸운 인권운동가였다.

펄벅은 여러 차례 부천을 방문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단기간이었고 특별히 부천과 관련된 작품을 집필한 것도 아니어서, 그녀를 과연 부천을 대표하는 문학인으로 소개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시시비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사희망원을 통해 박애주의자로서, 인권운동가로서, 또 사회운동가로서 그녀가 부천에 남긴 발자취만큼은 뚜렷하다고 본다.

이번 호 콩나물신문 특집 힘내라 사회적경제, 부천의 사회적경제 기업코너에서는 펄벅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는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문학을 매개로 마을의 공동체성 회복에 힘쓰고 있는 마을기업 펄벅문학학교를 소개한다.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 홍명근 대표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 홍명근 대표

 

안녕하세요, 콩나물신문 힘내라 사회적경제입니다. 펄벅문학학교가 올해 2, 경기도 예비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학학교와 주식회사의 결합이 참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낯설다는 느낌도 드는데 먼저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비마을기업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는 펄벅의 박애정신과 예술혼이 깃든 부천시 심곡동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록사업, 어린이 · 청소년 · 어른들을 위한 문학교육, 인문학 교육, 미디어를 활용한 글쓰기 교육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문학 관련 사회적경제 기업입니다.

지난 2017깊은골문화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펄벅문학학교는 2020년 심곡본동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참여하여 문학 강연과 자료집 제작, 동영상 홍보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2021년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기에도 펄벅문학학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펄벅의 문학적 성취와 그녀가 부천시 심곡동에서 보여준 박애와 평등의 정신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으며,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2, 2022년 경기도 예비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았습니다.

비영리단체를 기업화하여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를 설립했으니 문학을 매개로 펄벅 마을의 공동체성을 창조하며 문화도시이자 유네스코문학창의도시인 부천시의 문화예술 발전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2021 마을학교’ 펄벅기념관 현장체험학습(부천시 심곡동 펄벅기념관)
‘2021 마을학교’ 펄벅기념관 현장체험학습(부천시 심곡동 펄벅기념관)

 

펄벅문학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심곡본동은 어떤 동네인가요? 그리고 지금껏 심곡본동에서 펄벅문학학교가 해온 일이 궁금합니다.

심곡본동은 펄벅기념관과 함께 부천 최초의 도서관인 심곡도서관, 부천 제1호의 초등학교인 부천남초등학교, 부천의 최초 수영장, 또 부천 최초이자 최대규모의 재래시장인 자유시장’, 성주산의 성무정 활터 등이 있는 문화와 전통이 빛나는 마을입니다.

심곡본동 도시재생 슬로건, 펄벅의 숨결 그대로- 함께하는 돌봄 마을, 공유하는 행복마을에서 보듯이 펄벅과 펄벅 기념관은 마을의 중요한 문화자산입니다.

펄벅문학학교는 이러한 문화와 전통을 <문학>의 예술형식으로 보존하고 살리고자 2017년 비영리단체 깊은골문화공동체로 시작하여 2018년 남부천신협 지하에 있던 신협문화센터에서 시화 전시회, 시낭송회, 저자 사인회 등 문학 활동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2109년까지 문학이 숨 쉬는 깊은골문예집 1호와 2호를 발간했습니다.

2020년 펄벅 문학강연, 2021년 펄벅 알리기 활동, 경기마을학교-‘진주빛 파노라마’, 2022년 꿈의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등 어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문학 강연과 예술교육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문학이 숨 쉬는 깊은골문예집 제3호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곡본동은 한때 부천의 중심이었고 최고의 부촌이었지만 중동 신도시가 건설된 이후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지역 상권과 생활권이 답보상태에 있는 부천의 대표적인 고령화 동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꿈을 갖는 것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 펄벅문학 강연 장면 
2020년 펄벅문학 강연 장면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 홍명근 대표께서는 시인이면서, 언론사 대표, 출판사 대표 등 많은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많은 일을 혼자 어떻게 다 처리하는지 궁금합니다.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1987년 제1시집을 출간하였고 전업 작가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문학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더구나 순수하게 시인으로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사를 십여 년 했고 영어 학원을 이십 년 가까이 운영했습니다. 보람도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영어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여러 사업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바람으로 학원 강의실 하나를 비워 출판업을 등록하고 부천 작가들의 책을 출판했습니다. 출판은 어려움이 많더군요. 밤늦게까지 편집과 교정을 보고 주말에도 대부분 일을 하지만 봉사 수준을 넘지 못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했는데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좋은 책을 출간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예술 소식을 전하고 함께하는 웹 사이트를 열고자 지역 인터넷 신문인 부천시티저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 발행은 문학 외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하여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문학은 항상 로망이었습니다.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았을 때도 혼자서는 늘 시인이었습니다. 평생 시를 썼는데 소수의 작품만 발표하고 대부분은 쓰는 거로 만족하기도 했습니다. 쓰는 것도 쉽지는 않은데 발표하는 것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201930여 년 만에 제2시집 꿈의 퍼즐을 출간했습니다. 내년에는 제3시집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문학을 향한 열정을 함께 할 사람들이 많은 부천시에서 활동하는 것이 기쁩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부천문인협회에 소속해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펄벅 여사가 머물렀고 기념관이 자리해있는 펄벅 마을에 살고 있다는 것이 항상 자랑스럽고 흐뭇합니다.

 

'2022 꿈의 학교' 수료식에서 참가 학생의 시낭송을 도와주고 있는 홍명근 대표 

 

펄벅은 유난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에서 온 두 처녀(1951), 살아있는 갈대(1963), Matthew, Mark, Luke and John(마태, 마가, 누가, 요한)(1967), 새해(1968) 등 한국 관련 소설도 여러 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콩나물신문 독자를 위해서 펄벅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펄 벅 여사가 중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문학 활동뿐만 아니라 사회사업에도 헌신하여 다문화 아동(당시 혼혈아)들을 위한 웰컴하우스를 미국에 설립하였고 1965년 펄벅 인터내셔널 한국지부(한국펄벅재단 전신) 설립과 1967년 심곡본동에 소사희망원(Opportunity center)을 건립하였습니다. 9년 동안 1,500여 명의 아이들을 보살펴온 펄 벅 여사는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로 표현하였고 내가 사랑한 첫 번째 나라는 미국(모국)이고 두 번째는 한국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깊었다고 합니다.

한국을 아홉 차례 방문한 펼벅 여사의 숨결이 가장 많이 담긴 이곳에 2006년 펄벅기념관이 개관되었습니다.

 

펄벅문학학교에서는 성인뿐만 아니고 어린이 교육에도 정성을 쏟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합니다.

2021년 초등학생 대상의 문학교육을 시작하여 마을학교-‘진주빛 파노라마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022년에는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와 마을학교- ‘메타버스에서 창작해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예술체험을 통해 문학의 꿈을 키우고 인문학을 배우며 펄벅 마을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의 재발견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펄벅문학학교에서 진행한 마을학교와 꿈의 학교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호응이 컸습니다. 이제 9월에는 마을학교 메타버스에서 창작해요를 시작합니다.

문학 콘텐츠를 미술, 연극, 미디어 등 타 장르와 융합을 통해 문학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며 문학의 새로운 활로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2022 꿈의 학교-‘시야 미디어랑 날자

 

,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가 심곡동뿐만 아니라 부천을 대표하는 문학 커뮤니티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예비마을 기업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와 비영리단체 펄벅문학학교의 사업을 병합하려고 합니다. 두 조직의 문화예술 사업을 병합해서 운영하면 기업의 시너지와 전문성을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가 설립되기 이전에 준비한 프로젝트는 202212월 정산을 마칠 때까지 비영리단체 펄벅문학학교의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비마을 기업 주식회사 펄벅문학학교의 주력 사업인 자서전 컨설팅은 기존의 회고록 형태에 몇 가지 새로운 테마를 더했습니다. 개인의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창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스타일, 기업의 홍보용 기업소개서 및 기업의 기록을 곁들인 비즈니스 스타일, 개인의 회고록 형태의 자서전 서사적 스타일 등입니다. 이러한 자서전 컨설팅과 출간사업을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록사업과 지역의 문화예술 아카이빙 사업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종헌(편집위원장)

 

이주희 글씨, 그림
이주희 글씨,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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