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령 선생님과 함께하는 엄마와 아이를 위한 독서지도 29

금년은 추석이 다른 해보다 빠르게 느껴지는 해입니다. 추석이면 온 가족이 모여 햇과일이며 햇곡식으로 차례상을 차리고 성묘도 가는 바쁜 시절입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최대의 명절이기도 합니다. 음식 장만을 여자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남자들도 함께 거들면서 가족의 화목을 도모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과거 유교사상이 짙게 밴 그런 여성들의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닌, 자기 삶을 주체적이고 개방적으로 살아가는 진취적인 여자의 이야기를 고전을 통해 펼쳐보려고 합니다. 바로 권문희 작가가 지은 장끼전입니다.

책의 표지를 보면 목에 바짝 힘을 준 장끼가 앞장서 가고 까투리는 쭈뼛거리며 뒤따르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봐 주세요. “얘들아, 이 그림에 나오는 새 이름이 뭘까?” “선생님, 꿩이잖아요.” “오호! 맞았어. 꿩은 암수가 이름이 달라. 장끼와 까투리라고 부르거든. 여기서 누가 장끼고 까투리일까?” “왜요? 왜 소는 암소 수소고, 개는 암캐 수캐인데, 왜 얘들만 그래요?” “그러게, 둘이 생긴 게 너무 달라서 그런 것 아닐까?” “그러면 동물들은 수컷이 더 화려하니까 갓 쓰고 앞에 가는 게 수컷 같아요.” “그래 맞아. 앞에 가는 수컷이 장끼이고, 뒤에 따라가는 암컷이 까투리야.” “둘의 상황은 어떤 것 같니?” “장끼는 찢어진 갓을 쓰고 곰방대를 들고 가는데요, 까투리는 빈 바구니를 들고 따라가요.” “그럼 이제 내용을 함께 읽어볼까?”

 

 

아이들은 꿩의 암수 이름이 다른 것을 신기해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봅니다. 기대에 부풀어 첫 장을 넘기는데요, 그림 속에서 꿩 발자국이 찍혀있으니 아이들은 바로 질문을 해댑니다. “! 꿩 두 마리가 갔는데 왜 한 마리의 발자국만 있지?” “맞아! 표지에는 수컷 발이 더 컸다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빨리 내용을 보자고 합니다. 책을 읽어주면서 왜 그런지 아이들과 꼭 알아보세요. 다음 장에 하나의 발자국이 집으로 향하는데 그 해답은 책 속에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어어 이상하다.’를 연발하지만 절대 읽기 전에는 알 수 없답니다.

다음 장에서는 바로 이 책의 첫 이야기가 시작되는 줄거리 그림이 나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새끼들은 빈 그릇을 핥기도 하고 콩알을 떠올리며 쓰러져가기도 하는데 까투리는 눈이라도 먹이려고 동동거리느라 정신이 없고, 장끼는 담배나 피우며 거드름을 피우는 그림이지요. 거기다 새끼들은 어지간히 많은 상황이니 아이들은 대번에 말합니다. “! 이 새끼들 좀 봐.” “엄청 많아. 그런데 다들 먹을 게 없나 봐.” “선생님, 이 장끼는 왜 누워서 이러고 있죠?” 아이들도 느끼는 이런 상황을 왜 어른이 모를까요? 이 책의 줄거리는 이렇게 그려져 있습니다.

어느 날 굶주린 꿩 새끼들을 위하여 부부가 먹이를 찾아 나섭니다. 장끼는 오색 깃털을 자랑하며 거들먹거리며 걷고, 까투리는 빈 바구니를 들고 두리번두리번 걷는데 장끼가 콩 한 알을 발견합니다. 굶주린 장끼가 먹으려고 하니 까투리는 지난밤의 불길한 꿈을 말하며 말립니다.

그러나 장끼는 꿈은 반대라고 하면서, 자기가 집안의 가장이라며 고집을 부리고 말리는 까투리를 밀쳐내고 그 콩을 먹으려다 덫에 치여 죽습니다. 장끼는 죽으면서도 까투리에게 나 죽어도 재가하지 말고 수절하시오.”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장끼가 죽은 후 홀로 남은 까투리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확인해 보세요.

이 책의 맨 뒤의 면지에는 장끼전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는데, 장끼전은 판소리 12마당 중의 하나인 장끼타령에서 나온 한글소설이라고 하면서, 여기 함께 읽은 장끼전은 이렇게 남편이 죽으면 부인은 다시 시집갈 수 없다라는 남성 위주의 완고한 유교 도덕을 비판, 풍자하고 있으며, 당시 매우 앞선 생각으로 권위적인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도 남성의 부속물이 아니라 스스로 잘 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드러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장끼전 상세이미지(출처 교보문고)
장끼전 상세이미지(출처 교보문고)

 

, 그러면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지요. 아이들이 본 꿩 부부의 자녀 수는 얼마일까요? 아이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다시 첫 페이지를 뒤지고 그림에 나온 새끼들을 하나하나 세어보기도 하고, 내용 중에서 찾아내기도 합니다. 특히 까투리가 꾼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왜 장끼는 까투리의 말을 듣지 않을까 하는 부분에서, 그 당시의 유교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풀어주셔도 좋습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이라든가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들의 모습을 찾아보라고 해도 아이들은 책 속에서 잘 찾아냅니다. 그리고는 함께 생각해보는 문제로, 유교사상 중 '남편이 죽으면 부인은 다시 시집갈 수 없다'라는 사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게 하는 것도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을 끌어내는 묘수이기도 합니다.

또 장끼의 입장이 되어 유언장 작성해보기와 꿩과 관련된 속담도 속담 사전에서 찾아보게 하면 책을 읽고 나서의 독후활동으로 좋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유언장을 아주 해학적으로 위트 있게 작성하기도 하는데요. 책 내용을 뽑아 괄호 안에 적당한 말 채우기를 해보면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그 상황을 풀어가는 생기발랄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니 꼭 함께 채워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이 책에서 느껴지는 부부라는 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어보세요.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이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부부 모습보다 훨씬 더 잘할 거라는 확고한 신념을 보게 될 것입니다.

 

| 정령(시인, 부천시 아동복지교사, 독서지도강사)

 

정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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