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목소리에 대한 나의 고민

사단법인 청소년 노동인권 노랑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예산으로 ‘2021년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했다. 다음은 교육에 참여한 학생들의 워크지를 분석한 글이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80% 이상의 참여자들이 노동과 행복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 노동인권 수업에서 청소년들은 노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라는 추측으로 접근했던 것과 달리, 노동과 행복을 함께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양한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참여 청소년의 답변 내용을 종합해본 새로운 전제는 아래와 같다. 노동을 통해 행복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개인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행복하게 일한다는 것은 많은 임금을 받는 것, 안정적으로 고용되는 것이다. 현재의 나는 행복하지 않지만, 미래에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서 현재의 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참여자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공부를 하고, 수많은 경쟁의 순간들을 감내하며 보낸다. 경쟁률이 높은(높은 연봉, 정규직) 노동시장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수도권 대학이 필수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도 우선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면 길이 보일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내가 어떤 내용의 일을 하게 되든, 경쟁에서 승리하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행복하지 못하게 일하는 사람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두고 있다. 그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고, 누구보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적은 임금을 받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열심히 현재의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들은 나의 문제가 아닌 경쟁에서 패배한 누군가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정당하다. 나의 현재를 보상받아야 하고, 나의 투자 결과를 드러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우리는 노동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사진출처 - 최은민 조합원 페이스북
사진출처 - 최은민 조합원 페이스북

 

노동인권 교육에서의 노동의 가치와 일상의 괴리감

영화 더 룸에 나오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방을 얻게 된다면 우리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라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평소 갖고 싶던 것들을 소유한다. 하기 싫은 모든 것을 그만둔다. 일을 하지 않는다. 노력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한다.’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상상하는 청소년의 비중이 높았다. 이들에게 노동의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고, 하기 싫은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일을 통하지 않고 얻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일을 통해서만 온전하고 정당하게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 흐름의 답변이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를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노동의 소중함에 대해 은연중에 알고 있지만 부동산’, ‘비트코인’, ‘로또와 같이 노동을 통하지 않고 얻는 수익을 열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 되었다. 재테크를 안 하는 사람에게 평생 개미처럼 일만 할 거냐?’라고 한 소리 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열심히 노동하면서도 내가 다른 궁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어딘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들게 한다.

교육은 이상을 제시해야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서 이야기하는 노동의 소중함’, ‘노동의 가치는 더 이상 이 사회에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삶 안에서 노동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앞으로 함께 질문해야 할 것들에 대해

노동인권교육을 붙이니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도 교육은 이래야 한다라는 틀에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이 노동을 힘든 것, 하기 싫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니 노동을 멋지고 좋은 문장으로 포장해서 인식개선을 하는 데 초점을 둔다. 정작 노동을 힘든 것으로 느끼는 이유는 내 주변에 일하는 사람 중에 즐겁게 하는 사람이 없다라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인데 말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에서 노동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없는데 노동은 소중한 것’, ‘꼭 필요한 것이라고 교육하는 것이 그들의 삶에 어떤 의미와 움직임이 있을지 모르겠다. 노동하는 삶이 왜 소중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리의 일상 안에서 다양한 경험들이 일어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존의 노동인권 교육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를 다룰 때 쉽고 당연한 답변으로 등장하는 것이 연대의 중요성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연대의 개념이 이론적으로만 느껴진다. 하나보단 둘이 나을 수 있겠지만 내가 공감하고 움직일 수 있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세상이 바뀌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비롯한 누군가에겐 자신의 이야기이고 기억인 연대와 변화의 경험이 나의 감각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느끼는 상실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의 저항방법은 자기계발서를 몇 권 더 읽으며 내 습관과 생각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의 감각과 경험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왜 공부를 할까?’라는 질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답변이 많았다. 청소년들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개인의 문제해결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받으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수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놀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학습의 공간뿐만 아니라 놀이의 공간에서도 개별화되어있다.

연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학교로 찾아가는 교육만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청소년들의 일상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와 상상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험과 삶을 분리해서 교육하는 것이 아닌, 나의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다양한 경험들이 노동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함께 놀고, 나의 경험과 고민을 이야기 나누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기도 하고, 합의가 안 되는 것들에 대해 해결 방법도 만들어보는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학습공동체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천성원(부천시비정규직근로자지원센터 안심알바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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