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의 ‘아름다운 베르네川’

꼴불견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습고 거슬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사물의 모양을 말하는 우리말 볼 수 없다.’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어 불견(不見)’으로 구성된 단어다. , ‘겉모양이나 하는 짓이 비위에 거슬리거나 우스워서 차마 볼 수가 없음을 말한다. 베르네천 천변 주변에도 예외 없이 꼴불견이 많아 눈살을 찌푸린다.

베르네천은 부천 시민뿐만 아니라,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도시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인터넷에서 베르네천을 검색해보면, 블로그나 카카오스토리 등에 사진을 찍어서 올려놓거나 둘레길을 걷고 산책했던 경험담을 적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가까운 곳의 수도권 전철 7호선 까치울역은 서울의 강남에서 전철을 타면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사통팔달 편리한 교통망도 한몫한다. 인근의 작동산과 원미산과 춘덕산과도 이어진 산책길이 계절 따라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도심을 지나는 짧은 길이의 소하천이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시민들에게 쾌적한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안내문이 너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어지럽다.
안내문이 너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어지럽다.
도시가스관 매설지역 안내문 등이 어지럽게 많다.
도시가스관 매설지역 안내문 등이 어지럽게 많다.

 

베르네천에서 사진을 찍으면 불청객도 함께 찍힌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면 찍히지 않았으면 훨씬 아름답게 담길 모습에 불청객이 끼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리저리 재주껏 앵글을 맞춰도 불청객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바로 하천을 정비하는 공사를 안내하거나, 시민이 지켜야 하거나 주의해야 할 시민 의식에 관하여 안내하는 현수막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어보면 15~20개 정도가 마구잡이로 걸려 있다. 게다가 크기도 제각각이고, 색깔이 바래서 글자의 내용을 읽기 힘든데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까치울역에 내려 3번 출구 방향에서 베르네천으로 가기 위해 곧바로 가다가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 친절하게도 군청색 바탕에 하얀 글씨로 소하천 베르네천 Bereunecheon(Riv) 부천시장이라고 쓴 커다란 안내판이 있다. 베르네천을 소하천이라고 안내하고 있는데 영문 표기가 이상했다. 엄밀히 말하면, ()을 말하는 영어 단어 'River'를 줄여 쓴 ‘Riv’한강이나 금강등 큰 강을 표기할 때 적당하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나 하천의 지류인개천을 뜻하는 천()의 영어식 표기는 'Stream'이 훨씬 더 어울린다. 외국의 영문으로 표기한 지도를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개천’을 뜻하는 천(川)의 영어식 표기는 Stream이 훨씬 더 어울린다.
시냇물이 흐르는 ‘개천’을 뜻하는 천(川)의 영어식 표기는 Stream이 훨씬 더 어울린다.

 

소하천 안내판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가면 베르네천 안내판이 있는데 내용을 도무지 알아볼 수 없다. 상태로 보아 몇 년은 지났음 직하다. 지나치게 오래되어 강한 햇볕에 글자가 모두 사라졌다. 바로 옆 베르네천 진입로 입구를 보면, ‘위험안내판자전거,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천을 목책에 끈으로 묶어놓았다. 바로 옆에 자전거 통행금지갈색 안내판이 있고, 바로 옆에 아크릴로 제작한 안내문(하천 통제)’이 제멋대로 있다. 한마디로 정신 사납다고밖에 할 수 없다.

 

상태로 보아 몇 년은 지났음 직하다. 지나치게 오래되어 강한 햇볕에 글자가 모두 사라졌다.
상태로 보아 몇 년은 지났음 직하다. 지나치게 오래되어 강한 햇볕에 글자가 모두 사라졌다.

 

노인병원 앞 도로 건너편도 볼썽사납다. 다리 바로 옆에 도시가스 선로가 지나간다는 안내판, 위험 안내표지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안내판이 제각각 어지럽게 서 있고, 호우 대비 하천 통제 안내문을 프린트로 뽑아 아스테이지로 코팅한 안내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크고 작은 마구잡이 안내판 정비가 시급하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노인병원 정문 맞은편 안내문이다. 오래전부터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표지판 안내문의 내용이다.

 

안내문은 초등학생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안내문은 초등학생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위 안내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려운 한자어투성이다. 쉬운 우리말로 얼마든지 바꿔 쓸 수 있는데도 행정기관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옮겨놓았다. 안내문은 초등학생을 비롯한 시민 모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것이 마땅하다. 중학교 1학년인 조카에게 간판을 읽어보고 무슨 내용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안내문을 읽어나가던 조카가 밑줄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베르네천 하류 쪽 계단 옆 낙우송 아래에 부천 100리 수변길 종합안내도라는 나무의 나이테가 물결처럼 각인된 멋진 안내판이 있다. 안내판의 바탕 사진 아래에 시민의 강’‘상동호수공원’‘부천식물원’‘부천만화박물관’‘진달래동산을 다섯 가지 색깔로 구분 짓고, 각각 글씨로 써서 안내해 놓았다. 가까이 가서 한참을 들여다보아도 색이 바래 무슨 내용인지 읽기 어려웠다.

 

부천 100리 수변길 종합안내도의 색이 바래 무슨 내용인지 읽기 어렵다.
부천 100리 수변길 종합안내도의 색이 바래 무슨 내용인지 읽기 어렵다.
부천 100리 수변길 종합안내도를 확대해도 내용을 읽기 어렵다.
부천 100리 수변길 종합안내도를 확대해도 내용을 읽기 어렵다.

 

복개천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시멘트벽 위에 깨끗하고 소중한 베르네천을 ()재부천 〇〇도민회가 함께 합니다라고 쓴 기다란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다. 베르네천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내건 현수막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너무 오래 걸어두다 보니 색깔이 바래 아름다운 미관을 헤쳐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데 있다. 몇 년 동안 오랜 시간 햇볕에 노출되어 교체하거나 떼어내야 한다. 하천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에서도 일정 기간만 걸어놓도록 통제해야 한다.

집중 호우가 지나간 뒤, 침수된 베르네천을 청소하면서 낙우송 등에 마구잡이로 걸어놓아 볼썽사나웠던 현수막을 치웠다. 그동안 나무와 나무 사이를 끈으로 맨 놓은 현수막의 길이와 매단 높낮이가 제각각이었다. 심지어 느슨하게 묶은 끈이 늘어지거나, 묶고 남은 끈이 남아 둘둘 말아놓은 듯 베르네천의 아름다움을 갉아먹어 인상을 찌푸리게 하였다. 한 곳을 정해 필요한 현수막을 걸어놓을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함이 마땅하다. 여러 현수막도 기간을 정해서 걸어놓도록 관리해야 한다.

 

‘깨끗하고 소중한 베르네천을 (사)재부천 ㅇㅇ도민회가 함께 합니다’라고 쓴 기다란 현수막 색깔이 바래 미관을 헤친다.
‘깨끗하고 소중한 베르네천을 (사)재부천 ㅇㅇ도민회가 함께 합니다’라고 쓴 기다란 현수막 색깔이 바래 미관을 헤친다.

 

위에 예를 든 것 외에도,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끌고 와서 다리 밑에서 땀을 식히는 사람, 퀵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 목줄을 매지 않고 강아지를 끌고 나오는 시민, 슬그머니 휴지를 버리는 사람,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거나 음료수를 마시고 용기를 버리는 산책객, 야생 오리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는 아이에게 잘한다고 박수를 보내는 엄마, 집에서 키우던 반려 생물을 몰래 물에 놓아두는 등 그동안 산책하면서 인상을 찌푸리고 볼썽사나웠던 모습이 한둘이 아니다.

베르네천은 시민 모두가 아끼고 살피며 관리해야 할 근린공원이다. 하천과 주변의 시설물 관리를 행정기관에만 맡기고 불평만 쏟아내는 것도 안 될 일이다. 두려운 것은 바로 무관심이다.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안일한 생각이 아름다운 환경을 망가뜨린다. 베르네천이 부천 시민의 자부심을 느끼는 하천이 되도록 작은 것부터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베르네천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따라 유유히 헤엄치는 야생 오리가 평화스럽다.

 

| 김태헌(수필가, 한국공무원문인협회 사무국장)

 

김태헌 수필가
김태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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