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바람, 이동형 제로웨이스트샵 ‘바람카’ 오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OECD가 발표한 2019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35,300만 톤으로 이는 에펠탑 35천 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엄청난 양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2019년 기준,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 비율을 보면 재활용은 고작 9%에 불과하고 소각과 매립이 각각 19%50%이며, 나머지 22%는 미세플라스틱같이 일반 환경으로 유출됐다.

이는 곧 플라스틱 쓰레기가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감소 등 지구생태계 전반의 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임을 말해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정책은 안이하고 기업들의 기술개발은 더디며 시민들의 의식 또한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월 26일 열린  “협동조합 바람”의 첫번째 정기총회.
지난 2월 26일 열린 “협동조합 바람”의 첫번째 정기총회.

 

이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실천 운동을 펼쳐나가고자 뜻있는 시민들이 뭉쳤다. 이들은 지난해 8월 협동조합 바람창립총회를 열고, 10월에 제로웨이스트샵 바람가게를 오픈했다. 제로웨이스트샵이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과포장을 없애기 위해 버리는(waste) 것을 제로로 만드는 가게를 말한다. 천연수세미, 행주, 주방세제, 비누, 치약 등 각종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바람가게는 송내동에 있는 산제로상점과 함께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부천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초기 9명에서 현재 35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 바람은 역곡동 뜰안에 작은 나무 도서관지하에 마련된 바람가게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어린이와 성인들의 체험 프로그램인 바람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우유 팩, 병뚜껑 등 버려질 자원들을 순환시키기 위한 수거 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역의 카페와 반찬가게 등과 연계해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캠페인을 펼쳐나가고 있다. 또 지난 8월부터는 각 가정에서 버려지는 물품들이 재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역곡 소소한 장터를 시작했다.

 

방학기간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보는 어린이 바람챌린지
방학기간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보는 어린이 바람챌린지
초등학생을 위한 바람가게 체험학습.
초등학생을 위한 바람가게 체험학습.
바람가게가 매월 첫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벼룩시장, '역곡소소한장터'
바람가게가 매월 첫주 토요일에 진행하는 벼룩시장, '역곡소소한장터'

 

최근 협동조합 바람은 이동형 제로웨이스트샵 바람카를 오픈했다. 다마스 승합차를 개조해서 만든 바람카는 한마디로 찾아가는 제로웨이스트샵이다. 동네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있으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없는 동네를 찾아다니며 친환경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재활용 자원들을 수거해오는 일을 한다. 또 각종 행사장이나 플리마켓 등을 찾아다니며 기후위기, 제로웨이스트 등에 관한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현재 바람카는 조용환, 나유진 두 조합원이 담당하고 있다. 협동조합 바람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한 조용환 조합원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틈틈이 바람가게 활동을 하고 있고, 나유진 조합원은 바람8명 이사 중 한 명으로, ‘뜰안에작은나무도서관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원미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원미 별마루)을 찾은 바람카. 사진 왼쪽 조용환 이사장, 오른쪽 나유진 이사.
원미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원미 별마루)을 찾은 바람카. 사진 왼쪽 조용환 이사장, 오른쪽 나유진 이사.

 

협동조합 바람이 바라는 세상은 단순하다.

많은 분들이 친환경 물품을 사용하면서 삶의 패턴을 환경적으로 바꾸어갔으면 좋겠고, 다양한 물품들이 한번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사용되고 순환되는, 중고물품을 사용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당면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유진 이사

협동조합 바람은 이제 설립 1주년이 지난 신생 기업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아직은 내실을 다지는 데 힘써야 할 때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바람가게’, ‘바람교실’, ‘바람직한 수거’, ‘바람직한 공구대여’, ‘소소한 장터’, ‘바람챌린지’, ‘바람카가 간다등의 사업을 알차게 꾸려나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환 이사장

협동조합 이름을 바람이라고 한 데에는 여러 가지 함의가 있다. 그것은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에 대한 바람이자 기후 위기 걱정 없는 세상에 대한 바람이면서, 동시에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거센 바람이기도 하다. 협동조합 바람으로 인해 부천의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를 기대하며 제2, 3의 바람카가 시내 곳곳을 누비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바람가게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zerobaram)

 

 
재배포를 환영합니다. 사진 및 글에 대한 저작권은 해당 저자에게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