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고령 인구와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봄은 시대적 과제이다. 좀 더 나아가 지역사회에 내에서 생애 전주기에 필요한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지역완결형 통합돌봄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가올 미래에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지난 3년 동안 부천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지역이었고, ‘대상2번이나 수상하였지만,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보건의료 분야의 성과는 미미하였다.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여서, 여러 전문가들이 이를 평가하고 대안을 내고자 하였으나 아직 어느 누구도 뚜렷한 대안을 말하지 못한다.

부천시가 경기도 평균보다 보건의료 자원이 풍부하다고 하여도 국가보건의료정책을 선도적으로 수행하려고 하는 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천시의 통합돌봄 사업 보건의료 분야에서 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천시한의사회, 부천시약사회 등과 함께하고 있지만, 부천시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하다. 현 시장은 후보 시절 공공병원 설립을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장 취임 100일이 지나도 공공병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중요하고 급한 사업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부천시의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공공병원을 설립하는 일은 막대한 예산과 의견수렴, 타당성 조사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일 수밖에 없다. 하루라도 빨리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기구를 공식적으로 구성하길 바란다.

부천에 공공병원이 설립되어 국가 보건의료 정책을 주도하기 전까지도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시민 여론 형성과 주민발의 조례 제정뿐만 아니라 실제 통합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위한 행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부천시에는 이에 동의하는 의료분야 자원들이 있다.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오던 부천시민의원과 한국일차의료학회의 부천 모임 한의사, 약사, 치과위생사, 작업치료사가 모여서 다학제 방문진료를 시작하였다. 정부의 재택의료 시범사업은 의사와 간호, 사회복지사만 규정하였는데 부천에서는 좀 더 많은 의료 자원이 참여하여 새로운 모델의 다학제 방문진료를 시험 중인 것이다.

 

 

방문 요청이 있으면 사회복지사가 기초조사를 한 후 양의와 간호, 작업치료사가 동시에 방문하여 현 건강 상태와 주변 상황을 파악하여 매주 사례 회의를 하고 있다. 매주 새로 방문하는 주민, 방문 중인 주민들의 변화된 상태와 처방을 공유하고 각 영역에서 필요한 것을 지원하게 된다.

보건의료 영역에서 통합돌봄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에 대한 주치의가 되어야 한다. 대학병원에서 교수가 병동 환자를 매일 회진을 돌면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듯이 통합돌봄 방문진료 역시 한 명의 주치의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방문하여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한국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 방문 진료이다.

실례로 척수 신경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되신 분을 위해 양의와 한의에서는 진통제밖에 처방할 게 없었지만, 치위생사는 관리가 안 된 구강 상태를 호전시켜 식사를 좀 더 원활하게 해줄 수 있으며, 작업치료사는 대소변이나 식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것을 위해 근육을 단련시키는 치료를 진행한다.

대학병원을 나오면서 못했던 회진을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대학병원에서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이 모여 다학제 회의를 했다면 부천시민의원에서는 양의, 한의, 치과, 약사, 간호, 작업치료, 사회복지사가 같이하는 다학제 방문진료를 하고 있다. 향후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갈 미래의 지역완결형 통합돌봄에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조규석(부천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 부천시민의원 원장)

 

조규석 원장
조규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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